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었다 수많은 별과 별 사이를 오가는 은하철도999호 차장 메텔이었고 절대고수의 무공을 옷소매에 숨긴 무림방주의 외동딸이었다 어쩌면 낮 동안 몰래 밖으로 나왔다가 저녁 무렵 저주받은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우렁각시였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소중한 날개옷을 잃어버린 것은 노총각 수학선생님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괴담이 시골 중학교 교정을 휩쓸고 다니기 시작할 때였다 이상했던 건 미술시간에 친구들이 던진 짓궂은 질문에도 옅은 미소를 짓다 마는 것이었다 결국 면사포를 쓴 그녀의 모습을 그려 낼 수 없었다 품속에서 하얀 젖을 꺼내 아기에게 물리고 빨래터에 쌓인 똥기저귀를 빨고 있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쯤 환한 꽃다발을 안고 학사모를 쓴 귀여운 손녀와 사진을 찍고 있을 그녀가 그려지곤 한다 큰 키에 긴 머리는 볼품을 다 했겠지만 입 근처 수줍던 볼우물은 눈가의 잔주름을 보듬어 순한 세월을 만들어 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백치처럼 선했던 그녀일지라도 평생토록 죄를 짓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무엇보다 치명적인 그녀의 죄는 초임 선생님이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의 스케치북에 버들잎 하나를 던진 어느 봄날의 사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