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와우아파트 붕괴사고(70.4.8)

[구윤회]

와우아파트 붕괴사고(70.4.8)

1970년 4월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전동 산2 와우시민아파트 15동 콘크리트 5층 건물이 폭삭 무너져 내려 앉아 33명이 무참히 압사 하고 19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형사고가 일어난다. '와우식 근대화'란 말을 낳은 날림공사 때문에 빚어진 어이없는 참사 였다.(지금의 홍익대 뒷산이 '와우산')

와우아파트 완공 후 아파트를 둘러보고 있는 박정희대통령과 영부인 육영수여사 김현옥 서울시장.

그러나 4개월 후 끔찍한 붕괴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와우아파트는 1969년 12월 준공되어 지은 지 4개월 만에 붕괴되었는데, 조사 결과 아파트 받침기둥이 건물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여 사고가 발생했다. 산비탈에 축대를 쌓고 아파트를 지은데다 받침기둥에 철근을 제대로 쓰지 않은 부실공사로 해빙기에 건물 무게를 이기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와우아파트 기둥은 정상 하중의 3배를 버티다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고가 나기 한달 전부터 주민들이 구청에 '골조기둥이 가라앉고 벽체에 금이 가고 있다' 고 신고했으나 강심장 공무원들은 들은체 만체 했던 것도 밝혀졌다.

와우 시민아파트 15동은 1969년 서울특별시가 서울의 37개 지구에 건립한 406동의 아파트 가운데 하나로, 서울시는 당시 와우산 일대를 아파트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으로 총 24개의 시민아파트를 세웠다.

붕괴사고 원인은 시 당국의 무모한 불도저식 개발방법과 낮은 공사비 책정, 시공회사의 기초공사 허술(받침기둥에 철근 소량 사용과 적은 시멘트 배합), 짧은 공기 등의 부실공사, 붕괴위험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않은 마포구청과 경찰에 있었다.

시공사인 대룡건설㈜이 맡은 제3공구 13~16동 아파트에 투입된 총예산은 관급자재로 시멘트 1만 6,614부대, 철근 105만 5,813t(932만 7,026원) 등 2,638만 3,455원 이었다.

이 예산은 택지조성비·축대비 등을 제외하면 건축비가 평당 1만원도 채 안 되는 부실한 공사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서울시장이였던 김현옥씨가 책임을 물어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정치적 ·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1969년도의 시민아파트 건설사업 기공식은 4월과 5월 그리고 9월과 10월 등에 나누어 거행되었다.

그 중에서도 5월 15일에 있었던 제2차분 100동분 기공식 상황은 신문에 사진까지 실려 보도되고 있다.

(이날 기공식이 거행된 지역은 16개소였고 아침 7시부터 김현옥 시장, 김정오 제1부시장, 차일석 제2부시장 등이 각 지구별로 차례로 참석하여 주민대표와 더불어 삽질을 했다.)

1969년 1년간에 시민아파트가 건립된 지역은 32개 지구였고 406동 15,840가구분의 아파트가 건립되었다. 그 중 205동 6,927가구분은 시 본청에서 담당하였고 201동 8,913가구분은 구청에서 담당하였다. 이 건설사업에 참여한 업자는 모두 33개 업자라고 한다.

그런데 이 시민아파트 공사는 처음부터 몇 가지의 결정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첫째, 일단의 아파트가 들어설 부지에 대한 측량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시공이었으니 지질검사 같은 것은 처음부터 실시하지 않았다. 모두가 높은 산허리였으니 지하는 화강암 암반이고 따라서 견고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에서의 공사진행이었던 것이다.

둘째, 당시 불량 무허가건물 입주자들의 생활상태는 지금의 시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었다. 쌀 한 가마 5,220원, 연탄 한 개 16원, 담배(신탄진) 한 갑 60원 할 당시에(무허가건물 입주자들의 한달 평균소득은 1만원 이하였다. 그러므로 그들 대다수는 불과 며칠분의 양식과 2, 3일분의 연탄으로 생활을 유지하였고 장농이나 피아노, 가전제품 등의 가재도구도 없었다.)

입주대상자의 생활상태가 최하수준이었고 이렇다 할 가재도구도 없었으니 이들을 수용할 아파트의 구조는 처음부터 매우 취약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그들 입주대상자가 입주권을 팔고 타지로 떠나간 대신에 실제 입주자들은 가재도구를 갖춘 중산층이 되리라는 것, 또 비록 현재는 최하위의 생활수준일지라도 경제가 성장하여 그들의 생활수준도 크게 향상되리라는 것 등은 전혀 예상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구조계산이었다.

