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마하연론 서문釋摩訶衍論序
요흥황제(姚興皇帝) 지음
天冊鳳威姚興皇帝製
거울 같은 해와 구슬 같은 달이 이 산왕(山王)의 선궁(禪宮)에 머물러 두 길을 동시에 비추고
백 지역을 유유히 다닐 때, 평등한 관을 타고서 갠지스 강의 모래알만큼 많은 국토에 이르러
빛나는 극희(極喜)의 구슬을 들어 신령한 적멸의 궁궐을 엿본다고 들었다.
내가 옛날부터 이 법문이 있었다고 들었으나 갠지스 강의 모래알의 백배나 되는 지역 중
어디에 있는지를 깨닫지 못하여 그저 막연히 생각할 뿐이었다가
이제야 비로소 해석이 나오게 되었다.
전부터 거리에 떠도는 명성을 듣고 교화 받을 날을 기대하며 허공 같은
큰 형상의 흔적을 보고 바람에 흩어져버린 세계를 우러러 왔었다.
그러다가 뒤에 와서 과연 마니보장(摩尼寶藏)을 담은 상자가
동쪽 지역에 이르고
인다라망(因陀羅網)의 구슬이 항하사 세계에서 찾아짐을 대면하게
되었으니, 마음속에 넘쳐나는 기쁨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이 법이 기원정사의 연화좌를 떠난 이래 모범이 될 만한 것을 마음속에
바라왔었는데, 눈으로 보게 되었으니 가득한 경사가 아니겠는가.
물이 샘솟는다는 터를 먼 데서 바라보기만하다가 별이 총총한 하늘가를 흠모하면서
돌아오지 말지어다. 내 비로소 칠각(七覺)의 보배 숲에서 무성하게꽃피울 씨[因]를 뿌렸고,
구슬 같은 팔공덕[八德]의 연못에 연꽃의 종자를 심었다.
환희심을 뒤로 하고 향상하고 급히 오신 후, 그리고 금수레 같은 법문이 동방에 이른 이래,
위엄을 갖춘 불법문중에 응하여 구슬 같고 거울 같은 도왕(道王)의 게(偈)를 우선 책으로 묶었다.
산의 신령이 이미 항하사 세계의 지면에 내려와
마야(摩耶)의 문장으로 일찍이 기록되었고,
아직 오지 않은 팔만사천 법문을 실은 수레가 동쪽으로 떠날 차비를
차렸으며 과거 오백 세 동안 내려온 깨달음의 구슬이 남쪽에 이르렀다.
그가 내린 가르침은 어떠한가?
그는 관음보살 계신 곳에서 눈과 손을 비는 겨를에 갠지스 강의 모래알
보다 많은 교문(敎門)을 애써 찾았다. 그가 펼친 이치는 어떠한가?
비바시불과 석가불 계신 곳에서 인다라망의 구슬을 빌려 온 공덕으로
티끌만큼 많은 이치를 밝게 펼쳤다.
앞서 가신 마명(馬鳴) 성인의 빛나는 덕이 이렇게 해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용수(龍樹)보살이 펴신 묘한 법운(法雲)의 상서(祥瑞)가 이렇게 해서
비로소 완전히 열리게 되었다. 이 법은 너무나도 넓고 너무나도 깊다.
그러므로 스스로가 산림 속에서 원[僧那]을 세우지 않은 이라면,
그리고 향기로운 연못에 두 가지 인(因)을 심지 않은 이라면,
뉘라서 물같이 흐르는 설법의 보배를 기약할 수 있겠는가?
미륵부처님 나오시기 전에 가슴 속에 새겨둔 비밀스런 법칙을
널리 펼쳤으니, 석가부처님 이후이겠는가.
석마하연론, 이것이야말로 성품바다의 근원을 끝까지 다한
비밀스런 창고이자 깨달음의 원인이 될 수행[行因]의 근본을 두드리는 심오한 말씀이다.
별을 실은 수레가 구슬 같은 달을 지나는 격이니 군자들이 그 취지를
알수 없으며, 꽃을 수놓은 비단이 해에 다다른 격이니
숫자판을 두드려 보아도 끝이 어딘지를 헤아릴 수 없다.
가히 하나의 산에 해와 달이 동시에 뜨고
한 천하에 두 분의 황제가 계신다고 하겠다.
나는 석마하연론의 범본(梵本)이 지난날 중천축(中天竺)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사신을 보내 동쪽으로 모셔오도록 하였다.
