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반야바라밀경_01. 서품(序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 기사굴산에서 대략의 수효 5천 명[分]으로 이루어진 큰 비구승과 함께 머무셨다. 그들은 모두 아라한으로 모든 누(漏)가 이미 다하고 다시는 번뇌가 없었다. 마음으로 잘 해탈하였고 지혜로도 잘 해탈하였으며, 마음이 길들여져 유연한 것이 마치 마하나가 같았다. 할 일을 이미 다하고 무거운 짐을 버리어, 능히 공덕의 짐과 남에게 응하는 짐을 짊어질 수 있으며, 자기의 이득[己利]을 체득하고 모든 유(有)와 결(結)이 다했으며, 바른 지혜로 이미 해탈을 얻었다. 오직 아난만을 제하니, 그는 배움의 경지[學地]에서 수다원(須陀洹)을 얻었을 뿐이었다.
다시 5백 명의 비구니와 우바새ㆍ우바이가 있었으니, 모두가 성스런 진리를 보았다. 다시 보살마하살들이 있었으니, 모두가 다라니(陀羅尼) 및 모든 삼매를 얻고,
공(空)ㆍ 무상(無相)ㆍ 무작(無作)을 행하여,
이미 등(等)과 인(忍)을 얻었다. 걸림 없는 다라니를 얻었고, 모두가 5통(通)을 얻었으며,
그들이 말을 하면 반드시 다 받아 지녔다. 다시는 게을러지는 일이 없었고, 이미 이양과 명예를 버렸으며, 법을 설하되 바라는 바가 없었다. 깊은 법인(法忍)을 건너 두려움 없는 힘을 얻고,
모든 마사(魔事)를 초월했으며, 일체의 업장에서 남김없이 해탈했다. 인연의 법을 교묘하게 연설했으며, 아승기겁 이래로 대서원을 일으켰다. 얼굴빛이 화열(和悅)하여 항상 먼저 인사하고 말하는 바가 거칠지 않았으며, 대중 가운데서 두려움 없음[無所畏]을 얻었다.
헤아릴 수 없는 억겁 동안 법을 설했으니 교묘히 뛰어났다. 모든 법은 아지랑이[幻] 같고 불꽃[焰] 같고, 물속의 달 같고, 허공 같고, 메아리 같고, 건달바의 성 같고, 꿈 같고, 그림자 같고, 거울 속의 형상 같고, 변화한 것[化] 같다고 알았다.
마음에 걸림 없고[無礙] 두려움 없음[無所畏]을 얻었으며, 중생들의 마음 가는 곳을 모두 알아 미묘한 지혜로써 그들을 제도하여 해탈시켰으니, 뜻에 걸림이 없고 대인(大忍)을 성취하여 여실하고도 교묘히 제도했다.
그리고 한량없는 불국토를 받아들이기를 서원했으며, 한량없는 불국토의 부처님들의 삼매를 생각하니, 항상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능히 한량없는 부처님들께 청하고, 능히 갖가지 견해와 얽매임[纏] 및 모든 번뇌를 끊었으며, 백천 가지 삼매에서 유희하며 삼매를 냈다.
보살들은 이와 같이 갖가지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했으니, 그들의 이름은 발타바라(颰陀婆羅)보살ㆍ계나가라(罽那伽羅)보살ㆍ도사(導師)보살ㆍ나라달(那羅達)보살ㆍ성득(星得)보살ㆍ수천(水天)보살ㆍ주천(主天)보살ㆍ대의(大意)보살ㆍ익의(益意)보살ㆍ증의(增意)보살ㆍ불허견(不虛見)보살ㆍ선진(善進)보살ㆍ세승(勢勝)보살ㆍ상근(常懃)보살ㆍ불사정진(不捨精進)보살ㆍ일장(日藏)보살ㆍ불결의(不缺意)보살ㆍ관세음(觀世音)보살ㆍ문수사리(文殊師利)보살ㆍ집보인(執寶印)보살ㆍ상거수(常擧手)보살ㆍ미륵(彌勒)보살이었다. 이와 같이 한량없는 백천만억 나유타의 보살마하살들이 있었으니, 모두가 보처(補處)이자 거룩한 지위[尊位]를 이어받은 이들이었다.
