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실업의 두려움을 느끼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Daniel Susskind가 TED에서 한 강연인데 흥미있는 주제라서 소개 한다.
최근 들어 자동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많은 직업 분야에서 로봇이 인간을 대체 하게 될 것이고, 그것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엄청난 발전 때문이라는 것이다. Susskind의 연구 에 의하면 미래는 힘들지만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 기술발전으로 인해 직장을 잃을 위험은 있지만 이 문제는 우리에게 즐거운 일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결론을 내렸는지를 밝히기 위해 세 가지 미신(myth)을 Susskind는 다음과 같이 반박 하고 있다.
자동화의 미래를 이해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는 미신들이다. 책이나 영화, TV방송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중 하나가 한 무리의 로봇이 작업장에 모여 든다. 그들의 목적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 겠다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생각을 Susskiond는 ‘터미네이터 미신(Terminator Myth)’이라고 부른다.
물론 특정 업무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지만, 일부분 서로 보완함으로써 보다 가치있고 중요 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로봇은 직접적인 방식으로 인간을 도울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가 직접적 방식으로만 인간을 돕는 것은 아니다. 간접적인 방식으로도 도울 수 있다.
여기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 번째로, 경제를 파이에 비유해 보면 기술의 진보는 파이를 더 크게 만든다. 생산성이 커지면서 소득과 수요가 증가한다. 영국의 경제를 예로 들면, 3백년 전보다 100배 넘게 성장했다. 그래서 예전 파이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새로운 파이에서 일거리를 새로 찾을 수 있다. 다시 영국 경제를 예로 들면, 3백년 전에는 대부분 농장에서 일했다. 150년 전에는 공장에서 일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무실에서 일한다. 역시 마찬가지로 예전 파이에서 일 거리를 잃은 사람들은 새로운 파이에서 대신할 만한 일거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상보성 효과’라고 부른다.
이제 두 번째 미신을 살펴 보자.
바로 지능에 관한 미신(Intelligence Myth)이다. 차를 운전하거나, 의학 진단을 내리는 일, 새의 종류 를 한 눈에 식별하는 일.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최근까지도 쉽게 자동화될 수 없을 것 이라고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생각한 일이다. 그들은 지능에 관한 미신에 빠져 오판했던 것이다. 기계가 인간의 사고방식을 모방해야 인간을 능가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기계가 할 수없는 일들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자동화를 이렇게 상상했다. 인간이 기계를 책상에 앉혀 놓고 일의 작동방식을 설명해 준다. 기계는 그 설명을 이해하려 애쓴다. 이런 방식이 인공 지능 연구에서 한 때 유행했다. 그러면서 기계가 따라 할 수 있도록 일련의 규칙을 정하였다.
경제학에서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는 인간의 업무를 ‘루틴’이라고 부른다. 루틴은 자동화 할 수 있다. 반면에 이런 방식으로 설명이 안 되면 ‘논루틴’이라고 한다. 자동화 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이다. 오늘날 루틴과 논루틴으로 구별하는 방식은 멀리 퍼져 있다.
30년 전만 해도 이런 생각은 옳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조금 흔들리고 있고 미래에는 완전히 틀린 얘기가 될 것이다. 데이터 처리능력과 저장능력, 알고리즘 설계의 발전에 힘입어 루틴과 논루틴의 구별은 점차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의사진료의 경우를 다시 보면서 이를 살펴보자.
2017년 초 스탠포드 대학의 한 연구진이 어떤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주근깨가 피부암인지 아닌지 판단해 주는 시스템이었다. 일류 피부과 의사만큼 정확하게 했다. 시스템은 의학이라곤 하나도 모른다. 대신 패턴인식 알고리즘을 이용해 129,450개의 진료기록으로부터 유사성을 찾으며 검토하고 특정 피부 손상을 찾아낸다. 인간이라면 평생 검토해도 불가능한 양의 진료기록을 순식간에 분석한다.
이번에 세 번째 미신이다. 우월성에 대한 미신(Superiority Myth)이다.
