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1) W10 함께홀로삼다 채주형 20230721 침묵
2012년 8월 14일 형님이 우리 집에 왔다. 내가 첫 아이를 해산하고 5개월쯤 됐을 때다. 퇴근한 남편과 텔레비전을 보면서 교촌 치킨을 뜯으며 깔깔 대고 있었다. 늦은 밤 형에게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남편은 누나가 배우자 폭행 피해자로 경찰서에 있다고 외국에 있던 형이 대신 가보라고 한다. 어릴 적 부모님의 몸싸움을 자주 목격한 터라 두려움이 엄습했다. 남편이 서에 간 동안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형님 댁은 차로 5분 거리에 있었다. 아이 고모부가 시댁인 우리 집에 찾아와 난동은 부리지 않을까. 이런 저런 걱정으로 뜬눈으로 밤을 샜다.
다음날, 바람을 쐬러 미술관을 찾았다. 그날은 마침 형님 생일이고, 휴일인 8월 15일이다. 조카 둘은 미술관 앞 하천에서 물놀이를 하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형님이 어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친척 집에서 재운 터라 아이들은 어제의 일을 모르고 있었다. 형님은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앞으로 어떡할지. 미래, 자식, 결혼생활에 대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을 거다. 그런 형님 옆을 침묵으로 지켜보고 마음으로 응원했으면 됐을 것을. 난 주저리주저리 분위기를 바꿔보려 떠들었던 기억이 난다. 저린 가슴 부여잡은 이를 헤아려 주지 못한 마음. 그 마음이 내내 내 속에 남아 나에게 말을 건넨다. 네가 알지 못했던 침묵이 그때는 정말 필요했던 순간이라고.
백 마디 말로도, 분위기를 바꾸는 이야기로도 위로할 수 없는 그 순간. 아픈 상대방이 원하는 만큼 다가가거나 물러서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침묵해도 괜찮다. 그 침묵 속에 사랑이 전해지고 위로가 스며들고 마음과 마음이 이어진다. 갓 30대가 된 나는 말하지 않고 전달되는 언어를 왜 몰랐을까.
W10 함께홀로삼다 채주형 20240827 침묵
2012년 8월 14일 형님이 우리 집에 왔다. 내가 첫 아이를 해산하고 5개월쯤 됐을 때다. 퇴근한 남편과 텔레비전을 보며 깔깔 거리며 교촌 치킨을 뜯고 있었다. 남편은 이 밤에 형이 왜 전화 왔는지 궁금해 하며 전화를 받았다. 누나가 배우자폭행 피해자로 경찰서에 있다고 외국에 있던 형이 대신 가보라고 한다. 어릴 적 부모님의 몸싸움을 자주 목격한 터라 두려움이 엄습했다. 남편이 서에 간 동안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아이 고모부가 시댁인 우리 집에 찾아와 난동은 부리지 않을까. 이런 저런 걱정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다음날, 바람을 쐬러 미술관을 찾았다. 그날은 마침 형님 생일이고, 휴일인 8월 15일이다. 조카 둘은 미술관 앞 하천에서 물놀이를 하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형님이 어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바로 친척 집에서 재운 터라 아이들은 어제의 일을 모르고 있었다. 형님은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앞으로 어떡할지. 미래, 자식, 결혼생활에 대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을 거다. 그런 형님 옆을 침묵으로 지켜보고 마음으로 응원했으면 됐을 것을. 난 주저리주저리 분위기를 바꿔보려 떠들었던 기억이 난다. 저린 가슴 부여잡은 이를 헤아려 주지 못한 마음. 그 마음이 내 마음에 남아 나에게 말을 건넨다. 네가 알지 못했던 침묵이 그때는 정말 필요했던 순간이라고.
백 마디 말로도, 분위기를 바꾸는 이야기로도 위로할 수 없는 그 순간. 아픈 상대방이 원하는 만큼 다가가거나 물러서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침묵해도 괜찮다. 그 침묵 속에 사랑이 전해지고 위로가 스며들고 마음과 마음이 이어진다. 갓 30대가 된 나는 그런 언어를 왜 몰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