여기에서 세존께서는 스스로 사자좌를 펴셨다. 그리고는 가부좌를 틀어 몸을 곧추시고는, 염(念)을 모아 눈앞에 두고 삼매왕삼매(三昧王三昧)에 드시니, 모든 삼매가 모두 그 안에 들어갔다.
이때 세존께서는 삼매로부터 편안히 일어나시어, 천안으로 세계를 관찰하시고 온몸으로 미소 지으셨다. 발바닥의 천폭상륜(千輻相輪)에서 6백만억의 광명을 놓으셨으며, 열 발가락ㆍ두 복사뼈ㆍ두 발꿈치ㆍ 두 무릎ㆍ두 허벅지ㆍ허리ㆍ척추ㆍ배ㆍ등ㆍ배꼽ㆍ가슴ㆍ가슴의 덕자(德字)ㆍ어깨ㆍ팔ㆍ열 손가락ㆍ 목ㆍ입ㆍ40개의 치아ㆍ두 콧구멍ㆍ두 눈ㆍ두 귀ㆍ백호상ㆍ육계에서 각각 6백만억의 광명을 놓으셨다.
이 모든 광명으로부터 대광명을 놓아 삼천대천국토(三千大天國土)를 두루 비추시고, 삼천대천국토로부터 다시 동방으로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불국토를 두루 비추셨다. 남ㆍ서ㆍ북 방과, 네 간방과, 위ㆍ아래도 그러하였는데, 어떤 중생이라도 이 광명을 만나는 자는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다시 광명은 동쪽으로 뻗어서 항하사와 같은 불국토를 지났으며, 남ㆍ서ㆍ북 방과, 네 간방과, 위ㆍ아래에 이르기까지도 그와 같았다.
여기에서 세존께서는 다시 온몸의 털구멍으로 모두 미소를 지으시고,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국토를 두루 비추셨다. 그 빛은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세계에까지 이르렀으니,
이 광명을 만난 중생은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여기에서 세존께서는 상광명(常光明)으로써 삼천대천국토를 두루 비추시니, 또한 동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모든 부처님 국토에까지 이르렀다. 나아가 시방에 이르기까지도 역시 그와 같았으니, 어떤 중생이든지 이 광명을 만나면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여기에서 세존께서는 광장설상(廣長舌相)을 내시어 삼천대천국토를 두루 덮으시고는 빙그레 미소 지으셨으며, 그 혀뿌리로부터 한량없는 천만억의 광명을 내셨다. 이 낱낱의 광명은 천 잎의 금빛 보배꽃으로 변하고, 그 꽃 위에는 모두 화현한 부처님이 가부좌를 맺고 앉아 6바라밀을 말씀하시니, 중생으로서 듣는 자는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다시 시방으로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불세계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그와 같았다.
여기에서 세존께서 짐짓 사자좌에 계시면서 사자유희삼매(獅子遊戱三昧)에 드시어 신통력으로 삼천대천국토를 감동시키시니,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곧 동쪽에서 솟아 서쪽으로 잠기고, 서쪽에서 솟아 동쪽으로 잠기고, 남쪽에서 솟아 북쪽으로 잠기고, 북쪽에서 솟아 남쪽으로 잠기고, 가에서 솟아 중간으로 잠기고, 중간에서 솟아 가로 잠겼다. 그리고 다시 땅이 모두 부드러워지니, 중생들로 하여금 화평하고 기쁘게 했다.
이 삼천대천국토 가운데의 지옥ㆍ아귀ㆍ축생과, 그리고 여덟 가지 어려운 곳[八難處]이 즉시에 해탈을 얻어 천상에 태어났으니, 사천왕천처(天王天處)에서 타화자재천에 이르기까지였다.
이 천인(天人)들은 스스로가 숙명을 깨달아, 모두가 크게 기뻐하면서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는, 머리 숙여 부처님 발에 절하고 한쪽으로 물러나 있었다.
이와 같이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국토의 땅이 모두 여섯 가지로 진동하니, 일체의 지옥ㆍ아귀ㆍ축생 및 여덟 가지 어려운 곳에 이르기까지 즉시에 해탈하여, 천상에 태어남을 얻어, 여섯째 하늘에까지 이르렀다.
