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_옥천순환경제공동체· 옥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옥천에 사는 즐거움'공모전 수필 부문 당선작을 차례로 싣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호에는 버금딸림상 수상자인 홍사성씨의 '사랑하면 보입니다'를 싣습니다. |
향수하면 고향이 떠오르고 고향하면 어머니 품속 같은 정감이 피어 오른다. 향수의 고장 옥천에 벌써 7년째 살고 있으니 어머님의 품만치는 못해도 생업의 터전이 있고 희노애락을 나눌수 있는 인심 좋은 이웃과 옥천에 살고 있음에 감사 할 뿐이다.
나는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다. 뒤로는 얕으막한 안산 앞에는 넓은 시냇가와 기름지고 넉넉한 채운평야, 그리고 아스라이 펼쳐진 산봉우리를 벗하여 산과 들로 냇가를 놀이터 삼아 꿈같이 지냈다. 청년 시절에는 예산에서 직장을 따라 정착해 가정을 이루고 30년을 살았으니 제2의 고향이라 할수 있겠다.
옥천은 나의 처가가 있는 곳이다. 옥천읍 서대리(솔고개)이다. 결혼을 앞두고 처갓집에 가기 위해 시내에서 택시를 탔다. 솔고개에서 내리면 바로 앞이 처갓집 이란다.
시내를 빠져나간 택시는 논밭 사이 작은 길을 따라 한 동리 가운데에 이르러 "솔고개 다왔습니다. 내리세요." 하는 것이였다! 기사님 여기가 "솔고개 맞나요?" "예" "솔고갭니다." 아니 솔고개라면 소나무가 우거진 고갯마루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평평한 동리 가운데 멈춰 세우고 솔고개라니 황당하였지만 내려보니 내가 찾아온 처갓집 이었다.
예전에는 신대 동리로 이어진 길이 고갯길이였지만 지금은 깎이고 낮아져 작은 언덕으로 변했고, 소나무가 많이 우거졌던 산이었지만 이젠 소나무는 흔적을 찾을 수 없고, 좌우편 산은 온통 참나무 숲을 이루고 있다. 벌목하고 새로운 조림수로 대체하지 않은 산은 예외없이 참나무 숲으로 바뀐다.
왜 그럴까? 민둥산에 대체 누가 참나무를 심는걸까? 다람쥐는 가을이 되면 겨울에 먹을 양식인 도토리를 땅속에 정성껏 묻고 낙엽으로 덮어 둔다고 한다. 그런데 새봄이 되도록 숨겨둔 도토리를 잊어 버려 다 찾지 못해 땅속에 묻어둔 도토리가 싹을 띄우고 민둥산은 참나무로 가득찬다고 한다. 겨울을 준비하는 다람쥐의 지혜와 부지런함이 그리고 약간의 건망증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푸른 참나무 숲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말씀!
대전에 몇 년 살다가 정착하게 된 옥천살이는 낮설고 바쁜 환경속에 그저 일만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체중은 점점 더 불어나고 은근 걱정되었다. 자전거라도 타야겠다 마음먹고 잠간이라도 시간이 되면 동네 한바퀴에서 삼청리 귀현리 금강유원지로 점점 범위를 넓혀갔다.
구읍에서 장계리를 거쳐 안남까지 이어진 벚꽃길 따라 금강유원지를 돌아오는 향수 100리길, 금강의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내달리는 금강라이딩 코스로 지금은 KBS 해피선데이 1박2일, EBS 한국기행 등 공중파방송에 소개되어 코레일 에코라이딩 코스로 전국 동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최고의 명품 녹색길로 사랑받고 있다.
안남 둔주봉에서 바라본 한반도 지형은 전국의 등산객을 불러 모으고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금강 유원지를 돌아오는 향수 100리길 옥천 사람보다 외부에서 먼저 알아주는 것 같다.
청성 고당리의 높은벼루 어쩌면 이 높은 곳에 부락이 생겼을까? 조선시대부터 500여년 이어졌다니 경이롭다. 높은벼루를 넘어 영동 심천장을 다녔을 테니 경부고속도로가 뚫리기 전까지 꽁꽁 숨겨진 동리였으리라! 이제는 오지 탐험하는 사람들을 통해 많은 지면에 소개 되고 있다. 높은벼루 오르막은 자전거를 타고가다 걷고 하기를 반복하지만, 묘금리 내리막 길은 쏟살같이 날아 양저리와 엘도라도가 있는 금강변 길로 이어진다.
반딧불이와 겨울 빙상축제로 유명한 석탄리 안터마을 넘어 전설에서나 있을 것 같은 피실골을 지나 탑산을 종주해 청마리로 금강을 끼고 도는 정상에 서면 끝간데 없이 펼쳐진 산과 골짝의 단풍은 수려하고 웅장하다,
군북 굴다리를 지나 환평리 추소리 부소담악 절경을 감상하며 강 언덕을 따라 항곡리 마루에서 건너보이는 방아재 수생식물원은 마치 커다란 악어 세 마리가 달려올 기세로 위풍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탁트인 대청호를 마주하며 사계절 고운 자태를 자랑하는 자연 박물관이다. 방아실 대청호를 조망하며 오는 길, 봄에는 벚꽃 터널 가을엔 단풍터널이 아름다운 곳이다.
천년고찰 용암사는 운해 일출이 전국 최고의 출사포인트이기도 하다. 용암사 아래 오른쪽을 끼고 장령산에 오른다. 예전에는 금천리에서 옥천 오일장을 보러 아버지는 지게에 짐을 가득 지고 어머니는 머리에 이고 장령산 험산 산길 사목재를 넘었다 한다. 지금은 임도로 말끔하게 포장되어 있다.
장령산 휴양림, 장찬저수지를 돌아오는 코스 등등, 무수히 많은 옥천의 둘레길을 돌아보며 새삼느끼는 것은 험한 산과 골짝을 휘돌아가는 여울물길 금강과 대청호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금강이 품고 있는 산과 들 나무 바위 돌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우리 곁의 오밀조밀하고 변화무쌍 광대한 자연을 벗삼아 느끼고 즐길 수 있다.
옥천의 미래발전에 대한 설문을 여러 차례 받은적 있다. 산업화냐? 농업화냐? 저의 생각은 이렇다. 야심차게 추진되고 있는 의료산업 단지와 농업지역의 특성(옻산업. 묘목. 과수)을 살리고, 더불어 우리 옥천은 대청호와 폐고속도로와 폐철도선로가 혼재하고 있는 이것을 장점으로 힐링 코스로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장계유원지의 소중한 자원을 언제 까지나 방치할 것인가? 미래의 관광은 보는 것만이 아닌, 몸으로 직접 체험하며 즐기는 시대이다. 청정힐링관광지와 정지용문학관, 육영수생가를 연계한 상품을 잘 개발한다면 우리가 사는 지역을 조금 더 나은 정주 여건속에 살아가게 될 것을 기대한다.
정조때 유한준이라는 선비는 이렇게 노래 했다.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우리고장 옥천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 품속에 있는 보석들을 알아보고 미래를 예비하는 다람쥐의 지혜와 성실로 만들어 가야 할 것 이다.
벌써 인생 후반전 우연처럼 왔지만 운명처럼 정착한 제3의 고향 옥천, 이제 이웃들과 함께 가꾸고 보듬으며 사랑하며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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