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3
겨울
서승석
노래의 한 끝이 풀려 있다
바람이 나뭇가지에 와서
여름에 죽고
겨울에 피는 잎의
푸른 음질音質을 키운다
결빙하는 시간 속으로
비늘 돋는 햇살의
이 차가운 단절
솟구치던 욕망이 꺾인 날의
흩어진 눈물을 다시 본다
아 아 맨몸으로
두 손을 들어 그대의 하늘을 안으며
나는 잘 빗질한 머리로
슬픔을 쓸고
나뭇가지 끝에 풀린 노래의 한 가닥
흔들리고 있다
자작나무 7
유배지의 꽃
서승석
목숨이 춥다
용암보다 뜨거운 피를 끓이며
달려온 어둠의 시간들
아직도 대지의 끝은
빙하로 덮여 있다
촛불을 켜고
고독의 비늘을 하나씩
온몸에 문신하는
유배지의 겨울
죽음을 넘어서
만나는 사랑의 기쁨으로
눈 속에 핀 꽃
봄은 멀리서 온다
자작나무 45
늦가을
서승석
겨울로 가는 길이 보인다
바람에 시든 풀들이
뿌리로 돌아가고
구름을 얹은 산은
잠자듯 누워 있다
봄내 여름내
꽃으로 열매로 키워온
꿈들은 땅에 떨어져
한 알 씨앗으로 썩어 가고
내려 쌓이는 잎새들은
잃어버린 아름다움과
젊은 날의 이야기를
귓속말로 주고받는다
사랑한다는 것은
겨울나무처럼 옷을 벗는 것
옷을 벗고
빈 들에 서면
겨울로 가는 길이 보인다
<약력>
서승석
출생 : 1956년, 경기도 평택시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 38길 19, 401호, 우편번호 <04057>
전화 : 010 8308 9011
이메일 : naromiseo@naver.com
계좌번호 : 하나은행 246-890204-38507
현직 : 시인, 예술평론가
한국시인협회 이사, 한불문화예술협회 회장
학력 : 이화여자대학교 문리대 수학 및 불문학 전공
파리 4-소르본대학교 대학원 비교문학석사 및 불문학 박사
경력 : 덕성여자대학교, 수원대학교 겸임교수, 서울대학교 초빙교수 역임
한국시인협회 교류위원, 국제펜클럽 교류위원 역임
수상 : 2013년 『유심』 평론 부문 신인상
저서 : 시집 『자작나무』, 『흔들림에 대하여』 , 『사람 사랑』, 『그대 부재의 현기증』
논문 : 석사논문 : 『이상과 동시대 프랑스 시인들』, 파리 IV-소르본대학, 1986
박사논문 : 『뽈 엘뤼아르 작품에 나타난 동일화』, 파리 IV-소르본대학, 1993
번역서 : 파블로 피카소, 『시집』
첫댓글 우리 문단의 독보적인 프랑스 문학과 시와 평론으로 한국시단을 풍요롭게 하시는 서승석 박사님의 값진 시편들 감사합니다 우리의 정신을 맑게하는 청량세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