1. 한산은 어떤 인물인가.
寒山은 전해오는 바에 따르면 중국 唐 당태종 때(貞觀年間627-649)의 은사(隱士)로서 사람들은 그를 寒山子라 불렀다. 성명 생몰연대는 미상(未詳)이다. 한산자는 30대쯤 천태산(天台山: 중국 절강성 태주 천태현)에 들어가 수대(隋代) 고찰인 국청사(國淸寺-나라를 맑게하는 절이란 뜻으로 天台智者 대사가 창건)와 그다지 멀지 않은 한암(寒巖)이란 큰 바위 속 토굴에서 살았다. 한산(寒山)이란 칭호는 여기서 생겼다.
큰 암벽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는 寒山의 詩를 보자.
一住寒山 萬事休(일주한산 만사휴) 更無雜念 掛心頭(갱무잡념 괘심두)
閑於石壁 題詩句(한어석벽 제시구) 任運還同 不繫舟(임운환동 불계주)
한번 한산에 머물러 사니 온갖 일 다 쉬어지누나 / 다시는 잡스런 생각들 마음에 떠오르지 않는다. / 한가로이 돌벽에 싯귀나 쓰고 / 자유롭게 노니니 물가에 묶여 메어있지 않은 배와 같도다.
선(禪)시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한산자 자신의 평생 사는 모습을 그리고 있기도 하다. 한산은 寒山(한산-천태산)에서 바로 이처럼 평생을 살았다. 첫 연은 ‘萬事休(만사휴)’로서 마음의 쉼이고, 끝 연은 마음이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물 위에 뜬 배처럼 자유로움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산은 모든 세속사를 다 내려놓고 한산 즉 천태산 속으로 들어와 살면서 ‘만사휴’를 이루었다. 온갖 집착을 벗어나 마음의 쉼을 이루었다. 마지막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메어있지 않은 배[不繫舟]’와 같이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것이다.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살기를 원하지만, 잡다한 일에 끌려 다니느라 정신이 없고, 고달픈 삶을 살아간다.
2. 한산에 얽힌 일화
국청사의 습득(拾得)과 친하여 늘 국청사에서 놀며 그 절에서 스님들이 먹다 남긴 잔반을 얻어먹었다. 국청사에서 주방 일을 하며 그 밖의 온갖 힘든 허드렛일을 도맡아 한 습득은 이 절의 풍간(豊干) 선사가 길에서 얻어다 길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습득은 또한 이들 잔반을 큰 대롱에 넣어 한산에게 주었다. 한산과 습득은 국청사의 풍간(豊干) 선사를 스승처럼 모시며 온갖 기이한 언행, 때로는 미친 짓 같은 것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또한 뜻이 깊고 기상천외한 법문(法門)을 토해내고 국청사에서 큰 법회가 있는 날이면 이름난 고승들과 대담하고, 깊은 선지(禪旨)를 논하여 그들을 당혹케 만들기도 했다. 한산과 습득은 송(宋)대 이후 중국에서 선화(禪畵)의 주제가 되어오고 있다. 그림에서 머리를 산발한 채 배를 내놓고 파안대소하며 각각 경서와 빗자루를 들고 서 있는 이들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오면서 마음이 한없이 유쾌해진다. 풍간 선사 한산•습득 이 세 기인들을 두고 사람들은 삼은(三隱)이라 흔히 불렀다. 그리고 불가에서는 훗날 한산을 문수, 습득을 보현, 풍간을 아미타불의 화신이라고 했다. 한산은 평생 한암에 은거하며 숲속 암벽이나 인가의 벽 같은데다 시를 써서 남겼다. 전하는 시는 한산 314수, 습득 57수 풍간 2수 이다. 이들 시는 우리나라에도 김달진(金達鎭)의 역으로 전해진다.
3. 물가에 묶여 메어있지 않은 배처럼 자유롭게 노닐다
이 구절은 대 자유인임을 표현한 극치라고 보여진다. 萬頃蒼波(만경창파)란 만 이랑의 푸른 물결이란 뜻으로, 한없이 넓고 넓은 바다를 이르는 말이다. 마지막 구절에 任運還同 不繫舟(임운환동 불계주)에서 알 수 있듯이 물가에 묶여 있지 않은 배와 같아 자유롭게 노닌다는 이야기는 마음이 그 어디에도 속박 당함이 없이 자유롭다는 뜻이다. 一葉片舟는 한 척의 조그마한 배와 같다는 뜻이다. 心如工畵師(심여공화사), 마음은 화가와 같아서, 能畵諸世間(능화제세간), 모든 세간의 것들을 모두 다 그려낸다는 말이다. 이것은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 즉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 낸다는 의미와 같은 내용이다. 한산의 도력으로 본다면, 깊은 산 바위 속 토굴에서 혼자 지내든, 萬頃蒼波(만경창파)에 한 조각 배에 의지해 물결 따라 정처없이 흘러가든 항상 마음은 거리낌이 없는 대 자유의 경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한산의 시는 장안사 큰 암벽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어 많은 이들로 하여금 대 자유인의 경지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시를 통하여 悠悠自適한 삶을 살았던 한산을 다시금 그리워 하며 돌아보게 한다.
참고) 송재운, 어떻게 마음을 닦을 것인가-백성욱 박사의 특강 一住寒山 萬事休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