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창문 너머로
고속도로 가는 길 옆 정문을 지나 울창한 소나무를 따라 걷다보면 내가 다니던 학교가 나온다. 살구색과 하얀색으로 칠해진 외벽에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친근한 느낌이 드는 학교다.
나는 아침 8시 반부터 저녁 9시 반까지 장장 13시간을 학교에 있는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학원에 다니느라 학교에 있는 시간이 적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내가 스스로 하는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학교에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갔고 하늘이 깜깜해졌을 때 집에 가는 것은 나의 일상이 되었다. 내가 주로 앉는 자리는 창가 쪽이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는 한 달마다 자리를 바꿔도 자주 창가 쪽 자리가 걸리곤 했다. 창가에 앉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창가 자리가 내 방 책상처럼 편안해졌고 결국 그 자리는 가장 많이 앉았던 자리이자 가장 애정하는 자리가 되었다.
이런 나의 하루는 늘 창문과 함께였다. 등교를 하면 교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은 후, 창문을 열고 아침 공기를 맡는 것이 나의 루틴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그저 답답한 교실 공기를 환기시키기 위함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침 공기를 마셔야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다. 점심시간에는 창문을 열고 바깥소리 듣는 것을 즐겼다. 운동장에서 하는 축구 경기 소리, 급식 먹고 나오는 학생들의 발소리, 교실 안 친구들의 이야기 소리를 들으며 책상에 엎드려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석식 시간에는 저녁을 먹고 자리에 앉아 해가 지는 것을 감상했다. 우리 학교는 운동장이 뻥 뚫려 있어서 하늘을 구경하기 매우 적절한 구조였는데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도 역시 나의 창문은 열려있었다. 아침과는 달리 조금씩 쌀쌀해지는 공기를 맞으며 수학 문제를 풀기도 하고, 문제가 너무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면 밤하늘의 별을 구경하곤 했다. 이외에도 기쁜 일이 생기면 창문을 활짝 열어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하고 속상한 일이 생기면 창가에 기대 울었다. 공부에 지칠 때면 창 밖을 보며 생각에 잠기고 때로는 친구와 함께 창문을 보고 앉아 수다를 떨기도 했다.
여기까지가 나의 고등학교 생활이다. 나는 교실 안에서 공부만 하는 것이 너무 갑갑해 자유로워 보이는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랬기에 늘 창 밖을 바라봤고 어서 그곳으로 가기를 꿈꿔왔다. 하지만 정말 밖으로 나온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그때가 종종 떠오른다. 나는 고등학교에 큰 애착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학교를 생각하면 함께 동고동락해온 친구들과 좌절하고 있는 나를 일으켜 주시던 선생님, 그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던 그때의 내가 떠올라 그 공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대학교에 온 지금, 여전히 창 밖을 자주 바라본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세상이 보인다. 그래도 나는 고등학교에서 바라보던 창문 너머의 풍경을 잊을 수 없다. 파란 하늘과 초록빛 나무, 그 사이를 날아다니던 새들과 그를 보며 자유를 꿈꾸던 그때의 모습을, 나는 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