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대중을 동원하는 기술이다. 원래는 종교가 그 일을 했다. 잔다르크는 종교의 열광으로 영국을 꺾었고 무함마드는 일신교의 힘으로 아랍을 석권했다. 신이 하나인 이유는 군대의 지휘관이 한 명이기 때문이다. 로마는 집정관 두 명이 교대로 지휘하다가 한니발에게 깨졌다.
현대전 지휘관이 참호전을 선호하는 이유는 병사를 가둬놓기 좋기 때문이다. 한신의 배수진과 같다. 한신은 보이는 끈으로 묶고 종교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는다. 예술과 철학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대중을 묶는 기술이다. 본질은 집단이 방향전환 할 때 관성력을 빼먹는 장치다.
철학은 종교를 표절한다. 프랑스 혁명은 이념이 종교를 대체할 수 있음을 보였다. 독일 관념론 철학은 종교어를 관념어로 바꿔놓은 것이다. 성공했다. 독일은 30년 전쟁에 국토가 박살나고 40여개 국가로 쪼개졌는데 하나의 제국으로 통일했다. 바랍잡이 일은 칸트와 헤겔이 했다.
독일철학을 베낀 일본은 수백 명의 다이묘를 하나의 덴노로 합쳤는데 역시 성공했다. 종교가 때로 쓸모가 있듯이 관념론 철학도 때로는 쓸모가 있다. 단 폭주하는게 문제다. 독일통일로 재미를 보더니 세계통일을 꿈꾼다. 일본통일로 재미를 보더니 아시아를 다 먹으려고 폭주한다.
촌놈은 이념이 먹힌다. 프랑스 혁명이 증명했다. 농부가 용병보다 잘 싸운다. 촌놈은 신분으로 묶이고 심리적으로 묶여서 보이지 않는 끈이 필요없다. 봉건시대에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었다. 자유로운 도시인과 달리 객지에 와서 위축되어 있는 촌놈은 지휘관의 명령에 복종한다.
독일 관념론 철학 정신주의 – 독일을 통일하고 내친 김에 세계를 다 먹자.
프랑스 구조주의 해체주의 – 독일 쪽수의 세계정복을 막자. 뭐든 찢어놓자.
철학자들이 말을 그럴듯하게 하지만 내막을 들어보면 종교의 변형이다. 집단 히스테리를 이용한다. 욕심을 내는 독일과 그걸 근심하는 프랑스와 그걸 베끼는 일본과 그걸 구경하는 양키가 있다. 공통점은 약자의 사상이라는 점이다. 공자의 군자론이 강자의 사상인 것과 다르다.
독일은 30년 전쟁에 국토가 박살나서 인구가 없었다. 당시만 해도 선진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세계를 식민지화 하고 있었는데 독일은 낙후되어 있었다. 물질로는 영국과 프랑스를 이길 수 없으니 독일 촌놈들은 정신력으로 이겨야 한다. 정신주의로 밀어봤는데 의외로 그게 먹혔다.
근대 민족주의는 집단 우월주의다. 독일과 일본의 정신주의 역시 우월주의다. 조선의 선비사상도 같은 정신주의다. 정신주의가 다윈의 진화론과 결합하여 인종차별주의로 변질되었다. 이게 촌놈의 열등의식과 결합하면 먹힌다. 촌놈은 보이지 않는 끈에 묶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답은 구조다. 사회 안에 묶는 구조를 만든다. 영국군 전열보병은 안 되면 1200대를 때린다. 프로이센군은 될때까지 부대 전체가 처음부터 다시 한다. 로마군의 1/10형은 추첨하여 열에 하나를 죽인다. 이게 보이지 않는 끈이다. 나라마다 깔때기에 밀어넣고 압박하는 구조가 있다.
성과를 냈다. 독일은 통일되었다. 보불전쟁에 이겼다. 조선왕조도 600년간 유지했다. 환경변화를 따라잡지 못했을 뿐 당시엔 먹혔다. 일본은 독일철학을 베껴 사무라이 철학을 만들고 이차대전에 승승장구했다. 망하기 전까지는 성공했다. 묶기는 했는데 풀어주지 못했을 뿐이다.
프랑스 철학의 탈근대는 탈독일이다. 뭉치지 말자는 말이다. 프랑스는 뭉쳐도 독일 쪽수를 못이기니까. 송태조 조광윤은 군벌 30명을 무장해제 시켰다. 송나라는 금나라와 몽골에 털렸지만 잠시 성공했다. 부분적 성과다. 해체가 다 나쁜게 아니다. 뭉치든 흩어지든 타이밍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