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허물다 / 공광규
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
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어냈다
담장없는 집이 되었다
눈이 시원해졌다
우선 텃밭 육백 평이
정원으로 들어오고
텃밭 아래 사는 백살된 느티나무가 아래둥치 째 들어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벌레와
새 소리가 들어오고
잎사귀들이 사귀는 소리가
어머니 무릎위에서 듣던
마른 귀지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하루 낮에는 노루가
이틀 저녁엔 연이어 멧돼지가
마당을 가로질러갔다
겨울에는 토끼가
먹이를 구하러 내려와
방콩 같은 똥을 싸고 갈 것이다 풍년초 꽃이 하얗게 덮힌 언덕의 과수원과 연못도 들어왔다
연못에 잠긴 연꽃과 구름과 해와 별들이 내 소유라는 생각에 뿌듯했다
미루나무 수십그루가 줄지어 서 있는
금강으로 흘러가는 냇물과
냇물 좌우로 거느린 논 수십만 마지기와 들판을 가로지르는 와산면 무향사로 가는 국도를 기어다니는 하루 수백대의 자동차가 들어왔다
사방 푸른빛이 흘러내리는 원산과 청태산까지 나의 소유가되었다
마루에 올라서면 보령 땅에서 솟아오른 오서 산봉우리가
가물가물 보이는데
나중에 보령의 영주와 막걸리를 마시며 소유권을 다투어 볼 참이다 오서산을 내놓기 싫으면 딸이라도 내놓으라고 협박할 생각이다
그것도 안들어주면
하늘에 울타리를 쳐서
보령쪽으로 흘러가는
구름과 해와 달과 별과 은하수를 멈추게 할 것이다
공시가격 구백만원짜리 기울어가는 시골 흙집 담장을 허물고 나서 나는 큰 고을 영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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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시인(1960~ )
충남 청양, 1986년 데뷔,
단국대학원 문예창작 석사,
현대 불교문학상, 김만중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대상
도서&오디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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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 / 박경채
고향집 담장을 허물자
가까이 텃밭부터 차례차례 연못에 비친 하늘까지 자신의 것이 되더니 종내에는 영주와 담판을 짓고 결국 큰 고을 영주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흥겨운 판소리 한마당 같은 이 시를 접한 후
집에서 내다보이는 근린공원과 담 옆으로 나있는 올렛길이 저의 땅이 되었고
언니의 담장없는 시골집은 저의 별장이, 마음 먹으면 어디라도 갈수있는 대한민국 명소가 저의 정원이 되었지요
어제는 요즘 왠지 예전 같지않은 시누이와 마음의 담장 허물고 시누이네 동네까지 세를 늘렸습니다
역시 곳간의 재보 보다
마음의 재보인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문화와 예술은 시대도 뛰어 넘고 국경도 이념도 초월하여 마음과 마음을 이을 수 있기에 위대하다고 합니다. 저도 시인이라고 좋은 시를 쓰고 싶습니다 .박경채
첫댓글 오늘도 좋은 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봄철 감기 조심하시길 ~~~♡♡♡
좋은시 게시판 하나 만들어주셔요
@문복 박경채 이미 만들어 놓았는데,
모르시고 자유게시판에 올리신 것 같아
모두 옮겨놓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