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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푸른한국 자문교수로 활동 중인 이화여자대학교 박석순 교수의 첨단환경기술(www.envitop.co.kr) 2007년 7월호에 게재 예정될 칼럼입니다.
긍정의 눈으로 본 한반도 대운하
朴 錫 淳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이메일: ssp@ewha.ac.kr
홈페이지: home.ewha.ac.kr/~ssp
지난해 9월, 내가 한반도 대운하 연구회 창립 준비를 위한 조찬 모임에 갔을 때만 해도, 나는 운하를 긍정의 눈으로 보지 않았다. 경인운하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 왜 하필 운하 이야기인지 의아해 하면서 난 그저 부르니 가보자는 식이었다. 그리고 그 모임에서 한반도 대운하 연구회의 명칭을 한반도 국토 선진화 연구회로 바꾸자는 제안도 했다.
지난 세기 저소득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파괴되었던 국토를 복원하고 환경선진국을 향한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인 국토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운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니 국토 선진화 차원에서 보다 신중히 검토해 보자는 것의 나의 의견이었다. 그리고 모 신문사와 전화 인터뷰에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점을 이야기하였다가 운하 반대론자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 후 내가 한반도 대운하의 깊은 뜻을 이해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처음 몇 개월 동안은 시중에 떠돌던 기술적 불가론이 그럴듯해 보였다. 그리고 터널, 인공수로, 준설 등으로 인한 환경파괴와 물길 연결로 인한 생태계 교란도 우려되었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을 만나고 많은 자료들을 검토하면서 내 생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TBC 대구 방송국이 1996년 1주년 기념으로 제작한 세편의 특집(제1편 물길을 잡아라, 제2편 살아있는 물길, 제3편 물류경쟁, 이제 수로다) 영상물은 내가 운하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 지방 방송국이 10년 전, 당시 전혀 정치적인 의도가 없었던 시절에 만든 이 영상물이 내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투자 없이 삼성그룹 두 개 만들어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쉽게 이해하려면 한강 본류 서울시 구간을 상상하면 된다. 현재 한강본류 구간은 신곡 수중보와 잠실 수중보를 이용하여 수위를 유지하고 여기에 유람선을 띄우고 있다. 만약 이 수중보를 없앤다면 백사장이 드러나고 지금의 낙동강이나 남한강 상류와 같이 바닥이 드러나고 수심이 얕아져 배를 운항할 수 없게 된다. 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물 마른 4대강을 한강의 서울 구간처럼 물을 채워 배를 띄우고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계획이다.
누구나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이해하고 나면 ‘도랑치고 가재 잡는’ 탁월한 아이디어라고 이야기 한다. 나 역시 이 말에 공감한다. 운하 계획에는 물류비용 절감, 일자리 창출, 내륙개발, 수자원 확보, 관광산업 활성화 등 이 시대 우리에게 절박한 요구가 모두 들어있다. 특히, 정부 예산을 쓰지 않고 이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발상임에는 틀림없다.
가장 큰 목적은 물류비용 절감이다. 현재 우리는 국내 물류의 89%를 도로, 9.4%를 철도, 1.6%를 연안해운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은 상당량 수로운송을 이용한다. 특히,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은 운하의 나라라고 할 만큼 수로운송이 일반화되어 있다. 도로와 철도망이 세계에서 가장 잘 발달되어 있다는 독일의 경우도 70%를 도로, 15%를 철도, 15%를 수로운송에 의존한다.
