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4일 화요일
이른 아침인 새벽 6시부터 일어나서 우리는 모두 부산을 떨며 카이로 RCE에 줄 선물, 팜플렛 등을 챙겼다.
07시, 출발시간보다 30분일찍 도착한 렌터카 기사가 호텔로비에서 우리팀을 기다리고 있었다. 약 1시간을 달려 카이로 시내 외곽에 위치한 SEKEM HQ(세켐본부:이집트 RCE 주관기관) 방문하였고 그동안 이메일로 연락해왔던 Ruth Hartmann 씨를 만나게 되었다. 예상했던 이집트인이 아니라 푸른 눈을 가진 독일 여성이었다. 8개월전에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서 이집트에 왔는데 이집트 방언에 능숙하여 SEKEM 본부에서 일한다고 했는데 굉장히 활동적이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로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리고 잠시 동안 사무실 안을 돌아 보았는데 이곳은 통영 RCE센터처럼 시청 안에 작게 부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따로 떨어진 하나의 기관과도 같았다. 카이로 RCE센터는 이집트 사막에서는 보기 힘든 여러 종의 식물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심겨져 있었다. 먼저 도착하자마자 RCE의 주요 매니저들과 인사를 나누고, 마당으로 나갔다.
아침 조회같이 모든 직원이 나와서 둥글게 서서 손을 잡더니 우리들도 같이 서라고 하는 것이었다. 5~60명이 손을 잡고 모여서 원을 만들고 한 사람의 구령에 맞춰서 기도 같은 것을 하는데 이것은 하늘과 땅의 연결을 의미하는 SEKEM의 정신이라고 하였다. 이곳은 직원들만 같이 이 행사를 하지만 우리가 방문하는 농장에서는 2~3,000명이 같이 손을 잡고 매일 이러한 의식을 행한다고 하였다.
원형의식으로 일과를 시작하고 본부 직원들과 서로의 소개를 한 후 오늘 하루 동안 우리의 영어통역을 맡은 ‘야스민’양과 Ruth씨가 같이 미니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다시 룻과 함께 렌터한 승합차를 타고 카이로 RCE에서 후원하는 ONE STOP SHOP에 방문하였다. ONE STOP SHOP이란, (Everyone- 모든 사람이 Stop- 아무 때나 방문해서 일하고 교제하고 쉴 수 있으며 물건을 만들어 Shop-판매해서 이익을 창출하는 곳) 과부들이나 고아들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교육과 기술을 가르쳐주고 일자리도 제공해 주는 곳이었다.
3,000여평의 부지에 아동들을 위한 수영장, 운동장, 화훼재배 그린하우스, 남편없는 부인들을 위한 재봉틀 방, 장애인들을 위한 헬스장 등이 있었고 여기서 만든 제품들은 판매가 가능하다고 하였다. 특히 전국적으로 190여개의 시설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한참 밝게 움직이던 팀장 승호가 갑자기 휴지를 찾기에 살펴보니 어제에 이어 오늘도 코피가 흘러 막으려고 했다. 오늘은 이틀간 계속된 아영이의 코피는 멎었는데 팀장의 상태가 좋지 않다. 그런데 역시 팀장이라 책임감이 앞서는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휴지로 코를 막는다.
잠시 후에 우리들이 그토록 기대했던 SEKEM FARM(세켐농장)으로 이동했다.
1977년에 세켐농장은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이념하에 Dr. Ibrahim Abouleish 에 의해서 이집트 동부 사막에 설립되었는데 '생체역학 재배' 농장으로 설립되었다. 2008년 9월에 UN 대학에서 RCE로 지정받은 곳이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년동안 집중적으로 사회개발, 공식, 비공식 교육, 조사와 혁신, 환경, 의료, 농업분야에서 여러 기관과 협조하여 지속가능발전의 전파에 힘쓰고 있으며 현재 카이로 RCE는 이집트인구의 30%인 2천4백만명의 주민들을 책임지고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었다.
특히, 세켐은 2003년에 대안노벨상(Alternative Nobel Prize)과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을 수상하였다.
이곳 세켐농장 초기의 사진을 보면 아무것도 없는 사막지대의 허허벌판이었는데 지금의 울창한 대추야자 숲과 학교, 병원, 지역센터 모습과 극명하게 대조되었다.
유기농 식물 농원, 동물농장, 연구센터, 교육기관, 의료센터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기농 식물농장은 일체의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성장호르몬, 유전자조작등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약 2,000명에 달하는 세켐의 고용인들은 인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모두가 평등한 공동체 정신으로 일하고 있었다. 아침에 행한 공동체 의식도 이러한 정신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세켐학교는 남녀공학으로 "놀이는 어린시절의 중요한 일이다(Play is the serious work of childhood)"라는 모토를 가진 유치원과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함께 공동체 내에서 서로 존중하며 배우는 초등학교, 직업교육을 받는 중등학교 사회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훈련센터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세켐의 학습개념은 특별했다. "일하는동안 배우고 배우는 동안 일한다(Learning while working and working while learning)
병원옆에는 3곳의 제약회사 연구실이 있었는데 이집트 허버와 같은 천연식물을 이용하여 부작용이 없는 약품을 개발하고 있었고 일부 개발된 제품들은 세켐병원의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었다. 병원은 농장과 지역민들에게 개방되어 있었는데 기초진료 병원비는 1파운드에서 2파운드(약 230원~460원)정도이며 중대한 질병으로 수술을 할 경우에 집계된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진료비로 저소득층이 더낮은 수술비를 부담하게 되어 있었다.
