誡奴文 종을 훈계하는 글
惟我奴僕乎 汝雖愚劣且昧 能有聽聞之耳 又有知覺之心 聽余告誡之語 而納于耳 度余利害之言 而銘于心 夫奴主之間 有君臣分 父子恩焉 臣是承君之命 而竭盡忠力者也 子是順父之志 而不敢自專者也 汝以臣子之職 事其主 而無違 則汝之職盡矣
내 노복아! 네가 비록 어리석고 못나고 또 어둡다 해도 능히 듣는 귀는 있고 또 知覺하는 마음은 있다. 내가 이르는 말을 잘 듣고 귀에 담아라. 내가 득이 되거나 해롭다는 말을 헤아려 마음에 새기어라. 대저 종과 주인의 사이는 임금과 신하처럼 구분이 있고, 부자지간의 은혜로움이 있다. 신하는 임금의 명을 받들어 충성을 다하고 있는 힘을 다하는 것이며, 자식은 아비의 뜻에 따르기에 감히 멋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네가 신하나 자식의 직분으로 주인을 섬기고 어긋나지 않아야 너의 직분을 다하는 것이다.
※愚劣: 어리석고 못남. 盡忠竭力: 충성을 다하고 있는 힘을 다 바침.
君必有封功之賞 父亦有稱孝之慈 忠順之名 不啻彌滿鄕里 惟可以作古不滅而後世 爲人奴者以汝爲 則汝以是爲可乎 爲不可乎 必欲思事宜 莫若易地而處 汝爲主人焉
임금은 반드시 功績으로 賞을 封하고, 아비 역시 孝子에게 자애로움으로 걸맞게 한다. 충성과 순종의 이름은 鄕里에 널리 퍼질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없어지질 않아 후세에까지 간다. 종이 된 자는 네가 행함에 있으니, 네가 이를 가히 할 수 있겠느냐, 하지 못하겠느냐? 반드시 일을 잘 처리하려 생각한다면, 처지를 바꿔 네가 主人이 되는 것만 같은 것이 없다.
※啻뿐 시. 彌滿: 널리 퍼지어 가득 차 있음. 作古: 작고하다, 사망하다, 고인이 되다.
而御奴僕思之 有一奴僕者 持身恭謹 作事勤勞 有志承順 惟令是從 耕稷樵採 牧馬飯牛 灑掃舂杵 索綯捆屨 乘時不失 計日不怠 盡心力而竭忠焉 則汝其賞乎 罰乎 汝其譽乎 責乎
그리하여 노복이 생각을 다스리기란, 한 사람의 노복이 된 자는 자신을 공손하고 삼가며, 일을 부지런히 하며, 주인의 뜻에 순응하여 오직 명하는 대로 쫓는 것이다. 이는 곡식을 耕作하고 땔나무를 해오거나, 마소를 기르거나, 집 안팎을 청소하고 절구질하거나, 새끼를 꼬아 짚신을 삼는 것은, 때를 맞춰야지 놓치면 안 된다. 하루라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몸과 마음을 다해 충성을 다해야 한다. 즉 너에게는 賞이 되기도 罰(벌)이 되기도 하며, 네게 명예롭기도 하고 책망을 듣기도 한단다.
※惟令是從: 오직 명하는 대로 좇음. 舂杵: 절굿공이. 절구에 穀食 따위를 빻거나 찧거나 할 때에 쓰는 공이. 舂찧을 용, (방아를)찧다, 절구질하다. 杵공이 저. 索綯(삭도): 새끼를 꼬는 일. 索줄 삭 / 찾을 색. 綯새끼 꼴 도. 捆두드릴 곤. 屨신 구(※履신 리). 失計: 적절하지 못하고 잘못된 계책, 失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