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駕洛)이라함은 신라 남쪽에 있는 해상별국(海上別國)인데 처음에 임금이 없다가 시조가 탄생하시다. 동한건무(東漢建武) 18년 (서기 42년) 구부구간(九部九干: 아홉 부족의 추장들)의 추대로 처음 탄생하신 분을 군왕으로 세우고 호를 수로(首露)라하고 성을 김 씨로 하고 국호를 가락(駕洛)이라 하다 또는 가야(伽耶)라 하니 이른바 가락은 곧 가야이다. 다음 다섯 분은 각각 오가야(五伽倻)의 주인이 되니 첫째 문방가야(門邦伽耶: 지금의 함안)요 둘째 고령가야(古寧伽耶: 지금의 함창) 셋째 대가야(大伽倻: 지금의 고령)요 넷째 벽진가야(碧珍伽倻: 지금의 성주)요 다섯째 소가야(小伽倻: 지금의 고성)이다.
수로왕 7년(서기 48년) 무신에 아유타국(阿踰陀國) 임금의 공주로 왕비를 삼으니 이분이 황옥부인(皇玉夫人)이요 또한 보주태후(普州太后)이니라. 성은 허씨인데 혹 남천축국(南天竺國) 임금의 딸이라 하고 혹은 서역허국(西域許國) 임금의 딸이라 하며 또는 허황국(許皇國) 임금의 딸이라 하다. 지기(誌記)에 이르되 그 선군(先君: 죽은 부왕이라는 뜻)이 명하여 말하되 동방에 가락원군(駕洛元君: 가락국의 처음 왕)이 있어 배필이 되라 하여 항해(航海)로 이르렀다 하니라.
수로와 시절에 백성들이 태평하여 사방에서 와서 본 받드니라. 그때에 음집벌(音汁伐: 추장 이름)과 실직곡(悉直谷: 추장 이름)이 서로 경계를 다투어 싸우다가 두 나라가 신라에 와서 송사를 하니 신라가 수로(首露)의 신명덕치(神明德治)로 명소(命召)하여 문책하고 이 다투는 땅을 음집벌(音汁伐)에게 부쳐 줌으로써 두 나라의 난이 평정 되니라. 신라왕파사(新羅王婆娑)가 여섯 부락의 대인(大人)을 명해서 수로왕에게 주종(主從)케하니 모든 부락이 두려워하여 모두 다 주인으로서 수로왕에게 복종하되 홀로 한지부(漢祇部)가 복종하지 않거늘 수로왕이 그 오만무례함을 징계하기 위하여 그 복종하지 않은 대인(大人: 우두머리)을 쳐서 죽이니라 보제가락(保齊駕洛)의 죄를 지은 자는 음집벌(音汁伐: 추장 이름)의 세력에 의지함에 있으므로 수로왕이 사신을 보내 색출하려 하여도 음집벌(音汁伐)이 응하지 않음으로 군사를 일으켜 정벌(征伐)하니 음집벌(音汁伐)이 할 수 없이 항복하다. 후에 신라지마왕(新羅祇摩王)이 가락(駕洛)을 침벌(侵伐)하다가 드디어 황하(黃河)에서 패하니 이로부터 가락이 더욱 강하여 동으로는 황하에 이르고 북으로는 대량주(大良州)에 이르니 서남은 대해에 접하고 서북은 거타주(居陀州)에 이르니 백제의 경계이다. 효령중평(孝靈中平) 6년(서기 189년)에 허태후 졸(卒)하시니 수가 157세요 태후에게 열 아들이 있으니 모성 허씨(母姓 許氏)로 된 분이 둘째 아들이라 이른다. 효헌건안(孝獻建安) 4년(서기 199년)에 수로왕이 졸(卒)하시니 수는 158세 이시며 대납릉(大納陵)에 장례하다 아들 거등(수로왕의 장자)이 왕위를 계승하여 칠점산(七點山) 사람을 불러 초현대(招賢臺)를 비로소 세웠으며 마품(麻品) 거질미(居叱彌) 이시품(伊尸品) 좌지(坐知)에 이르러 용녀(傭女)를 사랑하더니 여당(女黨: 여자의 무리들)이 일을 꾸며 온 나라가 크게 어지러우니 그 신하에 원도(元道: 사람의 이름)가 간하여 설득하여 이를 믿을 때 여자를 하산(荷山)에 내쫓으니 국내가 크게 다스리다. 취희(吹希)가 질지(銍知)에게 전하고 질지(銍知)가 국황옥부인(國皇玉夫人)에게 제사지내고 질지(銍知)가 졸(卒)하니 겸지(鉗知)가 계승하고 겸지(鉗知)가 졸(卒)하니 구형(仇衡)이 왕위에 오르다. 신라 법흥왕 원년 서기 514년에 구형(仇衡)이 항복하니 왕이 객례(客禮)로서 대접하고 그 나라로 하여금 금관국(金官國)을 삼고 식읍(食邑)을 봉하다. 문무왕(文武王)에 이르러 치금(寘金)을 세워 송경(小京)에 관청을 두니 가락(駕洛)이 무릇 십 대에 역년(歷年)이 491년에 망하다. 찬에 이르기를 옛날 처음에 해우(海隅)인 인물이 생하고 최후 요시(堯時)에 비로소 단군이 계시고 한(漢)시에 이르러 혁거세(赫居世) 금와(金蛙) 주몽(朱夢) 알지(閼智) 모라량(毛羅良) 고부(高夫)가 있으나 다 인도(人道)가 없이 화생(化生) 한지라 건무시(建武時)에 육가야왕(六伽倻王)이 있으되 또한 그러하였다. 상고(上古)에 웅씨부(熊氏婦)가 있어 대전(大電)하여 헌원씨(軒轅氏)를 생하고 계지생(契之生)은 간적(簡狄)이 현조란(玄鳥卵)을 삼키고 낳았으며 후직(后稷)은 강원(姜嫄)이 거인의 발자국을 밟고 낳았으니 자고로 인생의 시조가 그러하였나니라. 석리정전(釋利貞傳: 책 이름)에 말하되 대가야(大伽倻)는 그 처음에 신녀(神女)가 있어 이비가(夷毗訶) 감동되어 뇌질(腦窒)과 주일(朱日)을 낳으니 뇌질(腦窒)은 청예(靑裔)니 이는 천지의 기생(氣生)이요 주일(朱日)은 대가야주(大伽倻主) 이진아구(伊珍阿敺)요 청예(靑裔)는 가락시조(駕洛始祖) 김수로(金首露)라고 말하나 가히 알지 못하겠도다.
유학 공암 허목 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