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선생님을 만난 거 보니 내가 인복은 있나 봐요.”
사례관리팀에 신입 사회복지사로 입사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입니다. 아직 업무를 파악하고 한참 적응하는 중이라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 뵌 경험이 10번 안팎일 듯합니다.
바로 며칠 전 주거환경개선사업 모니터링을 위해 가정 방문을 진행했습니다. 잘 왔다고, 들어오라며 손짓을 하시고 집 내부로 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커피 줄까? 아니면 박카스?”, 괜찮다며 한사코 거절하자 “뉴케어 줄까 뉴케어?” 하시며 하나라도 주고 싶어 하셨습니다.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현관 방충망이 설치되는 동안, 인사차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말을 꺼냈습니다. 어르신은 올해로 암 수술을 세 차례나 받은 아픈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며, 암으로 남편과 자식을 떠나보내고 남은 자식들도 아프기만 한 것이 본인 탓이라고 하셨습니다. 절대 어머님 탓이 아니고 어머님이 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 한다고, 오늘 처음 뵀는데 앞으로 더 오래 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은 말동무가 생겨 신난 아이처럼 본인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때로는 눈물을 훔치며 말씀하셨습니다. 어르신은 5남매의 어머니로, 남편은 약 15년 전, 첫째 아들은 약 3년 전 암으로 사망하였고 둘째 아들과 거주 중으로 둘째 아들이 암 수술을 세 번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 외 다른 자녀들과는 왕래가 거의 없어 가족들이 보고 싶고 외롭다고 하셨습니다. 현재 함께 거주 중인 둘째 아들은 노숙인이었는데, 어르신과 함께 살게 되면서 아들도 수급자로 등록했더니 수급비가 낮게 나와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신입 사회복지사라 지식도, 경험도 부족하여 적절한 자원을 연계해드리지 못하는 것 같아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누면서 어머님의 깊은 사정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오신 어머님의 상황이 안타까운 동시에, ‘어르신께서 내가 아닌 다른 경험 많은 사회복지사와 만났다면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례관리 담당 사회복지사는 당사자 개개인의 사정을 알고, 그에 맞는 적절한 자원을 연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회복지사로서 첫걸음을 내딛는 과정 중에 있기에 부족한 점도 많고 앞으로는 실수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어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내가 선택한 길임을, 그리고 내가 왜 선택했는지를 잊지 않고 하루하루를 보내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어르신들과 만나 소통하고 더 나은 변화를 지원하는 사회복지사가 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