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봉사자 이상하
안녕하세요?^^ 저는 김해 구산동에 살고 있는 이 미용 봉사자 이상하입니다. 한마음학원과 인연을 맺은 지4월이면 만 5년이 됩니다. 산언덕 양지 바른 곳에 자리한 이곳은 올 때 마다 가슴이 설레고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학원이 눈앞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더 바빠집니다. 우리 친구들을 볼 마음에..., 이번에는 얼마나 컸을까, 살은 좀 쪘을까, 빠졌을까, 안색은 좋은지, 나쁜지, 모든 것이 궁금해집니다. 처음에는 친구들마다 가지고 있는 개성을 잘 몰라 허둥댔지만 지금은 이런 저런 색깔을 경험으로 익힌 터라 여유롭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돌아오는 발걸음은 친구들의 깔끔해진 모습에 더욱 행복 충만해서 다음 달을 기약하며 남은 한 달을 잘 보낼 수 있답니다.
한마음 학원과 인연이 되기까지는 우연이 아닌 필연에 의해 봉사하게 되었습니다. 서른 중반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해서 보니 시 조카가 선천성 자폐로 시설에 있었습니다. 조카가 어릴 때는 명절마다 외박을 나와 얼굴을 알고 있었습니다. 가끔 형님(시누이) 얼굴을 뵐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당신 손으로 자식을 키우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으로 사시는 것 같아 안색이 늘 어두웠습니다. 모든 것을 가슴에 묻고 사셔야 하는 그 심정이 오죽할까 싶어 작은 힘이나마 형님께 보태고 싶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조카가 있는 곳에 가서 머리를 잘라 주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마음이 갈수록 간절해 졌습니다. 하루 빨리 가고 싶은데...,조심스런 성격이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고 또한 환경에 발목이 잡혀 기회가 오기만을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결혼 8년차 2011년 둘째가 5살 되던 해, 3월 달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나에게도 자유가, 하루 중 잠깐의 여유가 생겼지요. 문득 4월 달 ‘김해 시보’를 꼼꼼히 훑어 내려가던 중 마음을 사로잡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한마음학원’ (이 미용 봉사자 모집) 가슴이 막 방망이질을 해 댔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봉사의 기회가 왔단 말인가? 조카가 생각났지만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용기 없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느낌이 들어 고마운 생각도 들고 기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누가 나를 간절히 부르는 소리로 들려 전화를 하지 않고는 안 되었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수화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이내 건너편에서 담당 선생님의 낭낭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방문 날짜를 예약하고, 당일이 되었습니다, 설레임반, 기대반으로 친구들을 한 명 한 명 맞이하며 미용을 해나가던 중, 다음 친구가 들어오는데 낯이 익은 친구가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도 머리를 다듬어 주고 싶어 했던 조카가 내 눈앞에 서 있었던 것입니다. 이름을 몇 번이나 부르고 또 부르며 조카 얼굴을 내 품안에 안자 눈물이 하염없이 흘려 내렸습니다. 미안했습니다, 이제서야 오게 되어,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이곳으로 발걸음하게 해 주셔서,
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쁨도 잠시....,이 기분은 뭐지? 예전에 형님께서 조카가 어디에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너희들도 언제 시간 나면 한번 가 봐라”고 말씀 하셨는데, 당장은 갈 마음이 없던 터라 건성으로 흘러들었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형님께도, 한마음 학원 원장님이하 모든 분들께도, 면목이 없었습니다. 숙모라는 사람이 조카가 어느 시설에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자체가 생각할수록 말이 되지 않고, 기가 막혀 며칠 잠도 설치고 밥도 먹지 못했습니다. 소심한 사람이 견뎌내려고 하니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언제까지나 자책하며 우울한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스스로 용기를 내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형편없이 미약한 사람이 되었지만, 끝은 창대해 질것이라 다짐하며, 나에게 건강이 주어지는 그날까지 조카와, 그리고 함께하는 모든 친구들을 멋지고 아름답게 해 줄 것이라고..., 나이 든 미래의 모습까지 그려봅니다. 그래서 오늘도 행복합니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더 행복합니다.
갈 때 마다 매번 느끼지만 한마음 학원은 언제나 활기차고 정이 물씬 느껴지는 곳입니다. 그리고 원장님이하 선생님들, 사명감과 사랑 없이는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몸소 체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존경합니다. 앞으로도 한마음 학원이 어느 시설보다 사랑이 가득한 곳이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