우리나라는 육로운송 의존율이 높기 때문에 교통혼잡이 심하고 에너지 소비도 매우 크다. 그래서 물류비용이 국민총생산(GDP) 대비 12%나 차지하며 이것은 선진국 수준인 8%에 비해 턱없이 높다. 정부 예측대로 2020년까지 국내 물동량이 2-3배 늘어난다면 고속도로를 몇 개 더 건설해도 교통혼잡이나 물류비용은 지금 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수로운송은 도로나 철도보다 느린 운송이지만 많은 화물을 동시에 싣기 때문에 물류비용이 1/3에서 1/5정도를 줄어든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 만든 자동차를 서울로 보낼 때 트럭은 한 번에 고작 8대를 싣지만, 배는 200대를 싣는다. 시간은 좀 더 걸릴 수 있다. 그러나 하루만 더 여유를 두고 물건을 선적하면 도로나 철도에 비해 몇 배 싼값에 운송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경부운하 하나만으로도 30만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모든 계열회사가 포함된 삼성그룹 두 개가 만드는 일자리와 맞먹는다. 그리고 그동안 침체되고 피폐해져가는 내륙도시에 항구를 만들어 지역산업을 활성화하고 주민들의 소득을 증대시키게 된다. 지역균형발전을 이끄는 힘을 불어넣자는 것이다. 여기에 경부운하 하나만으로도 10억 톤의 물을 저수하여 부족한 수자원 확보에 기여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다목적댐의 물을 합한 것이 130억 톤인 것에 비하면 10억 톤은 상당한 양이다. 또한 21세기 국가 GNP의 1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그동안 버려졌던 내륙의 문화유적을 다시 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무성한 반대론과 VIP의 관심
그러나 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수많은 반대론에 부딪히고 있다. 많은 경우 정치적인 이유다. 일등 주자의 대표 공약을 깨는 것이 승리로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부터 환경파괴와 식수재앙에 이르기까지 각종 반대론들이 난무하고 있다.
처음에는 산악국가와 여름철 집중 강우를 핑계로 한 기술적 불가론이 무성하다가 이제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 반대론의 주류가 되고 있다. 특히, VIP의 관심에 의해 수자원공사, 국토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의 TF팀이 작성한 보고서가 나오면서 경제적 타당성 논란이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TF팀은 기술적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물동량이 부족하고 준설공사에서 나오는 골재 수익이 낮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계획안에는 경부운하가 도로와 철도 컨테이너 화물 중 각각 80%와 10%를 흡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TF팀은 도로 컨테이너 20%만 운하에 흡수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2010년 경부고속철도가 완공되면 기존 철도의 물류수송 능력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운하로 갈 물동량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즉, 계획안에는 연간 1800만 톤의 물동량을 예측했는데 TF팀은 500만 톤에 불과할 것이라 주장한다.
TF팀은 현재 연간 600만톤 정도 운반하는 기존 철도가 고속철도가 완공되면 3000만톤의 물동량을 처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잘못된 계산이다. 고속철도는 장거리를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비행기 승객을 주로 흡수했다. 그래서 새마을이나 무궁화호는 기존 철도에 그대로 운행되고 있다. 기존 철도가 화물을 더 소화해 내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많은 화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기존 역에 화물처리용 넓은 배후 용지가 추가로 필요하다. 철도가 운반할 수 있는 물동량은 지금이 포화상태라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TF팀은 경제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계획안에서 예측한 골재 채취량 83,400만 m3를 5,300만 m3로 잡았다. 그래서 8조에 달하는 골재수익을 16분의 1에 불과한 5천억으로 축소했다. TF팀은 골재량 축소를 위하여 운하설계도를 변경했다. 계획안은 배가 다니는 본류 전구간과 유입지천 일부를 준설하고 최소 수심 6 m를 확보하는 것인데, TF팀은 배가 다니는 수로폭 100m, 수심 4m 확보를 위해 준설하는 것으로 가정하였다. 