여기에 한가지 더 흥미로운 교육방법을 들자면 세켐에서는 음악을 통한 창의성 개발에 힘쓰고 있었다. 마침 1년에 서너차례 SEKEM 정기음악회가 있는 날이라 연주자들이 막 연주를 마치고 식당으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식사하게 되어 있었는데 악기연주자들의 국적이 세계적이었다. 유럽에서 온 현악연주자, 아시아에서 온 관악연주자, 아프리카 건반연주자 등 SEKEM 을 후원하는 세계의 자매기관들에서 음악회에 오는 것이었다. 우연히 우리의 통역을 맡은 야스민양의 동생인 ‘모나’도 바이얼린 연주자로 참석했기에 깜찍한 외모 덕에 우리팀원들의 인기를 얻으며 동행했는데 ‘모나’와 언니‘야스민’모두 이곳 SEKEM 학교 출신이었다.
다음으로 돌아본 ‘세켐학교’는 학교의 건물색깔과 디자인이 특이했다. 모두 파스텔톤으로 칠해져 있어서 입구에서부터 포근한 느낌을 받았고 계단이나 건물들 통로들, 교실까지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공간활용도를 최대화 한 우리나라의 건물들과 비교가 되었다. 특히, 수업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는데 교실안과 밖에서 교사와 학생이 자연스럽게 게임을 통해 어울렸다. 마침 우리가 갔을때는 교실에서 종이접기를 통해 종이개구리를 만들었고 복도에 나와서 종이개구리 점핑대회를 통해 협동학습과 놀이학습을 하였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수업을 마친 후에 교사가 모든 학생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내일 다시 보자고 인사말을 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수업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는데 “종이접기를 통해 자신이 무엇인가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고 자신의 창작품을 통해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도구가 되는것을 몸으로 배우는 과정”이라고 하였다.
과학실에서는 ‘태양열오븐’을 만들고 있었는데 철판을 자르고 은박지를 붙여서 화석연료를 이용하지 않는 친환경 오븐이었다. 학교입구에 들어 올 때 태양열 오븐위에서 끓고 있는 냄비를 보고 누군가 판매한 제품으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곳에서 만든 실습품이었다. 미술실에서는 점토를 이용해서 만든 이집트 지도 퍼즐판이 있었고 여기서 만든 수업도구와 재료들은 하나같이 상상을 통한 아이디어가 우리 삶으로 걸어 나온듯한 신기하고 창의적인 내용들이었다. 이어서 목공실, 철공실습실, 음악실.. 등을 보고서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감탄사는 “나도 이런 곳에서 학교생활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학교의 특징은 ‘놀이를 통한 학습’ 이었고 특히, 유치원과정에서는 하루 8시간중 4시간은 실내놀이 4시간은 야외놀이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이곳 세켐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Camomile Children or Chamomile Children'(케모마일 칠드런) 이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케모마일’은 차로서 사용되는 국화과 식물이다.
그런데 이 학생들이 이렇게 불리는 이유가 있었다. 어린이 노동은 이집트에 만연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였다. 많은 가난한 가족들은 어린이 노동의 수입없이는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없고 아이들은 학교에 다닐 수가 없다. 가난한 청소년들은 대부분 생계부양을 위해 육체노동에 시달리고 학비가 없어 수업을 받을 수 없지만 ‘세켐학교’에서는 이러한 학생들을 위해서 학교에서 ‘케모마일’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식물을 재배하도록 하고 여기서 생기는 일부수익과 농장의 수익을 재투자하여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수업료 걱정없이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14세가 된 아이들은 이곳에서 직업교육을 받으며 영양분이 골고루 포함된 급식과 함께 의료혜택도 누리고 공부도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중학교과정까지 의무교육이라서 실업계고등학교에 진학해야만 일부학생들에게 이러한 장학혜택이 주어지지만 이집트에서는 초.중등과정에서 이러한 교육프로그램이 인정되고 있었다.
현직교사로서 SEKEM학교를 탐방하면서 많은 도전뿐만 아니라 감동을 받았다. 영국의 A.S. Neil이 이 런던근처에서 실험적으로 만든 교육학 분야에서 유명한 ‘섬머힐 스쿨’ 못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교육적 대안을 제시해 주고 있었는데 우리보다 저소득인 국가에서 이러한 놀라운 교육방법을 채택하고 있다는 데 대해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오늘이 최근들어 카이로에서 가장 높은 기온이라고 하는데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친절한 설명과 초대로 인해 모두가 적극적으로 탐방에 임했다. 우리나라의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는 시점에 이집트에서도 이곳에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교육과 경제, 복지등 여러면에 성장을 이루어 이분들의 자부심은 대단했고 방문하는 시설마다 어찌나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는지 우리도 최선을 다해 들었다.
공식일정과 행사다 보니 더운 날씨에도 예의를 셔츠와 넥타이를 매었더니 건조한 이집트 날씨에도 불구하고 옷에 땀이 차서 짜면 물이 흐를 정도였다. 예의 갖추다가 더워 쓰러질 것 같아서 넥타이와 단추를 풀고 나니 훨신 살것같다. 팀원들도 더위에 지칠무렵 동물농장에 가고 싶다고 깜짝 제안을 했는데 SEKEM관계자들은 즉시 허락을 해 주었고 젖소와 양을 키우는 농장으로 이동했다. 얼룩소와 누렁소가 함께 있었는데 이집트의 젖소는 얼룩무늬 수입산 홀스타인 종과는 달리 우리나라 한우처럼 생겼는데 더위에 강해서 이집트에서는 더 선호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먹이는 사료는 100% 현지에서 벤 신선한 유기농 풀이었고 여기서 나온 거름을 다시 농장의 거름으로 이용하여 재활용을 통한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