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망경（梵網經）』 ⑨ 삿된 직업으로 생활하지 말라

[축성여석]

『범망경（梵網經）』 ⑨
기사등록일 [2008년 04월 21일 월요일]
 
삿된 직업으로 생활하지 말라

 

사람의 인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몇 가지 인연들이 있다. 그 첫 번째가 종교와의 만남이다. 자기가 신앙하는 종교에 따라서 생각이 달라지고 행동이 달라진다. 두 번째는 직업과의 만남이다. 똑같은 칼도 어머니가 들면 가족들을 위한 도구가 되지만 도둑놈이 들면 사람을 해치는 흉기가 되듯 직업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세 번째는 배우자와의 만남이다.

 

잘 알려진‘향 싼 종이와 생선 싼 종이’의 비유가 있다. 사람의 마음은 원래 선한 것도 아니고 악한 것도 아니지만 우리가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서 선하게도 되고 악하게도 된다. 이처럼 그 사람의 직업이 무엇이냐에 따라 이웃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해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범망경』에서는 불자들이 해서는 안 될 직업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첫째, 양민이나 노비를 매매해서 돈을 버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했다. 둘째, 소년소녀를 음란과 타락의 소굴에 매매하고 돈을 버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 셋째, 가축 등 살아있는 생명을 죽여 돈을 버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했다. 넷째, 장례에 쓰이는 도구를 팔아 돈을 버는 행위를 하지 말라. 다섯째, 삿된 주술이나 점치는 일들을 통해 돈을 버는 행위를 하지 말라. 여섯째, 마술이나 갖가지 속임수를 써서 돈을 버는 행위를 하지 말라.

 

일곱째, 매나 개를 길러 사냥을 시키는 행위를 하지 말라. 여덟째, 마약이나 아편 등 중독성 물질을 팔아 돈 버는 행위를 하지 말라. 이는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개인을 파탄시키고 가정을 파괴한다. 아홉째, 독이 오른 뱀을 죽여서 독약을 만드는 일을 하지 말라. 열째, 금이나 은에 가짜를 섞어서 돈 버는 행위를 하지 말라. 열한 번째, 먹는 음식에 인체에 해로운 약을 써서 파는 행위를 하지 말라. 열두 번째, 살상용 핵이나 미사일, 무기 등을 팔아서 생활하지 말라. 열세 번째, 저울을 속여 돈 버는 행위를 하지 말라. 열네 번째, 되를 속여서 돈 버는 행위를 하지 말라. 열다섯 번째, 관청의 세력을 이용해서 남의 재물을 빼앗는 행위를 하지 말라.

 

이와 반대로 불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유가사지론』 에서 밝혀 놓으셨다.
첫째, 영농업(營農業), 곧 농업, 임업에 종사하라. 둘째, 상공업(商工業), 공업에 종사하라. 셋째, 사왕업(事王業), 즉 바른 정치를 하라. 넷째, 서산업(書算業), 즉 수리나 경리업에 종사하라. 다섯째, 영조업(營造業), 기업경영을 잘 하라. 여섯째, 생성업(生成業), 축산업에 종사하라. 일곱째, 방나업(防那業), 방직업이나 의류업에 종사하라. 여덟째, 화합업(和合業), 법조계의 일에 종사하라. 아홉째, 성숙업(成熟業), 음식 관련한 식당업 등에 종사하라. 열째, 음악업(音樂業), 학원이나 학교 운영을 하라. 열한 번째, 점상업(占相業), 열두 번째 주술이다. 바로 이 부분이 중요하다. 분명히 『범망경』에서는 하지 말라고 되어 있는 주술을 여기서는 하라고 되어 있다.

여기엔 다음과 같은 단서가 붙어 있다. 죽기 직전에 있는 생명을 살린다든가 나쁜 액을 피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용납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같은 일이라도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에 따라 선택의 폭을 넓혀두었다.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데 사용한다면 나쁘지 않다는 대승적인 해석이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세계는 인과응보의 세계이며 각자 업에 따라 육도를 윤회한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다른 이의 어려움과 고통을 덜어주고 생명을 살리는 직업을 가지는데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제주 관음사 주지 원종 스님


946호 [200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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