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다 연세, 스무살의 감정>
2024100768 김세현
19살 고3의 끝자락, 연세대는 내게 행운이자 불행이었다. 고등학교 입시 3년 동안 의대만을 바라보고 공부를 했고, 수시 원서 접수를 할 때 지원했던 연세대 치의예과는 6지망이었다. 면접을 볼 때도 ‘여기에 붙더라도 다른 대학 의예과에 합격하면 그쪽을 등록하겠거니’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임했다. 면접이 끝나고 잠깐 캠퍼스를 둘러봐도 ‘와 깔끔하고 멋지네.’ 정도의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수능을 망치고, 수능 최저 기준이 없었던 연세대 치대에만 합격했다. 그래서 연세대는 나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합격한 행운이면서, 의대에 떨어졌다는 불행이었다.
연세대에 입학하고서는 1학기는 다니고, 2학기에는 휴학을 하고 반수하겠다는 생각으로 다녔다. 대학에 다니며 성인으로서 새로운 세상에 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생긴 동기들, 은찬이, 민형이, 용민이, 연우, 효진이, 승철이형과 계속 놀러다니고, 강의실 맨 뒷자리에서 철없이 ‘카트라이더’ 게임을 하기도 했다. 처음 살게 된 기숙사에서 룸메이트 영우와 붙어 다니며 ‘리그오브레전드’ 게임도 배우고, 무기력증이나 집착하지 않는 태도 등 깊은 얘기도 나눴다. 기숙사 통금시간인 2시가 지나면 다시 통금 해제 시간인 6시까지 술을 마셨다. ‘글쓰기’ 수업에서 진지하게 토론도 하고, 종강하고 교수님, 조원들과 식사하며 인생에 도움이 되는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스무 살이라 모든 게 처음이었고, 그래서 설레고 행복했다. 20년 동안 이룬 유일한 업적이 연세대 입학이라, 그때의 연세대는 내게 자존심과도 같았다.
그 후, 2학기가 되어 반수를 시작했다. 수시 원서로 6개 대학의 의예과에 지원했다. 그중에 연세대 의예과도 있었는데, 1차에 합격해 면접을 보러 갈 수 있었다. 면접을 보고 나서야 연세대 캠퍼스를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세브란스 병원, 연세암병원을 지나 정문에 왔다. 보도블록과 잔디가 좌우 균형 있게 조성된 백양로를 쭉 걸으며 공학관, 백 주년 기념관, 중앙도서관을 지났다. 내가 잠시 가입했던 레크레이션 동아리방이 있는 학생회관을 지나, 연세대학교의 설립자인 언더우드 씨의 동상을 눈에 담았다. 그 뒤에 학교의 상징적인 건물인 언더우드관을 보고, 고기를 듬뿍 담는 것으로 유명한 한경관에서 학식도 먹었다. 반수를 하느라 학교 축제에 가지 못했는데, 그 축제가 열린 노천극장에서 혼자 서서 몇 분간 멍도 때렸다. 학교를 한 학기 동안 다녔지만, 정작 캠퍼스에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돌아보지 않았던 것이 후회됐다. 더 복잡한 감정이 들었는데, 다시는 연세대 학생으로서 이 캠퍼스를 밟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다. 다시 연세대 치대생으로 돌아가지도, 연세대 의대생이 되지도 못할 것 같았다.
그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예비번호가 아깝게 돌지 않아 연세대 의예과는 떨어지고, 타 학교 의예과에 입학했다. 의예과라는 목표를 이뤘지만, 한참 동안 슬퍼했다. 반수를 하고 나서야 내가 이 학교를 사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쉴 틈 없이 놀다가 또 시험 전날엔 벼락치기를 하면서 다 같이 공부했던 동기들을 사랑했다. 내가 안와종양으로 수술을 받을 때부터 반수를 결정할 때, 심지어 연세대 의예과에 떨어져 좌절할 때, 그 모든 순간을 응원해주시고 내가 성장하기를 바라셨던 이원희 교수님을 존경했다. 성인으로서 첫 경험이 모두 담긴 캠퍼스를 떠나보내는 게 힘들었다. 자퇴 원서를 내러 가면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의 2악장을 듣는데 눈물이 났다. 위로해주는 듯한 멜로디가 오히려 눈물샘을 자극했다. 하지만 3악장의 힘찬 선율로 넘어가고, 눈물을 닦았다. 내 전부인 것만 같은 이 캠퍼스를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 스무 살의 감정을 담아두는 캠퍼스를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언젠가 스무 살의 내가 그리워질 때면, 마음속 캠퍼스를 걸어 다니며 그때의 추억들을 다시 돌아보겠노라고.
