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씨의 「진도견」에는 진도에서 개사육 경험이 많아 대가로 꼽히는 분들을 읍면별로 1명씩 골라
그들의 견해를 모은 자료가 있다.(1970년대 중후반)
구춘홍씨(62세 군내면 분토리)
얼굴은 고양이 얼굴, 발은 호랑이 발, 꼬리는 족제비 꼬리라고 생각한다. 꼬리가 말리면 바람을 탄다. 코문이 덮이고 크며 구멍이 빤히 뚫여 보여야 한다. 거친 털이 거꾸로 꼬여 섞여 나있는 놈이 악종이다. 흰개가 검정털이 섞여도 좋다. 노란개에 흰털이나 검은 털이 섞여도 재주가 있다. 그러나 노란개에 흰털이 많이 섞여 버리면 간사스럽다. 눈알은 붉어야 한다. 개는 3년 커야 제 몸집이 나타나고 7년이 지나면 늙어 게으름 피운다. 배는 뒷등에 올라 붙어야지만 뒷이 앞보다 높은 것은 잡종이다. 「개 키우듯 한다고」 못 먹이는 것이 잘 하는 것 같지만 살이 오르지 않으면 개가 제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잘만 먹이면 좋은 것은 아니다. 적당히 먹이고 하루 최소한 2천리(2천 미터의 오기로 보임)는 뛰어야 한다. 개마다 특성이 있는 법이다. 오소리 같은 굴 짐승 잡는 개는 굴개라 해서 허리가 홍두깨처럼 생겨야 하고 노루를 쫒아잡는 개는 달음질하도록 발이 잘 생겨야 한다. 외골장사라고 개다리는 골격이 잘 생겨야 한다. 주둥이는 명주꾸리 감아놓은 것처럼 생기면 좋다. 개는 보기만 좋아서는 키울 필요가 없다. 재주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쥐를 잘 잡든지 집을 잘 지키든지 어떤 특징이 없이 보기만 좋은 개는 진도개가 아니다. 나는 20여년전 개 1마리를 나주사냥꾼들에게 말 1필 값에 판적이 있다. 한달만에 돌아왔는데 나룻배로 건너 오더란다. 나주에서 혹시나 하고 찾으러 왔는데 개가 눈치를 채고 집에 들어오지 않고 산에 숨어버려 3일만에 잡아 보냈다. 진도면 산월리 김일록씨(55)는 노모가 나들이를 갔다가 돌아오던 길에 빙판에 미끄러져 다리를 삐어 꼼짝 못하고 죽게 된 것을 개가 뒤다라 오다가 집에 달려와 주인의 옷깃을 물고 안내해 노모를 살린 일이 있다. 덕병사람들은 개를 영암에 팔았는데 한달만에 산에 개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 일이 있다. 목에 쇠줄을 찬 채 영암의 주인집을 도망쳐 울돌목을 헤엄쳐 옛주인 집을 찾아 산을 넘던 길에 쇠사슬이 나무가지에 걸려 죽고 말았던 것이다. 의신면에서는 자유당시절 전방에 군용견으로 개를 판 일이 있었다. 이 개가 38선 부근 전방에서 달아나 옛 주인을 찾아왔다. 몇달이 지나 전방의 군인들이 다시 그 부락에 개를 사러와서 전에 사간 개를 발견하고는 다시 값을 배나 더 주고 사간 일이 있다. 「몇달 전 당신이 판 개를 잃어버렸으나 천리길을 되돌아 바다를 건너 옛주인을 찾아온 이런 명견을 옛날 개값만으로 다시 찾아갈 수는 없으니 두배 값을 더 받으라」 며 값을 다시 치뤄 주더라는 것이다. 그 군인이 개를 찾아가며 부두에서 여객선 선원들에게 개 찾아가는 얘기를 했더니 「주인없는 개들이 배에 올라 건너는 일이 자주 있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천리이상 떨어진 옛 주인을 찾아오는 개는 진도개 말고 또 없을 것이다. |
고양이 얼굴, 호랑이 발은 겹개나 면개의 특징이고 족제비 꼬리는 홑개의 특징이므로
서로 발란스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꼬리가 말리면 바람을 탄다는 말의 의미는 불분명하다.
코문은 콧구멍 옆에 수평으로 찢어진 틈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 코문이 크면 호흡에 유리한 것은 자명한 일이나 덮이면 좋다는 말의 의미는 불분명하다.
콧구멍이 뚫여 보여야 좋다는 것은 여러 사람이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거친 털이 거꾸로 꼬여 있거나 흰개에 검정털이 섞여 있거나 노란개에 흰털이나 검은 털이
섞여도 좋다고 한 것은 다시 말하자면 여러가지 모색 유전자가 섞여 있는 개가 좋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똥개, 잡종이 순종보다 우수하다)
눈알이 붉어야 한다는 것은 요즘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취향으로 보인다.
굴개는 허리가 홍두깨처럼 생겨야 한다는 말은 허리가 홍두깨처럼 길고
약간 불룩하게 보이는 것이 좋다는 의미인 것 같다.
개가 보기만 좋아서는 안되고 재주가 있어야 된다고 하면서, 쥐를 잘 잡는 개, 집을 잘 지키는 개를
예시로 들었는데 구춘홍씨는 사냥성 이외에 경비견으로서의 능력도 중시하고
귀가성이나 충성심 등 진돗개의 성품을 더욱 더 중시한 것 같다.
첫댓글 김정호 선생님의 진도견이란 책을 몇 번 반복해서 읽었었는데
구춘홍님의 인터뷰 내용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기억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새로운 글을 읽은 느낌이었습니다.
누룩님! 올려주신 글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