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정치개혁과 개헌의 방향을 가장 탁월하게 제시한 사람으로는 안성호 상생선언 공동대표(전 한국행정연구원장)을 들 수 있습니다.
안 공동대표는 87년 헌정체제를 빈약한 민주정으로 규정짓고 정치개혁과 개헌을 통해 이를 포용민주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즉 87년 헌정체제는 승자독식 다수결 민주제, 과잉중앙집권제, 엘리트 지배 대의민주제의 특징을 갖는 빈약한 민주정이므로 이를 소수보호 합의민주제, 연방제 지방분권제, 대의직접민주제로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안 공동대표의 제안에 크게 공감하면서도 안 공동대표가 사용하는 용어가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고 어려운 것 같아 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아래와 같이 달리 표현합니다.
87년 헌정체제는 배제 민주정입니다.
배제 민주정의 특징은 다수의 소수 배제, 중앙의 지방 배제, 대표의 시민 배제입니다.
이제 배제 민주정을 포용 민주정으로 바꿔야 합니다.
포용 민주정의 특징은 다수의 소수 포용, 중앙의 지방 포용, 대표의 시민 포용입니다.
포용 민주정을 위한 정치개혁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첫째, 다수의 소수 배제를 다수의 소수 포용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거대양당 중심제를 혁파해야 합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혁파하는 방안으로는 대통령 결선투표제와 국회 총리 추천제, 감사원 국회 이관 등이 있습니다. 물론 의원내각제도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모두 헌법 개정 사항입니다.
거대양당 중심제를 혁파하는 방안으로는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연기명식 중대선거구제가 주장됩니다. 저는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을 전제로 연기명식 중대선거구제와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무난하다고 봅니다. 물론 위성정당만 막을 수 있다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좋습니다. 두 방안 모두 선거법 개정 사항입니다.
둘째, 중앙의 지방 배제를 중앙의 지방 포용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치법률 도입, 지역정당 허용, 주민자치 강화가 필요합니다. 자치법률 도입은 헌법 개정 사항이고, 지역정당 허용은 정당법 개정 사항이며, 주민자치 강화는 주민자치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셋째, 대표의 시민 배제를 대표의 시민 포용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의회 도입, 국민투표ㆍ국민발안ㆍ국민소환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시민의회 도입은 입법 사항이고, 국민투표ㆍ국민발안ㆍ국민소환의 도입은 헌법 개정 사항입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정치개혁 방안 중 최우선적 과제는 무엇일까요?
저는 시민의회 입법이라고 봅니다.
중이 제 머리를 깍지 못하듯이 당리당략만 일삼는 정치권은 제대로 된 정치개혁 방안을 내놓지 못합니다.
당리당략을 넘어 국민 입장에 서서 제대로 된 정치개혁 방안을 마련하려면 개헌을 위한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 시민의회 사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사례 등이 보여 주듯이 시민의회의 제도화가 필요합니다.
시민의회가 제도화되면 추첨으로 선발된 시민의원들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국민 다수가 공감하는 정의로운 정치개혁 방안을 도출할 것입니다(참고로 저는 한걸음 더 나아가 '다층적 시민의회'를 주장합니다).
한편 진보 진영에서는 이미 추미애, 곽노현, 이래경 등이 주축이 되어 '시민의회입법추진100인위원회'를 꾸리고 있고, 5월 8일에는 시민의회 국제심포지움을 연다고 합 니다.
무척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시민의회 입법운동은 진보 진영의 힘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중도와 보수가 함께 해야 합니다.
이에 상생선언에서는 어찌하면 중도와 보수를 시민의회 입법운동에 동참시킬 수 있는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진보•중도•보수 성향의 국민들이 다함께 어깨동무하며 시민의회 입법을 위한 범국민운동을 힘차게 하는 그 날이 어서 오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