때는 홍시 삼년(弘始三年, 401), 세차(歲次) 성기(星紀) 구월 초순에
대장엄사(大莊嚴寺)에서 친히 받들어 깎아낼 것은 깎아내고[削]
보탤 것은 보태면서[筆]
이 논을 받들어 번역케 하였다. 벌제마다(筏提摩多) 삼장이 직역을 하고,
유연타(劉連陁) 등이 세속에 통용되는 말로 전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사현금(謝賢金) 등이 집필을 맡아서 시작에서 끝날 때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말을 받아쓰고 문장을 다듬어 공든 작업이 끝났을 때, 해와 달의 면상이 골고루 땅에 임하고 수많은
별의 눈동자가 어디에나 펼쳐지며 크고 작은 모든 강물이 맑아지고 큰 바다의 물결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금수레가 지상에 나와서
손바닥 안에 있는 수미산으로 들어갔는지를
나는 자세히 알지 못했었다.
세밀하도다, 기쁨의 문이 법계에 가득하구나.
크도다, 고요한 방이 터럭 끝으로 들어가는구나.
이치가 이러하니,
명성이 끊겼다면 어떻게 글로 써서 책을 만들 수 있겠으며,
상(像)을 떠났다면 어떻게 그려서 채색을 할 수 있겠는가?
말을 내놓자니 정명(淨名)이 나를 꾸짖을 테고,
담론을 하자니 선길(善吉)이 나를 성토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말하리라.
절대적인 이치를 시구[諷誦]에 담고
멋진 말을 묵언(黙言)에 머물게 하리라고,
망루[臺觀]를 부숴 커다란 허공을 넓히려 하지 말 것이며,
옥거울을 부수려고 상(像)의 자취를 놓아버리지 말 것이다.
나는 감월에게 글을 청할 재주도 없고
구토(龜兎)에게 글씨를 빌려 올 재주도 없는 사람이나,
아쉬운 대로 변변치 않은 글을 지어 여기에 서를 붙이노라.
蓋聞月鏡日珠。
居爰山王禪宮,履於雙道,遊於百國,乘於等觀,達於恒剎,擧極喜之珠▼(玨/(冗-几+(樂-白+〡))),
窺寂滅之靈宮。道聞在昔,而猶弗覺其百恒之區,惘惘想想,方於時始釋矣。前聞街巷之稱聲,佇教化之期,
見像迹之虛形,瞻風散之界,後果面摩尼寶藏之區,至於東境。當因陁羅網之珠得於沙界,溢喜於內獲之心乎!祇園之蓮座,棄來以企龜鏡,盈慶於外瞻之目乎!望舒之涌臺,勿返以欽星岸歟?朕方解茂花因於七覺之寶林,植蓮種於八德之珠池。卻歡往向,卽急來後,加以金輪東方自來,應於威門之區,道王之偈先冊。珠鏡山靈已降,至於沙界之面,摩耶之文曾記,以未來八萬,而輪之駕東,及過去五百,而覺之珠南至矣。其爲教也,
於觀音中乞眼手之暇,而矚搜過恒,之教門其爲義也於尸迦中借珠網之功而曜羅塵數之義理。
以馬鳴先聖光明之德,於時具顯,龍樹大士妙雲之瑞,於方圓,啓,洋洋肅肅。自非結僧那於山林中,
植雙因於香池中,誰懸演水之珠蓋,於彌勒已前,敷服膺之祕軌,於釋迦已後哉!釋摩訶衍論者,
斯乃窮性海之源密藏,罄行因之本淵詞。以輪星而過於月珠君子莫識其旨歸以錦華而達於日域,
扣疇莫測其涯際。可謂一山界中,在兩日月,一天下中,在兩皇帝?朕聞其梵本,先在於中天竺。
遣䮊奉迎,近至東界,以弘始三年歲次星紀九月上旬,於大莊嚴寺,親受筆削,
敬譯斯論直翻譯人筏提摩多三藏傳俗語人劉連陁等執筆之人謝賢金等首尾二年方繕寫畢功,兩曜之面圓臨,
群星之目具舒。江河之水澄淨,大海之瀾泰然。朕未及詳,出金輪於坤之上,入妙高於掌之內。細哉喜門!
周於法界;大哉靜室!入於毫端。厥若斯理,絕稱歟!奚翰牘,離像歟!奚彩畫。語則淨名朕呵,
談則善吉朕吐。然而道言住,絕理於諷誦,止爽詞於默然。破其臺觀,莫弘大虛,滅其鏡玉,勿釋像迹。
朕將無以於▼(断-斤+下)月,文請於龜兔翰借,輒申鄙製,爰題序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