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매를 잊은 지 오래된 어머니가
일바지를 입고 밭고랑 논고랑으로
일흔 해 넘게 돌아다니다가 돌아가셨습니다.
벗어놓은 일바지에 꽃들이 와서
꽃무늬 물감을 들여주었습니다.
― 공광규, 「몸뻬바지 무늬」
이 디카시는 〈머니투데이〉에 발표되어 네이버 메인 화면에도 소개되고, 또 SNS로도 공유되며 조회 수가 10만 회도 넘었다. 〈머니투데이〉에 발표된 디카시는 이 작품 외에도 10만 회를 상회한 작품도 다수 있다. 실상 「몸뻬바지 무늬」는 아마, 다양하게 인터넷상에서 공유되며 100만 명도 더 읽었을 것이다.
디카시는 효용론적 입장에서 특히 강점이 있다. 이건 앞서 지적한 대로 디카시가 시이면서도 문자 미디어의 산물이 아니라 뉴미디어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몸뻬바지 꽃무늬가 환기하는 것은 자식을 위해 평생 헌신하다 세상을 하직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다. 몸뻬바지 영상이 환기하는 그리움을 더욱 폭발력 있게 만드는 것은 “몸매를 잊은 지 오래된 어머니가/ 일바지를 입고 밭고랑 논두렁으로/ 일흔 해 넘게 돌아다니다가 돌아가셨습니다./ 벗어놓은 일바지에 꽃들이 와서/ 꽃무늬 물감을 들여주었습니다.”라는 시적 문장이다. 이렇듯 영상과 문자가 한몸이 되어 독자들에게 핵폭탄 같은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 바로 디카시 「몸뻬바지 무늬」의 효용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