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이 왜 좋은지에 대해 영양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분석을 내놓은 책들이 많다. 그런데 미즈노 남보쿠의 『소식주의자』는 관상학적인 관점에서 소식을 주장한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소식을 하면 관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저자 자신도 장수한 사례에 속한다.
그는 1757년에 태어나 7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요즈음이야 78세가 흔한 세상이 되었지만 약 3백 년 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는 평생을 제철 음식으로 소식을 즐겨했다.
그래서일까 세계적인 소식 국가로 알려진 일본의 평균 수명은 단연 세계 최고이다. 오래 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문제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저자는 젊은 날의 우여곡절을 겪고 평생을 소식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평생 실천한 바를 책으로 담아놓았다. 따라서 이 책은 그의 소식에 대한 나름의 통찰을 넘어 삶의 지혜를 가득 담아내고 있다.
저자의 소식에 대한 철학은 확고하다. 그래서인지 ‘당신이 운명은 먹는 음식으로 결정된다’는 첫 주제부터 파격적이다. 즉, 음식이 관상을 바꾼다고 주장한다. 식사량의 다소에 따라 운명의 길흉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배불리 먹는 것이 아니라 적당량을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장에서 주로 이야기되는 내용은 소식을 할 것, 먹는 양을 일정하게 할 것, 규칙적인 식사를 할 것, 소식과 조식(粗食)을 동시에 실천할 것, 평생 먹을 음식의 양이 정해져 있다면 작게 나누어 먹을 것 등이다.
중국 고서에 복팔분(腹八分) 이면 무의(無醫)라는 말이 있다. ‘배 속을 8할만 채우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이다. 이는 대식과 폭식을 경계한 말로 결국은 소식으로 요약된다. 실천 방법으로 항상 자기 생활수준보다 낮은 정도의 조식(粗食), 즉 검소한 음식을 권하고 있다.
식사시간이 불규칙한 사람은 길상이라고 해도 운세는 흉한 법으로 정신이 망가진다. 음식을 절제하여 소식을 실천한다고 해도 불규칙한 식사는 절제를 망친다. 식사시간을 불규칙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처럼 모두 과도한 욕망의 표현이다.
식사량이 들쑥날쑥 하는 것은 정서가 불안정하게 돼서 신체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이는 자칫 큰 병을 불러올 수 있다. 사람의 몸은 영혼이 기거하는 집이다. 집이 무너지면 당연히 영혼이 무너지고 영혼이 무너지면 또한 집이 무너지는 법이다.
밥 한 그릇에 반찬 하나로 식사하라. 절제하여 소식하며, 술과 고기를 멀리하고, 곡식과 채소로 검소한 조식까지 실천하는 사람은 천수를 누린다. 그러나 항상 소식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조식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사람이 세상에 나올 때는 반드시 평생 먹을 양만큼의 식복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따라서 대식하고 폭식하면 수명이 풀어들 수밖에 없다. 평생 먹을 양을 30년에 다 먹으면 30년을 살고 만다. 반면 평생 먹을 음식을 100년에 나누어 먹으면 100살을 살게 된다.
우리가 매일 먹은 음식의 양과 종류를 일정하게 하고, 시간을 엄격하게 정하지 않으면 사람의 원기가 쇠퇴하고 하늘의 기운 또한 쇠퇴하게 된다. 따라서 식(食)을 정(正)하는 일을 모든 것의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두 번째 장의 제목은 ‘봉황은 물 이외에 어떤 것도 먹지 않는다.’는 것으로 흥미롭다. 식탐을 경계한 말일 것이다. 이 장에서는 소식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보다는 소식과 포함한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옛 이야기이므로 조심스레 가려 읽어야 할 부분이다.
세 번째 이야기의 제목은 ‘밥그릇의 크기를 줄일수록 부와 장수의 크기는 늘어난다’는 것이다. 밥그릇의 크기를 줄이는 것은 소식을 통한 장수를 유추할 수 있으나, 부와의 연결은 뜻밖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부와 명예가 뭐 그리 중하겠느냐고 되묻는 발상은 어리둥절하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조금 황당해 보이는 이 말이 저자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과는 원인에 추종되는 것이다. 저자의 시대에는 장수가 곧 부였을 것은 얼마든지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어떻든 소식의 핵심은 복팔분으로 이는 여러 곳에서 거듭 강조된다. 질병 없이 잘 살기를 원하면 배 속의 8할을 채우는 복팔분을 원칙으로 하고, 100세까지 부와 명예와 천수를 누리기 원한다면 배 속의 6할을 채우는 복육분을 실천하라고 한다. 이것이 신선의 경지라고 했다.
이 책은 관상과 소식을 초지일관하여 관련짓고 있다. 이 책은 빌어먹을 관상도 소식하면 바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주장은 엉뚱하다. 젊어서부터 음식을 절제하면 말년에 자식들에게 의지할 일도 없고 자식으로 인해 고통 받을 일도 없다는 것이다. 재산이 넉넉하니 자식에게 기대지 않아도 된다. 곧 관상이 좋아졌다는 말이다.
네 번째 이야기는 ‘성공하는 사람은 남의 덕을 말하고 실패하는 사람은 남의 탓을 말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통용되는 말처럼 느껴져 고개가 끄덕여진다. 매사에 불평이 많은 사람은 주변에서 사람이 사라지고, 이는 성공에 심각한 걸림돌이 된다.
100세 시대가 덕담처럼 회자되더니 요즈음은 아예 그것은 당연한 말처럼 일상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장수한 분들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100세를 사는 분은 100세를 살만한 무엇인가가 생활 속에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 중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식습관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 소식이 있음도 분명하다.
첫댓글 교육 블로거 '방랑객'의 글을 요약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