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이코패스란?
지난 달, 경기 서남부 지역에 있었던 여성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강호순이 검거되는 과정에서 강이 사이코패스라는 경찰의 발표로 세간에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난무하게 되었다. 사이코패스란 정신을 뜻하는 사이코(psycho)와 병리현상의 패스(pathy)의 합성어이다. 1920년대 독일의 슈나이더에 의해 처음 소개된 개념으로 ‘성격 탓으로 타인이나 자기가 속한 사회를 괴롭히는 사람’을 뜻한다. 그러나 이 보다도 사이코패스 판정도구(PCL-R)를 개발한 캐나다의 범죄심리학자 로버트 헤어 박사는 그의 저서〈진단명:사이코패스〉를 통해 ‘냉담하고 충동적이며 무감각하고 이기적인 사람들로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끼치는 피해를 자각하지 못하고 죄책감이나 후회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이를 두고 쉽게 정신병으로 이해하기도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정신질환과는 다르다. 정신병은 망상이나 환청에 사로잡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분간을 못하거나 혹 분간할 수 있는 기능이 심하게 훼손된 것에 비해 사이코패스는 선과 악을 구분할 줄 알고 자신의 행위가 가져올 결과를 명확히 알고 있는 정상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도 ‘비정상적이지만 병은 아니다’라고 판단하여 정신병질 매뉴얼 DSM-N에서 사이코패스를 삭제하고 이와 관련된 증상을 ‘반사회성 성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라는 명칭으로 통일 변경해 부르고 있다. 또 사이코패스를 위 반사회성 성격장애와 혼용하기도 하지만 둘 사이에 차이점을 두기도 한다. 반사회성 성격 장애는 아동기의 품행장애 여부와 반사회적 행동패턴의 유지가 중요한 진단요인이지만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행동보다는 사고(생각)와 감정을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사이코패스는 ‘극단적인 반사회성 성격장애’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사이코패스 경향을 가진 사람들이 보통의 정신질환자와는 달리 눈에 띄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타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거나 착실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원인으로는 유전적 영향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미 사우스 캐롤리아나 대학 애드리안 레인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는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 부위의 대사활동이 정상인과 달리 낮거나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두엽은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반응할지를 결정하는 곳으로 다른 동물에게는 없는 인간의 양심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 같은 유전적 특징 외에도 역시 사이코패스는 후천적 문제가 더해지는 것으로 파악한다. 특히 유아기와 아동기 인격형성에 학대나 방임, 가정폭력 등으로 인해 충격을 받거나 애정과 관심부족이 욕구체계와 감정조절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본다. 사이코패스로 발전할 수 있는 유, 청소년기의 품행장애로는 동물학대 등의 공격성과 파괴적 행동, 반복적인 거짓말, 타인의 권리침해 등이 대표적이다. 여러 품행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성장과정에서 폭력, 애정결핍 등을 거치게 되면 사이코패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성장과정에서 학교나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의 교감이나 관계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도 지적한다. 외에도 특징으로 과대망상적 자기존중감, 또는 죄책감과 양심의 결여 등도 지적되곤 한다. 즉 정상적이고 따뜻한 가정에서 자라는 사람들은 유전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사이코패스로 발전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학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 정도가 사이코패스 경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며 그 비율이 점점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다. 미국의 경우, 연쇄살인범의 90%, 폭력범죄의 50%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전국민을 충격으로 몰아간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국내 보고된 첫 번째 사이코패스적 범죄자이다.
2.교회 안의 사이코패스?
전체인구의 1% 정도를 사이코패스로 보는 통계는 충격적이다. 우리 중 100명중 한 명꼴은 언제든 유영철 같고, 강호순 같은 상상을 초월하는 그러나 별 죄책감도 느낄 수 없고 느끼지 않는 무시무시한 흉악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이고 그런 사람들이 별 다른 차이점이나 규제없이 우리 중에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일반적 통계를 근거로 한다면 교회 안에도 상당한 정도의 사람이 사이코패스적 경향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어떤 의미 불특정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교회야말로 음으로 양으로 사이코패스적 환경에 노출되어있다고 보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그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럼 교회는 어떤 식으로 사이코패스적 경향이 표출되며 또 어떻게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교회의 경우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전임사역자들과 일반 교인을 나누어 생각해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솔직히 말하면 목사를 비록한 교회안의 자율적 능동적인 면에서 교인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사이코패스의 특징 가운데 과대망상적 자기존중감, 그리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감각(양심의 결여), 반복적인 거짓말로 인한 자기도취 등이 있다는 것은 교회 안의 고민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종교의 경우 개인적 확신이라는 자기정체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종교를 가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종교적 확신의 역기능이 다른 사람의 현실, 주의주장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사례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를 두고 적극적으로 타인을 괴롭히고 살생을 서슴지 않는 사이코패스와 동류로 보는 것은 무리이나 지나친 자기확신이나 자기존중감 등으로 타인의 삶과 현실에 대하여 외면하는 교회의 모습에 대한 자기반성이라는 차원에서는 반추가 가능할 것이다. 특별히 교회지도자의 경우 하나님과 선교와 전도 등 교회의 절대명제를 앞세워 교회자체의 이상만을 추구하고 정작 교인들의 현실과 곤고한 삶을 외면한다면 이 또한 유사 사이코패스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교회는 교회로서의 특성상 교회가 추구하는 바를 빙자하여 은연중 교인들을 혹사하고 교인들도 교회의 일방적인 분위기에 세뇌 적응되어 비판적 자아를 상실할 위기가 늘 도사리고 있다. 종종 등장하는 이단 사이비 집단들의 반사회적 반가정적 광신적 폐해가 바로 사이코패스적 지도자에 의하여 나타나는 집단현상의 하나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양의 탈을 쓴 이리는 언제나 가능하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교회가 불완전한 가현교회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교회의 모습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해서는 교회가 성경을 총체적으로 닮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교회운영과 과정의 민주화가 필수적이다. 언제 교회가 민주적이었냐는 반문은 별로 정당할 것도 없거니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실은 구약이든 신약이든 공회가 대단히 민주적이었다. 지도자 개인의 독단에 공회가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의 합리적 과정이 교회를 보존하는 순기능으로 작용하여야 한다. 교회의 표상은 주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분의 온유와 겸손과 사랑과 헌신이 교회다움의 내용이다. 주께서 친히 내가 섬김을 받으려 하지 아니하고 섬기려 왔다 하심같이 교인들은 교회이념과 전임사역자들의 수탈대상이 아니라 섬김의 대상이다. 교회가 진정으로 교회의 주인이신 주님의 마음으로 영혼에게 다가갈 때만이 교회가 자가당착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양의 참 목자 되신 주님같이 교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시련을 같이 하는 타자(他者)적 자세만이 정신이상적일 수 있는 가능성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교회는 무오(無誤)하고 대단히 이상적이고 신령하고 거룩할 것이라는 확신은 사실 역사적으로 거의 환상이나 거짓에 가까왔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