셋째,「시는 골조공사만 하고 내부공사 일체는 입주자가 공동부담 시공한다」는 원칙이었으니 옥상의 난간, 주민들이 오르내리는 옥내 · 옥외계단의 난간도 입주자 부담이었다. 입주자들은 각 가구마다의 내부공사(칸막이 · 문틀 · 온돌 · 화장실)도 힘에 겨워 옥상과 계단의 난간공사 같은 것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 결과 1970년 9월 23일까지 난간없는 비상계단에서 추락사고 10여건이 발생하여 사망 또는 중상을 입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러한 사건에도 그 비난의 소리는 시당국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넷째, 406개 동의 아파트를 33개 업자가 나누어 시공했으니 이를 담당 시공하는 건설업자들의 경제적 실력은 탄탄한 것이어야 했다. 그러나 1969년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는 겨우 현대 · 대림 · 동아 · 극동 등 몇몇 건설업자를 제외하고 모두가 취약한 업체들이었다.

현대 · 대림 등의 업자가 이런 시민아파트 공사에는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았으니 33개 업체는 거의가 부실업체였다. 아파트의 형태는 A · B · C의 3개 형이었고 표준설계도가 작성되어 각 구청 및 업자에게 시달되었다. 다섯째, 과소한 예산에 맞추어 설계함으로써 구조물의 단면 및 철근량이 부족하였다. 여섯째, 경사지에 건축할 때는 반드시 암반에 기초를 정착시키고 횡적인 힘에 저항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 · 시공해야 함에도 암반에 도달치도 못하고 수평력에 대한 고려도 없었으므로 지반이동과 수평력에 저항치 못하고 붕괴되었다. 1969년에 마포구 관내에는 와우지구 16개 동, 노고산지구 10개 동의 아파트가 건립되었다. 전자는 구청 담당이었고 후자는 시 본청 담당이었다.

와우지구(창전동 산 2번지) 16개 동 중 13 · 14 · 15 · 16의 4개 동(각 30가구분)을 지명경쟁입찰에서 낙찰한 업자는 대룡건설(대표 장익수)이었으며 낙찰가격은 3,002만 7,026원이었다. 이 공사대금 3천여만원 중에는 시멘트 2,700부대, 철근 35톤 등 관급 자재비 932만 7,026원이 포함되어 있었다. 착공일은 1969년 6월 26일이었고 준공일은 12월 26일이었다. 시공현장은 70도의 경사가 진 산비탈이었다. 이 공사의 진행에는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 구청이 지명경쟁입찰을 할 때 지명되는 업자는 충분한 재력과 시공경험이 풍부한 업자여야 하고 충분한 사전검토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룡건설(주)은 이 공사를 박영배에게 하도급한 지 얼마 안가서 부도를 내고 잠적해 버렸다. 구청에서 대룡건설이 부도를 내고 잠적해 버렸으며 하도급업자인 박영배가 무면허업자인 것을 알게 된 것은 준공검사가 내려진 후인 1970년 4월 3일이었다. 둘째, 하도급업자인 박영배는 공사금액 중 500만원을 대룡건설에 커미션으로 주고 공사대금을 받으면 현장감독인 마포구청 건축기사보 이성종에게 30만원을 뇌물로 주기로 약속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익금을 챙기기 위해서는 관급 자재를 외부에 유출시킬 수밖에 없었고 공사자체를 부실로 할 수밖에 없었다.

붕괴사고가 난 뒤의 검찰수사 결과로 밝혀진 바에 의하면,

1. 처음부터 지중량(地中梁) 없이 시공되었으며

2. 기둥 하나에 19㎜ 철근 70개씩이 들어가도록 되어 있었는데 5개 정도씩밖에 쓰지 않았으며

3. 콘크리트의 시멘트 배합이 사양서대로 되지 않았다.

