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찾은 곳은 추암 촛대바위다. 이사부공원과 맞닿은 곳이지만 행정구역이 다르고, 공원이 있는 산이 가로막고 있어 차로 이동하는 데는, 오히려 10분 이상 소요되었다.
추암역 입구에 주차하고 굴다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선다. 촛대바위로 가는 푯말이 있어 쉽게 찾아가지만, 입구에 다다르니 연리지카페가 길을 막고 있었다. 우리는 카페 밑으로 난 해안가를 통해 우회해서 올라가서, 내려올 때 계단으로 내려오기로 했다.
조금 들어가자 갑자기 두 눈이 저절로 커진다.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이 달라졌다.
바닷물은 쪽빛 물감을 풀어놓았고, 숲 속에선 산새가 찌르르 노래하고,
저멀리 기암괴석 촛대바위가 우릴 반겨주고 있다. 선경이 따로 없다.
동해시의 명소 추암 촛대바위는 수중의 기암 괴석이 바다를 배경으로, 촛대바위와 함께 어울려 빚어내는 비경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장소다.
촛대처럼 생긴 기이하고 절묘한 모습의 바위가, 무리를 이루며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촛대바위, 형제바위의 일출은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화면으로도 자주 나오는 곳이다.
옛날에 한 어부가 살았는데, 그 어부에게는 아내가 있었는데,
얼굴이 밉상이었는지, 마음이 고약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부는 첩을 들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첩이 천하일색이라, 정실의 시기를 사고 말았고, 밥만 먹으면 처첩이 서로 아웅다웅 싸우는데, 종래는 하늘도 그 꼴을 보지 못하고, 그 두 여인을 데리고 갔단다.
그러자 홀로 남은 어부는 하늘로 가버린 두 여인을 그리며 그 바닷가 그 자리에 하염없이 서 있다가,
그만 망부석처럼 바위가 되었는데, 그 바위가 지금의 촛대바위라고 한다고 한다.
촛대바위 자리에 원래는 돌기둥이 세 개 있다가, 작은 기둥 2개가 벼락을 맞아서 부러졌는데,
그것을 두고 야담으로 꾸민 이야기가 구전으로 내려오는 전설이란다.
어디를 가던지 촛대바위에 얽힌 전설은 거의 이와 유사한 내용이다. 우리는 체력비축을 위해 간식을 먹는다. 쑥떡과 구운계란이다.
추암역 입구에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어서 한번 둘러보면서 작품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조금 전에 간식도 먹었겠다. 힘차게 조형물 앞에서 우리의 소망을 몸으로 표현해 본다.
4월의 따뜻한 햇살아래,
이렇게 여유롭게 지낼 수 있음은, 참 축복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이대로 감사할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이번에는 묵호항 수변공원으로 이동한다. 여기에 온 목적은 동해안에서 유일하다는 골목길 벽화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등대까지 가는 길은 딱 두가지다. 차로 빙 둘러 올라가서 내려오는 방법, 논골1,2,3,오름길 중 하나를 선택하여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방법이다.
우리는 수변공원에 주차하고, 마을지도 제일 우측에 보이는 등대오름길로 올라갔다가 왼쪽 두 번째 논골 2길로 내려올 계획이다.
묵호등대까지는 해발 67m로 얼마 높진 않지만, 거리가 짧아 급경사 오름이다.
숨이 턱 밑까지 차지만, 시원한 바다풍경을 보며 오르니 한결 여유롭다. 그래선지 아까 논골주막에서 곽마담이 조껍데기 막걸리를 따라주면서, 등대까지 올라 갈려면 힘들어서 안 된다고 말려서, 겨우 한 잔 밖에 못 마신게 자꾸 마음에 걸린다. 두 잔까지는 먹어도 되는데....,
등대오름길에도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있었지만, 통영 동피랑마을이나, 부산 감천마을에 비하면, 작품숫자나 스토리 구성면에서는 조금씩 빈약해 보였다.
계단 한 가운데에, 하늘색 바탕에 흰색 줄로 그려진 그림이 하나 있다. 이게 무엇일까요? 한참을 쳐다봐도 맞추지 못한다(정답은 배수로 뚜껑).
담벼락 턱진 곳 위에는 자갈을 올린 다음, 희노애락 다양한 인생살이 얼굴을 그려놓고, 담벼락엔 몸통을 그려넣은 색다른 형태의 퍼포먼스도 구경하고,
묵호등대 그 불빛 아래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논골담화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정상이다.
21.9m(7층)높이의 묵호등대다.
묵호등대는 영화·드라마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1968년 신영균·문희가 주연한 <미워도 다시 한 번〉,
그리고 최근에는 이승기·한효주 주연의〈찬란한 유산〉이 여기서 촬영했다.
동쪽 아래로 난 길을 따라 10분정도 내려가면 드라마에 나온 출렁다리도 만나게 되지만, 그 곳은 생략한다.
오늘은 우리가 드라마 주인공이다.
뮥호등대 여기저기 둘러본 다음, 논골 2길로 내려온다.
다음 목적지는 동해약천온천 실버타운이다. 고급 노인촌이라 보면 된다. 산중에 위치하여 첫 느낌이 아늑했다.
입주상담실을 찾아가 입주절차와 비용, 방 구경까지 했다. 부부가 입주할려면 보증금 2억원에 매달 135만원(개인은 90만원)을 내야하는데, 일단 객실비용이므로, 기타 추가비용이 예상되어, 일반인들은 쉽게 들어오기 어려운 곳이었다.
당초 이곳을 찾은 목적은 온천(지장수가 유명한 곳)이다. 계획보다 40여분 늦었기에 시간엄수를 당부했지만, 여성동지들이 20분이나 펑크를 낸다. 어쨌든 온천을 하고 나오니 혈색도 훤하니 보기가 좋다.
복도에 커다란 액자가 3개 걸려있다. 하나는 노인 10계명이고, 또 하나는 마음을 다스리는 글이다. 어쩜 이리도 절묘한 시간에 저것들이 눈에 보일까? 아무리 조급하게 발을 동동 굴러봐도 안된다. 마음을 비우고 편안히 기다리면 된다. 시간만이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나오자마자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 대신에 배고프니 빨리 밥 달랜다. 12:50 출발 계획인데 이미 1시간을 초과했으니 배고플 때도 되었다.
점심은 초당 순두부마을이다. 사전에 식당을 확정 짓지는 않았기에 쉽게 찾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입구에 현수막이 크게 걸린, 규모가 큰 식당을 선택한다.
시장이 반찬인지 몰라도, 육게장순두부전골이 정말 맛있었다. 반찬도 10가지가 되는데 전부 다 맛있었다. 진짜 강추 한다.
아무튼 오늘 주제는 <보이는 만큼 눈에 담고>이다. 오전 내내 다녀온 곳을 정리해 보니 제법 된다. 궁촌해변의 일출, 삼척의 바다풍경, 소망의 탑, 비치조각공원에서 커피 한 잔, 해가사 터에서 의미찾기, 이사부 사자공원의 독도사랑, 촛대바위의 절경, 묵호등대의 벽화구경, 실버타운과 온천욕, 그리고 초당 순두부마을의 순두부식당 등 총 열 군데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