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경고등
작년 12월 초 어느 토요일 내가 아는 분 방문을 위해 차를 몰고 있었다. 내 차뒤에서 경찰이 마이크로 무언가 방송을 하고있다. 내 뒤를 바짝따라서 온다. 이 동네 먼일 났다고 생각하고 마이크소리가 들리든 말든 내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드디어 5,6분 달린 후 방문하려던 골목까지와서 내가 멈추니 경찰차도 멈추었다. 이상히 여겨
"경찰관님, 나를 따라 온 건가요? 내가 무슨 잘 못이 있나요?"
"네, 신호위반 하셨자나요. "
"모라구요? 정말인가요?"
결단코 어긴 적이 없기에 놀라서 물었다. 한 사십대 중반은 되어 보이시는 경찰관은 어느 신호등에서 어겼는지도 모르는 나를 한심히 여겼다. 주소를 대라고 윽박지르는 모양새다 . 한 술 더 떠서
"이래서 나이드시면 국가에 면허 반납하셔야해요."
라며 핀잔까지 주고있었다. 아마 내 머리가 힛끗힛끗하고 염색도 안했으니 7,8십대로 인식한 모양이었다. 경찰관은 이미 자신이 내 차넘버를보고 휴대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었다. 요즘은 정보가 다 뜬다. 거기에 그들만의 인터넷망이 있으니 내 신원은 바로 알게 되었을 것이다. 어짜피 딱지를 떼고 벌금 물 생각으로
"경찰관님 수고가 많으세요. 거기에 신호등이 있는지도 모르고 에구구. 사람이 어리해서. 알려줘서 참 고마워요. "
하고 진심을 담아 웃으며 말했다. 그때 단호하던 경찰관도 같이 웃으며
"앞으로 조심 하세요. 있는지도 모르셨다니 이번 한번은 경고만 할께요. 잘못하심 큰일나요."
하면서 그냥가신다. 아 정말로 고맙고 감사했다.
이것이 오전에 집에서 나와 5분여 걸린 시간안에 일어난 일이다. 방문하려던 사람은 나의 집에서 차로 5분거리에 산다. 이 사건에 놀란 것은 나였다. 아니 그냥 상냥히 말 한마디 한 것 뿐인데 나를 봐준건가. 웃으면서 긍정적으로 얘기한 말의 힘이 아주 크다는 걸 몸소 느꼈다. 그야말로 그날 종일 기분이 좋았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지않는가!
그날 집으로 돌아오면서 신호등이 분명이 있음을 보았다. 다만 여성회관 건물이 들어서며 수년전 생긴거라, 오랫동안 고향에서 살아 와서 타성에젖어 이 새로운 사실을 몰랐던거다. 아나로그시대 태어나 스피드한 세상에 얼뜨기가 되서 세상을 살고있는 느낌이다.
알고보니 경찰아저씨도 내가 말을 예쁘게 해서라기보단, 신호등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무지함에, 1번의 경고가 필요한 사람이란 걸 알아서 봐 준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얼굴이 붉혀진다. '머가 이쁘다고 봐주나 다 늙은 할망구를'
하고 혼자말했다.
이렇듯 내게는 이 시대 경고등이 들어와있다 .
급변하는 세상에 나이든 세대는 어리버리 할 수 밖에없다. 사실 아주 쉬운 작동법의 기계에도 두려움을 가지고있다. 소수의 특별한 사람도 있긴하지만. 내 경우도 차에 대한 정도 이상의 과민증이 있어 앞뒤전후 잘못 살피고 앞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운전을한다. 30년 운전 경력인데도 이러니 할말이 없을 뿐이다. 나를 포함해 나이든 분들 늘 깨어있어야 할 것 같다. 운전도 조심하고 각종 사이버 범죄에도 조심하면서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