첫댓글 정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셨는지 가늠이 안 갈 정도로 대단합니다.! 저도 정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고등학교를 자퇴를 하고,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평소에 클래식을 전공하고 정말 질리도록 계속 듣는게 클래식이지만, 힘들고 지칠때 마음을 울리면서 위로가 되는 건 클래식 밖에 없는 것 같아요 ☺️! 혹시 반수를 준비하셨을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라흐마니노프의 피협 2번을 정말 좋아하는데 오랜 슬럼프 이후의 재기라는 의미가 담겨있어 입시 도중에 특히 크게 공감했던 것 같아요. 지금의 세현님이 있기까지 노력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 무엇인지,그리고 현재로서는 입시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이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본인의 감정들을 글로 잘 표현하시는 점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혹시 올해도 원서를 다시 쓰실 생각이신가요?
마지막 문단에서 나타난 '~했다.' 의 반복이 독백의 느낌도 주면서 글의 몰입을 더욱 높여 준 것 같아 인상 깊었습니다. 일부로 '했다'의 반복을 이러한 의도로 넣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비록 짧지만 대학을 다녀보면서 대학에 대한 사랑과 그 대학의 가치는 내가 사귄 주변 사람들과 그 대학에서 만든 추억으로 정해진다는 점을 느꼈었는데, 그래서 이 글의 내용이 더 공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추억은 미화된다는 말이 있죠. 저도 그때 당시에는 그렇게 좋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들이 시간이 흐르고 다시 돌아보았을 때 소중한 추억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추억을 회상하며 생각할 때 항상 다짐했던 것은, '지금도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는 그리울 거야. 그러니까 지금을 더 즐겁게 보내야지.'라는 것입니다. 지나간 기억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 웃음을 주고, 현재는 또 다른 좋은 추억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글에는 추억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그런 추억을 만들기 위해 입시 과정에서 세현님의 노력이 어마어마했을 듯 하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입시를 하면서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고 느낀적이 많아 세현님의 글이 공감이 가네요. 여러 고비가 있었음에도 좌절하지 않고 극복하여 내면에 추억이 담긴 캠퍼스를 만들어 놓겠다는 다짐이 인상깊습니다.
3번째 문단의 마지막에서 두번째 문장은 ‘예감이었다’라고 고치면 문장이 자연스러울 것 같아요.
저도 2번의 입시를 겪어 세현님의 글이 더 공감이 가네요. 원하는 목표를 위해 다시 도전하고 결국 목표를 이루어내셨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의대 진학을 희망하시던 분들 중 의약학계열 중 타 학과를 합격해도 만족하고 다니는 경우도 종종 보았습니다. 세현님은 연세대 치대에 합격했음에도 의대를 위해 재도전을 하신 것을 보면, 의대라는 목표가 굉장히 확고했던 것으로 보이네요. 꼭 '의대'를 가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인가요 ?
두번째 문단에서 언급하신 ‘무기력증이나 집착하지 않는 태도 등’에 대한 깊은 얘기가 어떤 이야기였는지 궁금해요! 메디컬에 합격할 정도로 공부를 성실히, 열심히 하셨으면 ‘입시기간에 무기력증이 있을 틈이 있었을까’하는 궁금점이 생겨서요.
평소 저는 가사있는 음악으로 위로를 받는 편이라, 언급하신 클래식을 들어봤는데 정말 2악장에서 3악장으로 넘어갈때, 힘찬 선율이 큰 감동을 주네요.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을 듯한 느낌도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세현님께서 힘듦을 털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마음 속에 스무살의 감정을 담아두는 캠퍼스를 세운다’라는 말이 참 예쁘게 다가오네요. 우리 누구나 마음속에 감정을 담은 공간들이 세워져있지 않을까싶기도 하고요.
글 잘 읽었습니다 :)
글을 읽으며 세현님의 즐거웠던 추억이 느껴졌어요.
그런 추억들이 자퇴서를 내러갈 때 세현님을 더욱 아쉽게 만들었을것 같아요. 그만큼 좋아했던 학교였는데 타학교에 가는 선택을 하고 끊임없이 노력한 것은 그보다 의대생이 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확고한 꿈을 가지게 된 계기나 경험이 궁금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돌아보니 캠퍼스 내에 무엇이 있는지도 잘 몰랐고, 후회됐다는 말이 슬프고 안타까웠어요. 사실 저는 글을 읽으면서 세현 님께서 많은 추억을 쌓으셨다고 생각했고, 의지 또한 굉장하시다고 느껴졌거든요! 의예과를 원했다고 한들, 추억과 후회를 가득 담고 본인의 결과에 책임지며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공간에서는 후회 없이, 행복하게 잘 지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네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가치를 깨닫는다는 말이 있어요. 이 글을 읽으면서 이 구절이 떠오르는 것 같네요!!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것들이 사실 뒤돌아보면 크나큰 추억이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그런 추억들을 나중에 다시 보겠다는 말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 원하시는 대로 다 이루는 삶을 사시길 응원할께요!!
혹시 의대만을 바라보게된 계기가 무었인지 알 수 있을까요??
저도 입시를 여러 번 경험했어서 글의 내용에 공감이 잘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세대학교 캠퍼스의 묘사를 보니 건물 투어를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글의 맥락상 이원희 교수님은 연세대 교수님이신 것 같은데 혹시 ‘글쓰기’ 수업 교수님이신가요? 그분과의 만남과 대화 등 관련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요.