200-300m의 하폭에 100m만 준설하면 바닥이 그대로 있을 수도, 배가 다닐 수도 없다. TF팀이 추정한 골재량이 엉터리라는 더 큰 증거는 지난 1998년 팔당호 준설 논란이 있었을 때 팔당호에만 약 1억 입방미터(약 1조원)에 해당하는 골재를 채취할 수 있다고 추정했는데, 이번에는 남한강과 낙동강으로 연결되는 모든 구간에서 5천억 원 정도의 골재를 채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VIP를 너무 기쁘게 해 주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나 내륙개발, 관광, 수자원 확보 등 모든 경제 효과는 없는 것(0)으로 계산해 버렸다. 이러한 계산법으로는 우리나라 어떠한 사회간접시설 사업도 할 수 없다. 고속도로를 만들려면 통행료만 받아서 해결해야 하는 계산법이다. 계획안은 건설에 드는 약 14조원 중 8조원은 골재판매액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6조원은 선박통행료, 화물터미널과 여객터미널 대여 등과 같은 수익 사업을 원하는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추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용과 편익을 가정하여 추정한 B/C값이 2.3이었다. 그러나 금번 TF팀은 0.16이라는 터무니없는 B/C값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리는 시간도 24시간에서 46시간으로 늘려 잡았다. 계획안에는 하천구간 500km를 시속 30km로 가고 인공수로 40km는 시속 18km로 가는데, 모든 구간을 시속 18km로 가는 것으로 잡았다. 독일에서도 인공수로는 시속 18km, 라인강은 30km인데, 좋은 자료를 골라 적용한 것이다. 또한 한강 유람선 운항 불가 일수가 40-50일이라는 이유로 계획안에 15일로 잡혀진 운항 불가 일수를 35-45일로 늘려 잡았다. 한강 유람선은 겨울에 추위 때문에 손님이 없어서 운항을 하지 않는다(올해도 한강은 얼지 않았다).
TF팀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많은 반대론자들은 ‘반도국가에서 왜 운하냐’를 자주 이야기한다. 그럴듯한 얘기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배를 가장 잘 만드는 조선강국(세계 1위 조선국)이고 많은 도시가 해안에 발달해 있지만 국내 연안운송 비율은 1.6%에 불과하다. 이것은 기상변화와 조석현상, 부두시설 등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그만큼 국내 연안운송이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수출물량의 79%가 부산항에서 출발하는데 거의 대부분이 육상운송으로 부산항으로 가고 있다. 몇몇 해안도시는 반도 국가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지만 내륙은 육상운송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럽의 경우를 보면 배에서 배로 컨테이너를 적재하는 기술(Vessel to Vessel System)이 활용되어 내륙항에서 실은 컨테이너를 부두로 가지 않고 바다에 있는 배로 직접 옮겨 싣는다. 또한, 내륙 운하와 바다를 오가는 선박(Sea-River Vessel)을 이용할 경우 내륙 도시에서 실은 화물이 일본이나 중국까지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선박 물류 전문가들 ‘내륙 운하가 바다를 살린다’ 또는 ‘반도 국가이기 때문에 운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운하는 바다로 연결되어야 그 역할을 다 한다는 것이다.
환경파괴와 식수재앙
경제적 타당성 못지않게 반대론의 핵심이 되는 것이 환경파괴와 식수재앙이다. 터널, 인공수로, 준설 등 토목공사가 이루어지는 곳에 당연히 검토되어야 할 문제다. 나도 처음에는 이 문제를 상당히 우려했다. 대략 24km 정도의 터널과 16km(수심 4m)의 인공수로, 그리고 최소 수심 6m를 확보하기 위한 준설이 이루어진다.
환경단체들은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한강과 낙동강을 모두 파헤치는 것처럼 떠들지만 실제로 운하에 이용되는 하천 구간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한강의 지천과 본류를 모두 합하면 총 7,256킬로미터이고 낙동강은 7,460킬로미터이다. 이중에서 운하로 이용되는 500킬로미터에 불과하다.
운하로 인한 환경파괴에 대해서는 고속도로 건설과 비교하면 답이 나온다. 최근에 만들어진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보면 경기도 여주에서 경상북도 김천까지 총 151km 구간에 터널 20곳(18.3km), 산을 깍은 절개지 405곳(94km),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은 도로용지가 무려 10,635,000㎡(여의도 면적의 3.6배)에 달한다. 철도를 건설하려 해도 별반 차이가 없다. 여기에 엄청난 용지보상비가 들어간다. 다행히 운하는 국유지인 하천부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보상할 용지는 크지 않다.
