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유전학과 후성유전학의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 결과가 우리에게 행동의 일차적 요인은 환경이 아니라 유전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있다. - p.108
책 <사이코패스 뇌과학자>를 읽으며, 나는 2가지 생각을 계속 반복했다.
첫째, (사이코패시의 특징을 읽으며) '어? 이런 모습... 나한테도 있는 것 같은데?' 라는 생각과
둘째, '그래서 적절한 교육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라는 생각을.
이 책이 시사하는 주된 쟁점은 꽤 오래 전부터 소설, 영화의 소재였다.
예를 들면,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사전에 체포해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일을 하는
주인공이 우연히 자신의 유전자를 검사해본 결과, '예비 범죄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사건에 휘말리는 영화라던가.
세간을 뒤흔드는 범죄 사건을 일으킨 인물이 붙잡히면 언제나
'사회적 격리'와 '재사회화' 간의 논쟁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다.
범죄의 유형, 범죄 횟수, 범죄자의 나이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이 뒤섞여 소란스럽다가 이내 잠잠해진다.
사회화 기관에서 하루를 보내며 바람직한 사회화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도
모든 인간 유형이 교육을 통해 바람직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렇다고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을 아무 이유 없이(단지 유전자를 보유했기에)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은
합당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방법이므로 가능한 선에서 실용적인 측면으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1. 모든 아동이 건강한 양육 환경 아래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상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그 연쇄 살인마가 드디어 붙잡혔을 때 여러 매체에서는 살해 동기를 비롯해 그가 살아온 행적을 샅샅이 파헤쳤다. 내가 또렷히 기억하는 연쇄 살인마는 두 명인데, 둘 중 누구의 것인지 구분되지 않지만
'어린 시절 양육자로부터 학대를 받았으며, 교사도 그를 무시하고 멸시했다.'는 이야기를 기억한다.
독재자를 포함해 모든 사이코패스가 어릴 때부터 '정신병자'라는 소리를 들었으며,
하나같이 학대를 받았고, 생물학적 부모를 한쪽 이상 잃은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 p.125
아동 학대로 인한 아이의 죽음을 접할 때면 심장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겪는다.
'저출산', '낮은 출생율'에 대한 걱정과 염려 전에 우리에게 온 아이가 우선 건강하게 잘 자라날 수 있는 세상이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
2. 개인의 유전 정보를 미리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면 어떨까?
개인은 저마다 서로 다른 기질을 갖고 태어난다. 유전의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저자 역시 아이에게 알맞은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하나의 낙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 가능한 부작용이 존재하지만, 분명 이점 역시 클 것이다. 예를 들어, 육체적 또는 정신적 건강상의 취약점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면 아이에게 필요한 자양분을 미리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이나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두드러지게 결핍되어있을 경우 역시 미리 파악하고 있다면 친사회적인 존재로 길러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여전히 내 머릿속에 쉴새 없이 떠오르는 부작용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유전체는 당신이 태어날 때 물려받은 책이고,
후성 유전체는 당신이 그 책을 읽는 방식이다.'
는 문장이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우연한 기회로 스스로가 물려받은 책이 어떤 종류인지 알게 되었고, 그 이후 자신이 가진 전문적 지식을 통해 그 책을 읽는 올바른 방식을 깨달았다.
아이들에게 문법을 가르치며 선어말 어미 '-겠'이 추측의 의미를 지닐 경우, 주어가 1인칭일 때 사용은 부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추측은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행위이므로 스스로의 행위를 모르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가장 어려운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자신'이라는 이 모순적인 사실에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할 것이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역시 부지런해야한다는 점을 또 한번 느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 바뀐 생각 등을 조금 덧붙이고자 한다.
1. 굉장히 특별한 유전자(천재, 혹은 저자와 같은 사이코패스와 같은)가 아닌 이상 아동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환경’일 듯하다. 저자가 지적한 유전자는 지나치게 예외적인 유형이었던 것 같다.
2. 주변 친구들에게 ‘좋은 유전자’와 ‘좋은 환경’ 중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을 택할 것인지 물어보니, ‘좋은 유전자’를 선택하겠다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 이유는 모두 타고난 것에 대한 특별함을 꼽았다. 문득 어떤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었는데, ‘사람들은 후천적인 것보다 선천적인 것을 더 뛰어난 능력으로 본다.’는 것이 떠올랐다. 특별함은 타고난다고 보는 의견이 더 우세한 듯하다.
첫댓글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실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유전의 힘에 손을 들어주신 점이 아직도 인상깊어요………… 팔랑귀인 저는 홀라당 설득당해버렸지만….🤔🤔 그만큼 두 요소 모두 중요하고 좋은 밸런스를 유지해야한다는 거겠죠?.. 정답은 없겠지만 꼭 기가막힌 답안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줄곧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