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물결 위로 실바람이 지나갑니다. 호숫가 갈대숲이 파도를 타듯 군무를 춥니다. 호젓한 포구에 매어 있는 빈 배가 끄덕이며 화답을 합니다.
비어있는 하늘 비어있는 호수 찾는 이 없는 빈 배는 채우기 위한 여백의 그리움입니다.
공허한 바람이 가슴을 뚫고 지나갑니다. 멈추지 않는 시간처럼 바람은 그렇게 어디론가 흘러서 자취를 감춥니다.
한때는 활력이 넘치도록 채워졌을 정감의 소란 뒤에 비어있는 배는 고요한 적막의 그늘에 기다림의 시간을 안고 잠들어 있습니다. ~~~~~~~~~~~~~~~~~
비어있다는 것은 채워지기를 위함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소망스런 꿈 삶에서 갈망하는 세상 모두를채울 수 없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쩌면 그런 여백이 있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자람은 아쉬움이 아니라 채우기 위한 소망입니다. 비어있는 하늘과 호수는 채색되기 위한 여백입니다. 빈 배는 시간 흐른 뒤 누군가 타고가길 바라는 바람의 시간이며, 우리 사는 이 시대에 잠시 쉬어가는 쉼표같은 공간입니다. 언젠가는 누군가 뱃머리에 앉아 떠나기 위한 기다림의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