상보성 원리에 따른 기술진보의 긍정적 측면을 간과하는 사람들은 한 가지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노동총량의 오류(Lump of Labor Fallacy)라고 알려진 실수다. 문제는 노동 총량의 오류라는 개념 자체 에도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Susskind는 ‘노동총량의 오류에 관한 오류’(Lump of Labor Fallacy Fallacy)라고 한다. 노동총량의 오류는 1892년 영국의 경제학자 데이빗 스콜로스가 만든 개념이다. 그는 부두노동자들에게서 당혹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당시 부두노동자들은 기계로 워셔를 만들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생산성이 높아진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현재 우리는 정반대다. 사람들은 생산성이 낮으면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부두노동자들은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이유를 묻자, “저는 잘못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의 일거리를 뺏고 있잖아요.” 그는 일종의 정해진 노동량이 있다고 생각 했던 것이다. 스콜로스는 여기서 오류를 찾았다. 노동의 총량은 정해져 있지 않다. 노동자가 기계를 사용해서 점점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나사받이의 가격은 낮아질 것이고 수요는 증가할 것이다. 노동 총량은 점점 커진다. 스콜로스는 이를 ‘노동총량의 오류’라고 했다.
기술의 진보로 일의 총량이 커진다는 생각은 맞다.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 하나 있다. 인간이 바뀐 직업 환경에 당연히 잘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월성의 미신이다. 일의 총량은 점점 커지고 변화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기계의 능력이 점차 발전하면서 그 여분의 일마저 기계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기술의 진보는 인간을 보완하기 보다는 기계를 대신 보완해줄 것이다.
그러면 이 세 가지 미신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터미네이터 미신을 통해 우리는 일의 미래가 두 힘의 균형에 따라 달라짐을 알았다. 하나는 기계가 인간 을 대체하며 일자리를 빼앗는 힘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을 도우며 일자리를 만드는 힘이다. 지금까지는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균형이 맞았다. 하지만 지능미신을 통해 우리는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려는 힘이 점차 강해지고 있음을 알았다. 물론 기계가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월성 미신을 통해 기계가 인간의 영역을 침해하는 과정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힘은 커지지만 긍정적 상보성 원리는 약화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들 세 가지 미신을 동시에 놓고 보면, 기계는 점점 유능해질 것이고, 인간이 했던 일을 점차 대신할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힘은 커지고 상보성 원리는 힘을 잃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균형 의 추가 사람에서 기계로 기울 것이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다. “길”이라는 용어를 쓴 이유는 아직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여정이 이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우리에게 즐거운 일이다. 인류역사를 볼 때 경제 측면에서 우리 모두가 살만큼 경제 파이의 크기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였다. 기원 후 1세기 무렵을 생각해 보자. 그 시대의 경제파이를 그 때 살았던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준다면 각자 몇 백 달러 정도 받을 것이다. 그로 부터 1,000년 후에도 사정은 거의 같았다. 하지만 최근 수백 년 동안 경제는 급격히 성장했다. 전 세계 의 1인당 GDP, 쉽게 말해 오늘날 각자가 가지는 파이 한 조각은 약 10,150 달러이다. 앞으로 경제성장 이 2%씩 지속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우리보다 두 배 정도 부유해 질 것이다. 경제가 1%씩 성장한다고 해도 우리 손자들은 우리보다 두 배 정도 부유해 질 것이다.
우리는 전통적 경제문제를 비교적 잘 해결해 왔다. 기술진보로 실업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해결할지 모른다. 파이를 키우는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것이다. 어떻 게 하면 모두가 파이를 나눠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지적한대로 이 문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업을 가짐으로 써 경제 안에서 자신의 몫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일이 적어지거나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제 몫을 얻을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지금 많이 논의되고 있는 해결방안의 하나로서 다양한 형태의 기본소득을 두는 방법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시도가 미국, 핀란드, 케냐에서 진행 중이다. 이것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당면과제이다. 새로운 경제시스템이 가져올 물질적 풍요를 모두가 누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파이를 나누는 기존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인간의 할 일이 점차 줄어들어 완전히 사라진 세상에서 말이다. (2019.6.28) |
첫댓글 진정한 시인은,가진 것이 많은 사람의 편, 권력을 가진 사람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위대한 시인은 가난하고 그늘진 자의 편에 서야하고 그런 삶을 마다하지 않아야 합니다. -피천득-
물질적 풍요로움에서 오는 도락적 행복 보다는 영성의 빛이 보내는 생의 즐거움에 부합하는 경제생활이 점점 보편화될 것입니다
좋은 말씀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