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재배에 있어 좋은 수질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럼 어떤 물이 좋을까요?
올해 시설원예기사의 실기시험(작업형)에 이 문제가 나왔습니다.
ph 5.5 ~ 6.5가 정답입니다.
하지만, 제 농장의 원수(지하수)는 pH 가 자그마치 7.5입니다. 이것은 원수 속의 중탄산(HCO3) 함량이 높아서 pH가 높게 측정됩니다. 이 중탄산은 질산으로 중화를 하는데 H20와 CO2로 분해되는데 이때 질산(HNO3)이 중화제로 쓰입니다.
하지만, 완벽한 중화가 되지 않아 질산이 직접 근권에 도달하면 강한 산성이라 뿌리가 손상되는 부작용이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1. 중탄산을 역삼투압정수기(RO-REVERSE OSMOSIS) 정수기기를 사용하여 증류수 수준으로 걸러버리고 필요한 중탄산을 비료로 처방받아 보충하여 적정하게 조절하는 방법과
2. 퍼카시드라는 비료를 사용하여 중화시키는 방법
3. 질산을 선제적으로 투입하여 1차 중화 이후 2차 중화를 시켜 안정화시키는 방법을 쓸 수 있는데
3번 째는 잘 사용하지 않은데 저는 이 방법을 써 보기로 하였습니다.
이 방법을 쓰게 된 근거는
지중해 연안은 대리석 산지로 중탄산이 매우 높아 pH가 거의 8에 근접한 상태로 수질이 매우 열악한데 기준 pH를 5.4에 맞춰 조절합니다(우리나라는 5.8), 이 지중해 연안국인 스페인에서 농업연수를 2번씩이나 했을 때 그때 5.4로 조정해 보기를 권했는데 잊고 있다가 이번에 시도해봅니다. 사실 이 방법을 사용하는데 매우 위험한 질산을 취급해야 하는데 안전상의 이유로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질산원액의 증발기체를 흡입하면 매우 자극적이라 보안경과 방독면을 써야 할 정도거든요.
그래서 안전한 이송을 위해 정량펌프나 플런저 펌프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마저도 귀찮아 잘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농업마이스터 역량평가에서 이 문제에 대해 개선점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덜컹 2차 합격을 하고 3차 현장평가를 농장에서 하게 되었는데 이를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실현해야 하는 상황발생...
그래서 열심히 구글링을 한 결과 국산제품은 부품을 구해서 회로를 구성하고, 정량펌프를 구입해서 연결해야 하는데 대략 비용이 1백만원을 넘어서는 수준인데
역시 대륙의 제작자들은 저렴한 가격의 솔류션을 제공했습니다.
pH컨트롤러와 이송펌프가 결합된 세트가 38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네요.
그런데 이 마저도 더 싼 것이 없나 검색하다가 유튜브에서 답을 찾았고, 검색했더니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거의 10만 원대에 이 구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문하고 배송을 기다려 오늘 설치를 해 보았습니다.
1. 본체에 pH측정센서를 장착하고 컬리버레이션 (오차보정) 하고 원수탱크에 설치하기
- 이 컬리버레이션은 pH 4.0, pH7.0의 기준액에 센서를 담가서 기기의 표시가 4와 7을 가리키도록 세팅을 하는 작업
2. 본체에 설정값 입력
- 이때 설정값은 양액기에서 최종 5.4로 조정하는데 중간값 6.5 정도를 설정하여 1차 중화작업을 원수탱크에서 하도록 세팅
3. 플런저 펌프를 양액기의 산탱크(C탱크라고 하며, 질산 100배액을 보관함)에 플런저 펌프 흡입구를 설치하기
4. 원수탱크에 물을 채우면 pH가 거의 7.5 수준으로 측정되고 작동스위치를 올리면 설정값 6.5에 이를 때까지 플런져펌프가 작동되어 100배액의 질산이 원수탱크에 투입되면서 희석되고 중화가 시작됨
이러한 작업은 보통의 축복받은 농가에선 불필요한 작업이나 저주받은 수질의 지하수를 가진 농가는 2500만 원에 이르는 산업용 역삼투압정수기를 구입해서 걸러내야 하는데 이마저도 1개당 100만 원에 이르는 필터를 2개 정도 6개월을 갈지 1년을 갈지 모르는 상태에서 비싼 유지보수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이마저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 유지비용이 매우 큽니다.
그리고 이 정수기는 효율이 50% 정도 되니 10톤의 원수를 받아도 5톤만 쓰고 5톤은 버려야 하니 이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pH조절제를 다른 산 (인산, 황산, 염산, 아세트산, 구연산 등)을 쓸 수 있지만 나름 부작용도 만만하지 않고 질산은 분해되고 남은 것은 질소비료로 공급할 수 있어 유리한 점이 많으며, 강산 중에 그나마 비교적 안전한 산이기에 보편적으로 씁니다.
이러한 작업들은 우리 학과 4학년 시설원예학에서 잠깐 언급은 되지만, 세세한 내용은 다른 교재를 보아야 하며, 결국 현장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고통스러운 공부가 됩니다.
저는 농가에서 닥치는 어려움을 해결해 줄 컨설팅을 담당할 농업마이스터 되는 것이 목표이기에 이러한 문제까지 해법을 찾아야 하며, 그것은 현실가능해야 하며, 적정비용으로도 설치될 수 있어야 하니 이런데 관심을 두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돈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대략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들 텐데 이러한 장치들을 사용해 보고 그 효과나 방법들을 공개하여 널리 쓰이거나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농가에 도움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참고로 소규모 도시농업이나 가정 내 식물공장을 구성할 때 이러한 장치들은 값싸게 설치할 수 있고, 배양액의 농도를 조절할 때 EC조절기도 비슷한 원리로 만들 수 있습니다.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존경스럽습니다. ^^
농사지어보면 워낙 많은 변수가 있어 어떤 문제때문에 농사가 잘되고 못되는지 참으로 알기가 힘듭니다.
10년차 들어선 농부이지만, 아직도 근본적인 물 문제(원수의 수질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이번 농업마이스터지정 역량평가에서 수질문제에 대한 질문이 있어서 이 기구를 설치해서 테스트 해 보는것입니다.
애로사항과 개선점을 설명하라는 요구에 말로만 설명했었고 당시는 수동으로 하던것을(비이커에 질산을 따라서 원수통에 붓고 저어서 pH를 측정하는정도) 이번참에 자동화 한 것입니다.
과학적 영농기법이 엄청 묻어있습니다
시설원예기사도 참 재밋는 과목인가 봅니다
깊은 내용도 담에 한 번 듣고싶네요~
좋은 성과 기대합니다
농업과 과학은 분리하기 힘든 그자체 기술입니다.
그리고 시설원예기사도 농학과의 최후자격증입니다. 식보와 조경 그리고 종자 등등 모든자격증이 포함된 자격증이죠.
마지막 도전종목으로 남겨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