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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첫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지난 12일 오전(현지시간) 남극 테라노바만에서 열린 장보고과학기지 개소식 전후 기지 뒤편에서 정박 중이다. 남극 공동취재단 |
- 두께 1m 얼음, 시속 3노트로 부셔
- 남북극 공동연구 등 수요가 공급 초과
- 해수부 2019년 목표
- 기획연구 등 로드맵
- 美·러시아 2척 보유
- 中·獨은 2호 건조중
- 설계·건조·감리 경험
- PK조선소 수주 유력
- 경제 파급효과 기대
- 아라온호 인천 기항, 예산 낭비 등 비효율
- 모항 조속 부산 이전…보급·수리 일괄처리
올해 안에 제2 쇄빙연구선 건조를 위한 절차가 시작된다. 한국이 지난 12일 장보고과학기지 준공으로 남극에 상주과학기지를 2곳 이상 보유한 세계 10위 국으로 우뚝 선 데 이어 한국도 쇄빙연구선 2척을 보유한 국가를 향한 첫걸음을 떼는 셈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쇄빙연구선을 2대 이상 보유(지난해 말 기준)하고 있고, 중국과 독일은 제2 쇄빙연구선을 건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몇 년 안에 한국은 남극기지 보유 세계 10위, 쇄빙연구선 보유 세계 5위 국가로 발돋움하게 된다.
■'쇄빙연구선 세계 5위' 도전
해양수산부 김현태 해양개발과장은 16일 "올해 안에 제2 쇄빙연구선 기획연구를 위한 공고를 내고 건조를 위한 첫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2 쇄빙연구선의 필요성에 대해 해수부 측은 ▷북극항로 개척 지원 ▷북극 연안 8개국 공동연구 ▷장보고과학기지 보급 ▷남극 로스해 지역 공동연구 등을 꼽았다. 기획연구란 500억 원 이상 소요되는 연구개발(R&D) 신규과제를 신청할 때 그 타당성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다. 아라온호 취항 이후 5년간 운항실적 분석 및 미래 수요예측 조사가 포함된다.
기획연구 공고가 나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등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 같은 전문연구기관이 용역 수주에 참가하고, 낙찰된 기관에서 조사를 맡는다. 기획연구가 끝나면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예비타당성을 신청하게 되고, 그 결과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에 예산을 신청하며 기재부와 국회 심의를 거쳐 예산이 반영된다. 아라온호의 건조 과정을 보면 6년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라면 한국은 2019년께 제2 쇄빙연구선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미국 러시아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5위의 쇄빙연구선 2대 이상을 보유하게 된다는 의미다. 현재 17개국에서 극지 연구활동을 위해 20여 척의 쇄빙연구선을 운항하고 있다. 쇄빙연구선은 연구 인프라를 갖춘 배로, 단순한 쇄빙선과는 다르다. 군함을 비롯해 쇄빙 기능이 달린 쇄빙선은 많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10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북극정책 기본계획'을 통해 제2 쇄빙연구선 건조 타당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수부는 "2009년 11월에 건조된 아라온호는 지난해 365일 중 311일을 바다 위에서 활동했는데 이미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상태"라고 말했다. 아라온호에 정통한 한 관계자도 "아라온호가 남극 장보고기지 배후 지원에 동원돼 피로도가 극심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김종훈 국회의원은 최근 아라온호 선상에서 열린 남극 공동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늦었지만 발 빠른 대응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제2의 아라온호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 특수선 하나로 북극과 남극을 왔다 갔다 하기에는 상당히 어렵겠다"고 지적했다.
■제2 쇄빙연구선 부·울·경 기술로
쇄빙연구선 건조를 위한 국내 기술은 부산과 경남이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도 부산 울산 경남 조선업계에서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 아라온호에 대한 기술개발과 실시설계는 STX조선해양(본사 경남 창원시 진해구)이 맡았고, 쇄빙연구소의 건조와 감리는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이 담당했다.
