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8. 24.
사물인터넷(IoT)의 열풍이 불고 있다. IoT란 사물에 센서와 통신장비를 부착해 사물끼리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이나 환경을 의미한다. IoT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가 생활하면서 사용하는 모든 사물의 연결성이 증대됨으로써 산업들 역시 서로 연결돼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시너지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IoT로 인해 파생되는 신시장의 규모가 2020년에 이르러 1조20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기업들 역시 IoT를 활용해 기존 산업의 경계를 뛰어넘는 기술제휴를 시도하고 있다. IoT로 인해 촉발되는 기술제휴는 그동안의 제휴 형태와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기존 전략이론에 따르면 기업이 제휴를 통해 새 기술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해당 기술에 대한 지식을 이해할 수 있는 흡수역량(absorptive capacity)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기존의 사업 영역과 어느 정도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 분야의 기업과 제휴를 맺는 것이 유리하다고 한다. 하지만 IoT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제휴는 서로 유사한 배경지식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은 비관련 분야 사이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난다. IoT라는 기술적 접착제로 인해 이종산업의 융합이 용이해짐에 따라 기존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산업 간 협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자동차 산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완성차 업계의 선두주자인 BMW는 반도체 기업 인텔과 중국 인터넷 포털 기업 바이두 등과 협력해 2021년까지 고성능 스마트카를 출시하기 위한 계획을 진행 중이다. 도요타도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스마트카에 접목시키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해 ‘도요타 커넥티드’를 설립했다. 주행 중 주변 도로 상황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운전습관과 건강정보까지 모니터링함으로써 운전자에게 맞춤화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종산업 간의 제휴 빈도가 늘어날수록 기업이 ‘제휴중독’의 함정에 빠질 리스크 역시 증가한다. 제휴중독이란 기업이 외부지식 획득을 위해 제휴전략을 무분별하게 남용할 때 발생하는 부정적 효과를 일컫는다. 제휴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내부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감소를 야기할 수 있고, 그로 인한 흡수역량의 저하는 외부지식을 이해하고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킨다. 또한 기업이 기술제휴 전략에만 의존하는 확증편향 현상이 발생해 제휴의 유용성을 판단하지 않고 더 많은 제휴를 맺으려는 타성적 성격을 지니게 만든다. 즉 제휴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신지식 획득 및 시너지 창출을 위한 효과지향적 전략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휴에만 초점을 맞추는 루틴화된 습관으로 변질될 수 있다.
그렇다면 융합의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이 제휴중독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기업은 외부 ‘모니터링 집단’의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 기업이 기술제휴를 반복적으로 행할수록 새로운 기술제휴를 유도하는 관성이 형성되는데, 관성의 영향을 받지 않는 외부전문가 그룹의 자문을 통해 제휴의 합리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조직 내부에 ‘악마의 옹호자’(devil’s advocate)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악마의 옹호자 제도란 기업의 전략에 대해 의도적으로 반대되는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해당 전략이 미치는 부정적 역할을 경계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미 IBM, GE 등의 글로벌 기업도 반대의견의 중요성을 깨닫고 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내부 R&D 역량 유지를 위한 노력 역시 중요하다. 비록 제휴를 통해 새 분야의 지식을 들여올 수 있다 할지라도 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주체는 결국 기업 내부의 R&D 인력이다.
따라서 기업은 제휴를 위한 노력과 함께 사내 연구개발(in-house R&D) 인력 유지 및 양성을 위한 명확한 커리어트랙을 개발함으로써 제휴중독에 따른 내부 기술역량 약화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강진아 / 서울대교수·기술경영학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