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
2002년을 기억하시는가?
이 땅에 대한민국이 방방곡곡에 울려 퍼졌던 한일 월드컵 이야기다. 그때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지금이 2022년이니 벌써 강산이 두 번 바뀌는 20년 세월이 흘렀다. 온 국민이 태극기 휘날리며 공 하나에 울고 웃었던 추억을 소환하는 것은 코로나19로 피폐해진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해까지 당한 어려움에도 여야가 극한 대치로 국민의 삶은 뒷전인 듯한 아쉬움 때문이다.
며칠 후면 제77회 광복절이다.
태극기를 다는 것이 나라 사랑이라는 정부의 독려 현수막 때문만은 아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자로서 직접 체험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 말과 글을 빼앗기는 수모에서 벗어난 해방의 기쁨을 조금은 헤아려보기 위해서이다.
위례로 이사 오기 전까지 여러 차례 이사해야만 했다.
그 어느 곳에서도 내 집이 아니기에 태극기를 걸어보지도 걸을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동안 잊고 살았지만, 오늘 내 핏속에 대한독립 만세를 불렀던 돌아가신 어머님의 피가 흐르고 6.25 동족상잔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돌아가신 실향민 장인어른의 눈물이 우리 가정의 역사에 흐른다. 대전국립현충원에 계신 아버님을 뵈러 갈 때마다 태극기 물결의 장엄함을 보면서, 기회가 된다면 내 손으로 태극기를 달아보리라고 결심했다.
이제 꿈에 그리던 내 집을 장만하고, 태극기도 장만했다. 태극기 사는 일도 쉽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위례주민센터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드디어 창문을 열고, 방충망을 열고 난간에 마련된 파이프에 태극기를 꽂았다. 비바람에도 힘차게 펄럭인다. 바삐 살면서 내 문제에 갇혀 우리나라 대한민국 공동체를 잊고 살았다.
이제 휘날리는 태극기 앞에서 오늘 나의 DNA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구국 영웅들의 피와 땀을 잠시나마 기억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