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맞이해안도로의 시작점이 되는 오조포구
지금, 2022년 2월까지 정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엔 도망으로 넘어온 제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나는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오히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이 도망이 운명인 거겠지.
나와 맞는 주파수를 가진 제주.
나는 현재 이곳에서 미래를 그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기분이 울적할 때면 나는 드라이브를 가곤 한다. 제주에 산다는 건 이런 특혜를 누리라고 있는 거니까. 특히, 제주의 푸른 바다를 향해 달리면 묵혀두었던 스트레스도, 또 울적한 기분도 풀린다.
자주 드라이브를 떠난다는 건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이니 최대한 안 하는 게 좋겠지만, 최근 들어 고민이 많아 그 고민들이 모이고 모여 스트레스로 바뀌었고, 머리가 깨질 듯 아픈 순간이 잦아졌다. 나는 이 모든 고민을 바다에 털어두고자 드라이브를 떠났고, 서쪽과 동쪽을 고민하다 동쪽 코스를 택했다. 그리곤 동쪽 바다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 '해맞이해안도로'로 여정을 떠났다.
해안도로에서 만나는 풍경, 하도 방파제와 철새도래지
해맞이해안도로
제주는 보통 동쪽과 서쪽으로 여행을 구분 짓는다. 만약 동쪽을 여행한다면, 이곳 해맞이해안도로로 여정을 떠나보자. 동쪽 해가 뜨는 방향의 해안도로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해맞이해안도로'는 제주시 구좌읍의 김녕리를 시작으로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까지 해안을 따라 조성된 약 27.8km의 도로이다. 올레 21코스에도 포함된 이 도로를 드라이브하다 보면 해맞이 명소로 유명한 성산일출봉과 하도해변, 토끼섬, 세화해변과 월정리해수욕장 그리고 김녕해수욕장까지 만날 수 있다. 동쪽의 바다 전부를 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해맞이해안도로. 도로를 드라이브하면서 제주의 맛집, 카페, 명소 등을 중간중간 방문하면 하루 여행을 완벽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사진 / 저멀리 보이는 작은 섬, 토끼섬은 해안도로를 달리는 묘미 중 하나로 다가온다.
해맞이해안도로 여행기
기분이 울적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었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한숨을 몇 번 아니, 수십 번은 쉰 거 같다. 스트레스가 머리를 지배하니 두통도 끊이질 않았다. 도저히 이대론 안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 나는 곧바로 이불을 걷어차고 밖으로 나왔다. 생각을 덜어내기 위해, 드라이브를 하기 위해 말이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밖은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두번째 사진 / 하도리, 세 번째 사진 / 별방진 지금의 별방진은 유채가 활짝피어 봄 여행지로도 알맞다.
무작정 떠난 성산
비가 오는 날 무얼 하는 건 생각보다 싫은 일이다. 약속이 없는 날이면 집에서 빗소리 듣는 걸 좋아하는 내게 이 상황은 최악이다. 하지만, 집에 있으면 고민은 더 깊이, 더 많이 쌓일 것을 알기에 나는 곧장 차 시동을 걸고 성산으로 향했다. 누구는 물을 것이다. 왜 길을 따라 김녕부터 가지 않고 성산부터 가냐고. 드라이브의 팁을 하나 주면 성산부터 시작해야 바다 옆으로 달릴 수 있다. 우리나라 운전 방향을 생각하면 이해가 단박에 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성산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그곳부터 시작해 하도해변, 세화해변, 월정과 김녕까지 드라이브를 할 수 있었다.
Tip
해맞이해안도로 드라이브를 한다면, 성산을 시작으로 김녕까지 가자. 김녕부터 시작하면 제주의 바다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 자동차가 어느 방향으로 운전을 하냐를 생각하면 된다. 성산부터 시작해야 바다 옆을 달릴 수 있다.
안녕 바다
성산 바다에 도착한 나는 금세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운전을 하면 잡다한 생각이 사라지고, 좋은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하는 이치가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물론 흐린 하늘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럼 어떠한가. 푸른 바다가 하늘보다 파란데! 나는 이 바다에 내 고민과 스트레스를 던져두기로 했다.
사람이 없는 오조포구에서 크게 소리를 한 번 지르고 떠난 드라이브.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리듬에 맞춰 천천히 드라이브하며 바다와 동화되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조금씩 내 스트레스를 바다에 던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옳았어
동쪽의 바다는 역시나 옳았다. 하얀 풍력발전기가 돌고, 푸른 바다가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또 별방진에 피어난 유채꽃은 우연히 만난 선물처럼 봄의 향기를 느끼게 했다. 그렇게 월정리까지 쉼 없이 달린 나는 내 고민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근데 생각보다 이 고민은 심플했다. 또 가벼웠다. 고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무거웠던 어깨가 가벼워지는 기분을 느낀 나는 이 드라이브에 감사했다. 그리고 추적추적 비 내리는 날에도 이렇게 드라이브를 떠난 나 자신을 토닥였다. 너의 선택이 옳았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요새는 제주 여행을 당일치기로 또, 1박 2일로 떠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에게 가장 알맞은 여행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당연 드라이브라 말하고 싶다. 서쪽의 해안도로를 달리거나, 동쪽의 해안도로를 달리는 드라이브 말이다. 그렇게 여행을 한다면 자연스레 제주 바다를 느낄 것이고, 기분이 퍽 좋을 것이다. 특히 동쪽을 여행한다면 '해맞이해안도로'로 드라이브하자. 성산일출봉부터 유명한 관광지인 월정리해수욕장, 김녕해변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거기에 더해 근처 아름다운 식당과 카페가 많아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짧은 여행을 하는 여행자들에게 가장 알맞은 여행법. 그 해답은 이곳 '해맞이해안도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