운하 계획에 대해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식수문제다. 지금까지 상수원에 낚시도 못하게 해놓고 이제 와서 배 다니는 물로 수돗물을 만들어주면 좋아할 사람은 없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 화물터미널과 여객터미널이 만들어지고, 확률은 낮지만 선박 전복사고도 염두에 둘 수 있다. 물론 지금의 정수기술로는 화장실 물로도 최고급 수돗물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 물이 화장실 물인 것을 알면 아무도 마시길 원하지 않는다. 이것이 수돗물 생산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정서적 요소다.
우리의 수돗물 문제는 운하 계획과는 별도로 획기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국민의 70% 이상이 수돗물이 식수로 부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대로 마신다는 국민은 1-2%에 불과하다. 또한, 전국 정수장 곳곳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었고 수돗물 사고도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매년 수조원의 정부 예산을 수돗물과 하천 수질관리에 투입하고 있지만 수돗물 개선에는 별 효과가 없다. 그 이유는 잘못된 물 관련 법과 취수 방법 때문이다.
우리의 물 공급 체계는 하천을 따라 상류에서 버린 물을 다시 하류에서 그대로 취수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 강우시 엄청난 쓰레기와 토사, 각종 비점오염물질이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물 공급 체계로는 국민들이 만족할 정도의 수돗물을 만들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상류 주민들은 상수원 관리를 위해 너무나 심한 규제를 받고 있다. 지금 우리는 먹는 물 때문에 상․하류 공생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상류는 규제 때문에, 하류는 수질 때문에 아우성이다. 여기에 잘못된 물 관련 법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낙동강 수계의 경우, 운문댐, 합천댐, 남강댐 등에 좋은 물이 남아도는데, 부산 시민과 대구 시민은 수질 나쁜 낙동강 물을 먹는다. 이유는 지역갈등과 비싼 물 값 때문이다. 대구 시민이 운문댐 물을 먹기 위해서는 톤당 400원을 내야하고 낙동강 물은 48원이다. 비슷한 이유로 충주 시민도 충주댐의 물을 못 먹고 남한강의 지천인 달천의 물을 먹는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춘천 시민들은 비싼 댐 물을 사먹고 있다. 춘천은 댐이 없어도 사시사철 좋은 물이 있는 곳이다.
수도권 2,300만이 먹는 팔당호 역시 지금의 물 공급 체계로는 문제가 심각하다. 현재 팔당 상수원 관리를 위한 규제 때문에 상류지역 주민이 받는 경제적 피해는 50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에 하류 지역 주민들은 매년 수천억 원의 물이용 부담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하류 지역에서는 만족할 만한 수질의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팔당호에는 녹조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으며 연간 수천 톤의 쓰레기를 배로 건져내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서울시는 1천억 원을 들여 영등포 정수장을 고도처리로 전환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의 수돗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운하 계획과는 별도로 관련 법을 정비하고 물 공급 체계에서부터 취수방법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개편을 해야 한다. 영남권의 경우 지금과 같이 낙동강의 물을 직접 취수하는 것은 중단해야 한다. 현재 운문, 합천, 남강 등 다목적댐을 주축으로 하는 광역상수도 망을 구축하고, 부족한 물은 간접취수(강변여과수)를 통해 공급하는 것이다.
간접취수는 강변에 우물을 파서 취수하는 방법으로 유럽이나 미국에서 오래 전부터 해 왔다. 이 방법은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강우시 쓰레기와 토사유출이 심하고 녹조현상이 빈번하며 고농도의 대장균이 검출되는 곳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다. 간접취수가 우리나라 토질에는 부적합하고 공급 수량이 적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것은 최근 발달한 토양치환 공법이나 수평우물기술(하상여과공법)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미8군이 1970년대부터 한강에서 이 방법으로 취수하고, 낙동강에서는 올해 창원시가 시작했으며 김해시가 준비 중이다.