그때 이 삼천대천국토의 중생으로서, 눈이 먼 이는 보게 되고, 귀먹은 이는 듣게 되고, 벙어리는 말하게 되고, 미친 이는 정신이 돌아오고, 마음이 산란한 이는 안정되고, 벗은 이는 옷을 얻고, 주리고 목마른 이는 배부름을 얻고, 병든 이는 치유되고, 모습이 흉하게 무너진 이는 형체가 갖추어졌다.
일체의 중생이 모두가 평등심[等心]을 얻어 서로 대하니, 마치 부모ㆍ형제ㆍ자매와 같았으며, 또한 친척 같았고 선지식(善知識) 같았다.
이때 중생들은 10선업도(善業道)를 행하고 범행(梵行)을 깨끗이 닦아, 티가 없이 담연하고도 즐거워했다. 마치 비구가 제3선(禪)에 든 것과 같았으니, 좋은 지혜를 얻고, 계행을 잘 지니고, 스스로를 지켜 중생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여기에서 세존께서는 사자좌에 앉으시니, 삼천대천국토 안에서 그 위덕이 유달리 거룩하셨다. 광명과 모습과 위덕이 높고 높으시어[巍巍],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불국토에 두루 미치니, 마치 수미산왕은 광명과 색깔이 뛰어나서, 뭇 산들이 미칠 수 없는 것과도 같았다.
여기에서 세존께서는 상신(常身)으로써 이 삼천대천국토의 온갖 중생들에게 보이시니, 이때에 수타회천(首陀會天)과 범중천(梵衆天)과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과 화락천(化樂天)과 도솔타천(兜率陀天)과 야마천(夜摩天)과 삼십삼천(三十三天)과 사천왕천(四天王天) 및 삼천대천국토의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人非人]들이,
하늘의 꽃ㆍ하늘의 영락ㆍ하늘의 택향(澤香)ㆍ하늘의 가루향과, 하늘의 청련화ㆍ적련화ㆍ백련화ㆍ홍련화와 하늘의 나뭇잎 향을 가지고, 부처님께 다가갔다.이 모든 하늘 꽃 내지는 하늘의 나뭇잎과 향기로써 부처님 위에 뿌리니, 뿌려진 보배꽃이 이 삼천대천국토 위의 허공 가운데에서 커다란 누대[臺]가 되었다.
이 꽃 누대 주변에는 영락과 갖가지 빛깔의 꽃일산이 드리워지고 오색빛깔로 어지러웠으니, 이런 꽃 일산과 영락이 삼천대천국토를 두루했다. 이런 꽃일산과 영락으로 장엄스럽게 꾸민 까닭에, 이 삼천대천국토는 모두 금빛을 이루고, 나아가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모든 부처님의 세계도 모두 이와 같았다.
여기에서 삼천대천국토와 시방의 중생들은 제각기 생각하기를, ‘부처님은 나만을 위하여 설법하실 뿐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여겼다.
그때 세존께서 사자좌에 계시며 빙그레 웃으시니, 광명이 입으로부터 나와 삼천대천국토를 두루 비추었다. 이 광명으로 인해서 이 편의 삼천대천국토의 중생들은 모두 동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불승(佛僧)을 뵈었고, 다시 저 편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국토의 중생들도 역시 이 편의 삼천대천국토 안의 석가모니부처님과 대중들을 뵈었다. 남ㆍ서ㆍ북 방과, 네 간방과, 위ㆍ아래 역시 그와 같았다.
이때에 동쪽으로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국토를 지나 그 국토의 가장 끝에 국토가 있으니, 다보(多寶)라고 한다. 부처님의 명호를 보적(寶積)이라 하는데, 지금도 현존하시면서 보살마하살들을 위해 반야바라밀을 말씀하고 계신다.
그런데 그 국토에는 보살이 있었으니, 보명(普明)이라 했다. 그는 이 큰 광명을 보고 땅이 크게 진동함을 보며, 또한 부처님의 몸을 뵈옵고는, 곧 보적불(寶積佛)께 가서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지금 무슨 인연으로, 이 광명이 온 세상을 비추고 땅덩이가 크게 진동하며, 또한 불신(佛身)을 보게 되는지요?”