4. 시 기술조사반의 조사에 의하면 와우시민아파트 15동의 설계상 건물 하중(荷重)은 1㎡당 280㎏인데 도괴된 15동의 실제하중은 900여㎏으로 1㎡당 600㎏ 이상 초과되어 있었다. 이렇게 엄청난 하중초과는 설계상 180㎏으로 되어 있는 온돌하중이 입주자가 임의로 가져다 쓴 구들장 등의 무게 때문에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건물 도괴 당시 이 건물 내에는 15가구가 입주해 있었는데 그 중 원래의 입주대상자는 2가구 뿐이었고 나머지 13가구는 입주권을 사서 들어온 중산층이었으니 연탄도 100여장씩 들여다 두었고 피아노를 위시한 가재도구도 있었다. 이 점은 당초의 하중설계에 원천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1970년 4월 8일 아침 6시 반경 와우시민아파트 제15동 콘크리트 5층 건물이 폭삭 무너져내렸다. 아파트 입주자 15가구 70명 중 32명이 사망, 38명이 부상당했다. 또 아파트가 내려앉으면서 그 아래에 있던 판자집 한 채가 깔려 사망 1명, 부상 2명을 내었다. 와우아파트사건으로 불려지는 이 사고로 16가구 73명 중 사망 33명, 부상 40명을 낸 것이다. 30가구 중 15가구만 입주한 상태의 도괴였으니 망정이지 30가구가 모두 입주한 후에 도괴되었다면 그 희생자는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이 아파트가 세워질 당시의 마포구청장 김옥현(金玉鉉)은 아파트가 붕괴되기 2일 전인 4월 6일에 퇴직하였지만 이 사건이 일어나자 바로 구속되었다. 시민아파트 건설사업소 공사과장 허필정(許畢鼎), 마포구청 건축과장 조성두, 동 건축기사보 이성종, 시공업자 박영배, 계약자인 전 대룡건설 사장 장익수 등도 구속되거나 전국에 지명수배되었다. 사망자 합동위령제가 마포중 · 고교 교정에서 거행된 것은 8월 11일 오전 11시였다.

국무총리 정일권, 국회의장 서리 윤치영, 마포구 출신 김홍일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낭독된 김현옥 시장의 조사에는「이 엄청난 재화를 당해 통곡에 목이 메고 슬픔에 가슴이 찢어진다」 했고「집없는 설움을 덜고 가난을 추방하려던 노력이 참화를 부르게 됐으나 가신 영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스스로 매질하면서 온갖 힘을 쏟겠다」고 목메인 소리로 다짐했었다. 시공업자 박영배에 의하여 도괴된 15동과 더불어 지어진 13 · 14 · 16동이 철거되기 시작한 것은 4월 17일부터의 일이었다. 콘크리트가 제대로 굳어지지 않아 버석버석할 정도여서 조심스러운 작업이 8일간이나 계속되어야 했다.

사망자 유족에 대한 대책으로 조위금 1구당 10만원, 위로금 1가구당 100만원이 지급되었으며 부상자에 대해서도 극진한 조치가 취해졌다. 김현옥 시장은 4월 16일자로 경질되었으며 후임에 경상북도지사로 있던 양택식(梁鐸植)이 임명되었다. 와우아파트 사건 이후 서울시는 건축구조를 전공하는 권위자들로 시민아파트 안전진단반을 편성하여 그동안에 지어졌던 전 시민아파트의 안전도를 점검했다.

그 결과 총 대상 405동 중 안전성을 보강해야 할 동수가 349동이며 그 중 크게 보강해야 할 곳이 20동, 중보강이 72동, 소보강이 257동으로 밝혀졌으므로 서울시는 15억 8,680여만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1 · 2차로 나누어 보강하였다.(1개 동은 철거) 1970년 4월 7일 신임 양택식 시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박정희대통령은 김시장에 의해서 추진되었던 시민아파트 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고 앞으로 건립하지 말 것을 명령한다.

그러나 서울시의 입장에서는 일시에 중단할 수는 없었다. 와우사건 이전에 이미 공약해 둔 것도 있고 또 건립준비 중에 있는 것도 있어 1970년에도 용산구 산천지구 등에 모두 12개의 시민아파트를 더 건립하였다. 여하튼 1968년에 최초로 건립한 금화지구 18동, 1969 · 1970년 건립분(철거분 제외)을 합쳐 1970년말 현재로 서울시내에는 모두 447개 동 17,300가구분의 시민아파트가 남아 있었다.

그 중에서 적지않은 부분이 보강되었으나 1971년 이후는 보강보다 철거하는 편이 보다 타당하다는 진단이 내려진 것은 철거해 가기 시작한다. 1977년 말에 서울시 주택관리과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1971∼1977년간에 모두 101동이 철거되었고 철거에 소요된 비용이 447동 건립비에 거의 맞먹는 50억 700만원이 소요되었다. 지금 현재에도 시민아파트가 남아 있지만 그 대부분은 재개발 또는 재건축 계획이 세워져 있거나 이미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