글에서 멋짐이 드러납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는 아직 새내기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라 정말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저도 시간이 지나면 세현님과 같은 학교와 관련한 기억들이 남을지 궁금해지네요
세현 님의 글을 보면서 고려대학교 하나를 바라보며 세 번의 입시를 치뤘던 제 자신이 떠올랐어요. 저는 비록 고려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하였고 입시를 마무리하였지만 포기하지 않으시고 결국 의예과에 진학하시게 된 세현 님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연세대와의 이별을 슬픈 감정으로 남겨두지 않고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겨두신 것이 나중에 세현 님께 안 좋은 일이 생기지 않으셨으면 하지만 혹시라도 무너질 것 같을 때 지지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스무살의 감정을 담아둔 캠퍼스 라는 말이 인상깊었어요. 학교에서 있었던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모든 일들이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 되는거 같고, 저도 열심히 그런 추억들을 쌓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세현님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느껴져서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 !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한 공간에 대한 깊은 감정이 생기고있던 사실은 그곳을 떠나게 되서야만 깨닫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과, 동기들과의 관계와 함께한 기억을 말씀하셨는데요, 학교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어쩌면 그곳에서 맺어진 여러 인간관계로부터 기인되는 것일까요?
의예과만을 바라보며 정말 열심히 노력해오신 게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그만한 노력을 들일 만큼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는 게 부러워집니다. 왜 의예과에 가고 싶으셨는 지도 궁금하네요. 또 글을 읽으면서 감정이나 상황들의 묘사가 깔끔하고 재밌어서 세현님만의 스토리가 몰입이 잘 된 것 같아요.
연세대에 한학기를 다니실 동안 학교생활을 야무지게 하시면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지금 스무살의 대학생활을 처음 경험하고 있는데, 많은 과제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내가 생각했던 생활과는 거리가 있어 고민이었는데 조금은 마음을 편하게 가져볼까 용기를..얻게 되네요.
목표를 위해 다시 한번 도전하신 게 대단해요. 연세대에 대한 묘사를 통해 얼마나 연세대를 사랑하셨는지 느껴졌어요. 제일 청춘이고 빛나는, 또 성인으로서의 처음인 20살을 기억할 수 있는 추억과 장소가 있다는 게 부럽습니다. 저도 저의 20살의 추억들을 경희대학교에서 쌓아 나중에 행복하게 다시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원하시던 의예과에서 좋은 일들만 가득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랄게요:)
글을 읽으면서 저도 덩달아 아련하고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잃고 나서야 사랑했음을 깨닫고 소중히 여기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세현님의 글을 읽고 공감했던 것도 제게 그런 순간이 있어서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리움엔 결국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생각하는데요, 연세대를 떠나오신지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여전히 전과 같은 그리움이 남아있나요? 만약 지금 그 그리움이 덜해졌다면, 그렇게 된 계기나 사건이 궁금합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과 3악장과 세현님의 당시 감정이 얽히는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혹시 당시에 그 곡을 들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우연히 상황에 맞게 그 노래가 재생된건지 궁금합니다. 평소에 클래식을 잘 들으시는지, 이유나 계기가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그동안의 노력이 담긴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도 추억과 감정이 담긴 공간이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언제부터 의예과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마음인 것 같아요. 원하던 목표는 아니었지만 그것이 나름의 자부심이 되어 찬란한 이십대의 큰 한 축이 되었던 것부터, 원래의 목적지로 다시 돌아가면서 그 큰 축을 뽑아내야한다는 것까지요.
그래도 목표였던 의예과에 오게 되었으니 아쉽고 울적한 마음만 있는 것은 아니겠죠? 분명 슬픈 동시에 기쁜 이상하고 복합적인 마음이 들었을 것 같아요. 그러한 점이 글에 더 들어갔다면 어떨까 싶기도 하네요.
캠퍼스는 언제든지 걸을 수 있지만 스무살의 감정이 담긴 캠퍼스는 그 의미가 남다른 것 같아요! 같은 연세대학교 캠퍼스지만 마음가짐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지는 것도 신기하네요. 어쩌면 세현님 마음 한 구석에는 연세대학교라는 학교가 스며들어 있었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글에서 세현님의 당시 감정과 생각들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좋았어요! 과거 학교, 학과 또한 정말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결과였음에도 과감히 도전한 당시의 세현님을 저도 응원하고 싶습니다. 현재는 입시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새로 다니게 된 경희대학교에는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세현씨의 글을 읽으며 저 또한 그렇게 많은 생각이 들게한 장소가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됐던 것 같습니다
작년에 노량진에서 잠깐 공부를 할 때 생각이 많아질 떄마다 가던 노들섬이 떠오르더군요!
대학에 입학한 후 다시 한번 갔을 때는 그때와 감회가 달랐고 새로웠습니다
세현씨도 연세대에 다시 간다면 어떤 감정들이 새롭게 느껴질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