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탄자니아에서 선교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인천공항에 내려서 서울로 들어오며 한강을 바라보니 콧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졌습니다. 탄자니아에서는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기에 빗물을 받아 마셨고, 그 물로 몸을 씻었습니다. 빗물 또한 귀하고 부족했기에 빗물은 생명과도 같았습니다. 그런 곳에 있다가 한국에 돌아와 넘실대는 한강을 바라보니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 것이었지요.
한국에 돌아와서는 모든 것에 다 감사했습니다. 일상의 것들에 잘 웃고 행복했습니다. 깨끗한 물 한잔에, 따듯한 물로 하는 샤워에, 맛있는 한국 음식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모든 시간에 눈물 나게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감사함을 잊어버리고 기쁘게 지내지 못하는 저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물과 식량 문제, 의료와 교육 문제, 코로나와 각종 재난으로 고통받는 가난한 나라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지원하는 국제협력 일은 분명 가치 있고 소중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복음적이고 보람된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기쁘게 지내지 못했던 저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문제는 제 안에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이미 저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 주시며 함께 하고 계심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바로 앞부분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19) 그리고 이어서 말씀하십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4,21)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딱 맞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억압과 폭력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자유와 해방의 기쁨을 전해주는 일에 수많은 분들이 함께해주고 계시고 나눔을 실천해 주고 계십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이 복음 선포는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복음을 믿고 따르는 이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음속 사랑 없이 주님의 일을 하려고 한다면 그 일은 주님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 되어버립니다. 나의 힘으로 일을 하려고 하니 힘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사랑으로 하는 모든 일은 주님의 일이기에 주님께서 보호하시고 이끌어 가시며 모든 것을 직접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먹고 마실 물이 없어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 교육의 기회를 잃어버리고 가난과 폭력의 일상 속에 살아가는 수많은 아이들, 코로나와 자연재해로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사랑의 나눔으로 주님의 일에 동참하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우리들을 통해 주님께서는 오늘 이 자리에서 복음을 완성하실 것입니다. 아멘.
- 이창원 다니엘 신부 /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국제협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