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통(痛)의 맥(脈)을 논(論)하다
제병(諸病)의 허실(虛實)은 맥(脈)으로 변(辨)하는 것이 모두 쉽긴 하지만, 오직 심복통(心腹痛)의 증(證)에는 대(大)가 있고 소(小)가 있어서 그 맥(脈)을 변(辨)하는데 어려움이 많이 있다.
맥이 활실(滑實)하고 유력(有力)하면 진실로 실사(實邪)에 많고, 허약(虛弱) 무신(無神)하면 진실로 허사(虛邪)에 많으니, 이것이 보통(:常)이다.
그런데 폭통(暴痛)이 극(極)하면 대부분 침복(沈伏) 세삽(細澁)하여 극(極)히 허(虛)한 후(候)와 매우 비슷(:似)하게 된다. 사기(邪)로 인하여 기(氣)가 역(逆)하게 되고, 기(氣)가 역(逆)하면 맥도(脈度)가 불행(不行)하여 정상(:常)과 다르게 침복(沈伏)하게 되니, 이로 인하여 사기(邪)가 실(實)한 맥(脈)이라는 것을 모르게 된다.
그러나 침복(沈伏)한 맥 가운데에서도 자세히 살펴보면 반드시 경경연(梗梗然: 단단하다)하게 현긴(弦緊)한 느낌(:意)이 있으니, 한사(寒邪)가 양기(陽氣)를 조알(阻遏)할 때 대부분 이 맥(脈)이 있다.
그런데 화사(火邪)로 통(痛)하면 또한 그러하지는 않다. 이것이 나타날 때 그 세극(細極) 미극(微極)함으로 인하여 허탈(虛脫)로 알고 보(補)하는 방제(劑)를 함부로 쓰면 안 되니, 반드시 크게 그르치게 된다.
이를 변(辨)하는 법(法)은 단지 당연히 그 형기(形氣)를 살펴서 평소(平素) 그 강약(强弱)을 보고, 그 병인(病因)을 문(問)하여, 신병(新病)인지 구병(久病)인지, 무엇으로 인하여 기(起)하였는지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대체로 폭병(暴病)으로 통(痛)이 급(急)하면서 맥(脈)이 갑자기 세복(細伏)하면 대부분 실사(實邪)이고, 구병(久病)으로 통(痛)이 완(緩)하면서 맥(脈)이 본래 미약(微弱)하면 곧 허사(虛邪)이다.
게다가 앞에서 논(論)한 허실(虛實)의 법(法)을 참작(酌)하고 또 이치(理)를 참고(參)하여 진단(診)한다면 만(萬)에 하나라도 잃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