수도권의 경우 팔당호에 위치한 지금의 취수장을 가장 수질이 좋은 북한강 지역(양수리 부근)으로 이전해야 한다. 지금의 위치는 팔당호에서 가장 수질이 나쁜 물을 취수하는 곳이며 상류 지역에 수십조의 피해를 야기하는 곳이다. 댐 하류 취수량은 일부 북한강 물로 공급하며 나머지는 미사리와 토평 등에서 간접 취수로 공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도권에 공급하는 공업용수는 지금의 취수장을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간접취수를 위한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수량 확보에 많은 문제가 제기되었다. 특히, 갈수기와 저수기에 하천에 물이 부족하여 강변여과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운하가 완공되면 하천에 항상 물이 채워져 있기 때문에 갈수기에도 취수가 가능하게 된다. 또한 수량이 풍부해져 수질이 좋아진다. 주운보에 물이 고여 수질이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이것은 댐으로 연결된 북한강의 수질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이 정체하는 시간도 수질 결정에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풍부한 수량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건기가 오래 지속되는 곳에는 비가 올 때 많은 물을 모아서 항상 풍부한 유지용수를 공급하는 것이 수질개선을 위하여 가장 우선되어야 할 방법이다.
TF팀는 운하 사업을 폄하하기 위해 수도권의 취수장을 소양댐, 의암댐, 청평댐 등으로 이전하는 것을 가정하고 수조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곳으로 취수장을 이전하게 되면 북한강의 유지용수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충분한 수량을 확보할 수 없다. 5천억 정도의 예산으로 양수리 부근으로만 이전하여도 1급수에 달하는 북한강 물을 얻을 수 있으며, 대신에 남한강과 경안천 유역의 상수원 규제가 풀려 수십조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은 남한강과 경안천 유역에 지불하는 물이용 부담금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다. 이 경우 북한강 유역에는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추가 규제 없이 오히려 지금의 잘못된 상수원 규제를 풀 수도 있다. 팔당상수원 보호구역이 1/5수준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적은 경비로 현재 미국 미시간호 주변의 시카고와 스위스 레만호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유역변경식 하수 배제를 통한 개발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1급수 원수 사용으로 인한 정수처리비용 절감, 물이용 부담금 삭감, 그리고 댐 이용 물값 절약을 통한 수돗물 값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21세기의 자전거와 준비된 대한민국
많은 사람들은 ‘운하는 19세기 형 운송수단’이라 주장한다. 물론 철도가 나오기 전 널리 사용되었던 운송수단이다. 그러나 최근 운하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마치 자전거가 오토바이와 자동차에 밀렸다가 최근에 다시 부활하는 것처럼. 웰빙 문화와 함께 곳곳에 자전거 도로와 주차장이 만들어지고 자동차를 도심에서 몰아내고 있다. 수로운송은 육상교통의 혼잡을 피하고 물류비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를 비롯한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이 적고 육로교통에 비해 안전성과 정시성(예정시간에 도착)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은 171 킬로미터의 인공수로를 뚫어 라인마인도나우(RMD) 운하를 1992년 개통하였고, 벨기에는 초현대식 선박승강기(Ship Lift) 스트레피-티유(Strepy-Tieu)를 2003년에 완공하였다. 2003년 유럽연합은 수로운송을 확대하기 위한 마르코 폴로 계획(Marco Polo Plan)을 발표했다. 육상교통으로 인한 환경영향(도로 건설시 환경파괴와 대기오염배출 등)과 혼잡을 해결하기 위하여 2013년까지 총 8억2천 유로를 수로운송에 투입하는 계획이다.