두께 1m의 얼음을 시속 3노트로 쇄빙이 가능한 7487t급 최첨단 쇄빙연구선의 건조 기술 노하우를 부산과 경남이 보유한 셈이다. 당초 쇄빙능력을 갖춘 종합해양조사선 기술개발 및 기본설계는 극지연구소의 본원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해양과기원)이 맡았다. 해양과기원은 내년 12월 부산으로 이전한다. 아라온호 총사업비가 1080억 원에 달해 제2 쇄빙연구선을 부·울·경에서 건조하면 지역 경제와 조선 및 조선기자재업계 발전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해양과기원 부설 극지연구소가 인천에 잔류하기 위해 아라온호의 인도명명식을 2009년 11월 6일 인천내항 1부두에서 강행함으로써 극지 및 해양수도인 부산은 자존심을 구긴 바 있다.
남극 장보고기지 준공을 계기로 아라온호의 모항을 부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북극을 운항한 뒤 모항인 인천으로 가기 위해 부산에서 2박 3일이나 걸리고, 연료비 2억~3억 원을 들여 비효율과 예산 낭비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아라온호 운영을 위해 연료 보급, 선원 충원, 선용품 공급 등을 하는 부산이 모항 역할을 맡아야 하고, 수리 업무도 건조를 담당한 한진중공업에서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암반활주로 건설 논란
- 동계 응급환자 수송, 비상보급 위해 필요
- 제설·유지비용 부담…해수부 "계획 없다", 伊 활주로 사용 검토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개소를 계기로 제2 쇄빙연구선 건조가 먼저냐, 아니면 남극 항공망 구축이 먼저냐는 논란이 해양수산부 안팎에서 뜨겁다.
해수부 김현태 해양개발과장은 16일 "극지연구소가 암반활주로 건설 연구 용역을 했는데 하계 때에만 조사했다. 그걸 가지고 활주로를 만들 수는 없다"면서 "활주로를 지을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그는 "장보고기지에서 8~10㎞ 떨어진 이탈리아 주켈리 기지에서 암반활주로를 짓는 계획이 있는데 이탈리아와 공동으로 사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활주로는 동계 기간 응급환자 수송 및 비상 보급을 위해 필요한데 이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반면 활주로가 건설되면 이번 장보고기지 개소식 때처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비행기로 남극의 미국 맥머도 기지에 도착한 뒤 다시 장보고기지까지 1박 2일 걸려 아라온호를 타고 오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그 시간에 아라온호는 본연의 연구작업에 매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남극전문가인 이동화 남경엔지니어링토건 대표는 "현재 남극 활주로는 계곡과 계곡 사이 얼음을 깎아 만든 '빙원활주로'와 얼어붙은 바다 위의 '해빙활주로'여서 1년 내내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장보고기지 인근 1년 내내 눈이 쌓이지 않는 맨땅에 1.8㎞ 길이의 '암반활주로'를 건설하면 남극 연구·개발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다른 나라 활주로 사용료를 아끼고 빌려주면 이용료까지 벌 수 있어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극지연구소는 남극 장보고기지 암반활주로 후보지에서 시범 비행한 결과 등을 토대로 2012년 12월 '남극 장보고기지 활주로 건설 및 항공망 구축방안' 보고서를 내고 암반활주로의 필요성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해수부는 활주로 건설에 따른 제설장비, 유지관리 인원까지 검토해야 한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해수부와 극지연구소는 현재 활주로 건설보다는 제2 쇄빙연구선 건조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 제2 쇄빙연구선 추진 예상 로드맵 | 2014년 하반기 | 제2 쇄빙연구선 기획연구 | 2015년 | 건조사업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 2016년 | 쇄빙연구선 기술 개발 및 실시설계 | 2017년 | 쇄빙연구선 건조 및 감리계약 | 2018년 | 착공 | 2019년 | 추진기 탑재 및 진수, 인도 | 2020년 | 쇄빙연구선 종합시험항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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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제원 | 전장 | 111m | 폭 | 19m | 깊이 | 9.9m(주갑판) | 총톤수 | 7487t | 쇄빙능력 | 두께 1m 얼음 시속 3노트로 쇄빙 | 경제항해속력 | 12노트(최고 16노트) | 승선인원 | 85명(승무원 25명, 연구원 60명) | 항속거리 | 약 2만 해리 | 운항지속시간 | 약 70일 | 총사업비 | 1080억 원 | ※자료 : 해양수산부, 극지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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