어떤 사람들은 운하가 친환경 교통수단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여름에 비가 집중해서 오는 산악 국가는 운하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배를 높은 곳으로 올리고 내리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갑문과 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럴 것도 같았다. 그러나 내가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등 유럽 현지 운하를 답사한 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벨기에의 스트레피-티유 승강기와 독일의 RMD 운하를 답사한 뒤에는 우리 국토가 오히려 운하에 적합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스트레피-티유 승강기는 엄청난 고도차를 갑문도, 물도, 에너지도 사용하지 않고 수천톤급의 배를 내리고 올렸다. 배를 수조(물통)에 넣고 단 7 분만에 고도 73m를 올리는 현장을 목격했다. 내려오는 배가 올려놓은 수천 톤의 콘크리트 추를 다시 사용하기 때문에 별다른 에너지도 필요 없었다. 독일 RMD 운하는 175m 고도에 인공저수지를 만들고 70m 아래의 도나우 강에서 물을 퍼 올리고 절수형 갑문을 사용하며 물을 재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나는 네덜란드 운하 전문가들과 국내 운하 예정지인 낙동강과 한강을 들러보면서, 지금까지 우리는 운하를 위하여 많은 것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덜란드 전문가들도 놀라는 모습이었다. 한강의 경우, 신곡 수중보, 잠실 수중보, 팔당댐, 그리고 충주 조정지댐, 이미 4개의 주운보가 만들어져 있었고, 팔당댐과 충주 조정지댐 사이에 두 개의 주운보만 더 만들면 서울에서 충주까지 주운보는 모두 완공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 공급원인 충주호와 안동호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지난 1980년대 초 한강종합개발사업을 하면서 잠실 수중보의 강북 쪽에는 주운을 위해 갑문 예정지를 마련해 두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20여년 전에 벌써 한강의 주운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신기하기까지 한 것은 경부운하 예정지인 문경시 점촌에 있는 기차역의 이름이 주평(舟坪)역이었다. 먼 옛날 우리의 선조들이 문경 산골에 운하가 뚫리고 배가 들어올 것을 마치 예상이나 한 것 같은 이름이다. 한때 문경 탄광이 잘나가던 시절에는 제법 큰 역이었는데 지금은 화물만 취급하는 폐쇄 직전의 역이 되었다. 이곳에 배가 들어와 옛날처럼 다시 번성할 것인지는 머지않아 결정될 것이다.
맺음말
성경 말씀에 달란트의 비유가 있다. 어떤 주인이 먼 곳을 떠나면서 종들에게 달란트를 맡긴다. 어떤 종에게는 금 다섯 달란트를, 또 어떤 종에게는 금 두 달란트를, 또 다른 종에게는 금 한 달란트를 맡기고 먼 곳으로 떠났다. 다섯 달란트를 받은 종은 그것으로 장사하여 다섯 달란트를 남겼고, 두 달란트를 받은 종도 그것으로 장사하여 두 달란트를 남겼다. 그러나 한 달란트를 받은 종은 그것을 땅 속에 묻어 두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주인이 돌아와 종들을 불러 그가 준 달란트에 대해 물었다. 주인은 장사를 해서 달란트를 남긴 두 종은 칭찬했지만, 땅속에 달란트를 묻어둔 종에게는 대노했다.
지금 우리 곁에는 환경지식도 없는 자들이 환경재앙 운운하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땅속에 묻어두려고 하고 있다. 땅속에 묻어둘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국토를 관리하고 활용해야 한다. 이것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고 점점 강해지는 기상이변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국토를 보전하며, 환경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운하 복원비용은 100배... 한국 왜 거꾸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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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박석순 교수가 몇차례의 토론회에서 태연한 표정으로 강조했던 말이 불현듯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미치 교수는 박석순 교수와는 달리 한마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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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 강을 다시 원래 형태로 복원하고 있다.
물론 완전한 복원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복원 비용만도 운하를 만든 비용의 100배에 달한다. 한국은 왜 거꾸로 가는가."
미국의 한쪽에서는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가면서 죽어가는 습지 연구에 골몰하는데,
경부운하를 찬성하는 학자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미친 짓"을 벌이려는 것일까?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