보적불께서 보명에게 알려주셨다.
“선남자야, 서쪽으로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국토를 지나가면, 사바(沙婆)라는 세계가 있느니라. 거기에 부처님이 계시니, 이름이 석가모니이시다. 지금 현재 보살마하살들을 위해 반야바라밀을 말씀하고 계시는데, 이것은 그 분의 위신력[神力]이니라.”
이때 보명보살이 보적불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가서 석가모니부처님을 뵙고 예배 공양하며, 나아가 저들 보살마하살로서 거룩한 지위를 이어받은 이를 뵙고, 다라니와 모든 삼매를 얻어, 삼매 가운데에서 자재함을 얻으신 분들을 친견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보명에게 말씀하셨다.
“가려거든 네 뜻대로 하되, 적절히 때를 알거라.” 그리고 보적불께서는 천개의 잎이 달린 금색 연꽃을 보명보살에게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대는 이 꽃을 석가모니부처님의 머리 위에 뿌려 드려라. 그 사바세계에 태어난 보살들은, 이기기 어렵고 미치기 어려우니, 그대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 세계를 다녀오너라.”
그러자 보명보살은 보적불에게서 천 잎새의 금빛 연꽃을 받아들고는, 무수한 출가ㆍ재가의 보살 및 동남ㆍ동녀들과 함께 길을 떠났다. 그들은 모두 지나는 길에 동방의 부처님들께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면서, 온갖 꽃ㆍ향ㆍ영락ㆍ가루향ㆍ물향ㆍ태우는 향ㆍ바르는 향ㆍ의복ㆍ당기ㆍ일산[蓋]을 가지고, 석가모니부처님께로 향했다. 도착해서는 머리와 얼굴을 부처님의 발에 대어 예를 올리고는, 한쪽에 선 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보적 여래께서 세존께 문안하시기를, ‘세존께서는 번뇌 적으시고 병환 적으시며, 기거에 경쾌하시고 기력 있으시며 안락하신가’ 하십니다. 또한 이 천(千) 잎새의 금빛 연꽃으로 세존께 공양하라 하셨습니다.”
여기에서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이 천 잎새의 금빛 연꽃을 받으시자, 동쪽으로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세계의 부처님께 흩뜨리셨다. 그러자 흩뿌려진 연꽃이 동쪽으로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불국토에 가득했으며, 낱낱 꽃 위에 모두 보살이 가부좌를 맺고 앉아서 6바라밀을 설하니, 이 법을 듣는 이는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모든 출가ㆍ재가의 보살들과 동남ㆍ동녀들은 머리와 얼굴을 석가모니부처님의 발에 대어 절하고, 제각기 공양구로써 석가모니부처님께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했다. 이 출가ㆍ재가의 보살들 및
동남ㆍ동녀들은 제각기 선근과 복덕의 힘 때문에 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ㆍ아라하(阿羅呵)ㆍ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이신 석가모니부처님께 공양드릴 수 있었던 것이다.
남쪽으로 항하의 모래수같이 모든 부처님 국토를 지나서 그 국토의 가장 끝에 있는 나라를, ‘일체의 근심을 여읜 곳[離一切憂]’이라 부른다. 부처님의 명호를 무우덕(無憂德)이라 하고, 보살의 이름을 이우(離憂)라 한다.
서쪽으로 항하의 모래수같이 모든 부처님 국토를 지나서 그 국토의 가장 끝에 있는 나라를, ‘악을 멸한 곳[滅惡]’이라 부른다. 부처님의 명호를 보산(寶山)이라 하고, 보살의 이름을 의의(儀意)라 한다.
북쪽으로 항하의 모래수같이 모든 부처님 국토를 지나서 그 국토의 가장 끝에 있는 나라를, ‘뛰어난 곳[勝]’이라 부른다. 부처님의 명호를 승왕(勝王)이라 하고, 보살의 이름을 득승(得勝)이라 한다.
아랫쪽으로 항하의 모래수같이 모든 부처님 국토를 지나서 그 국토의 가장 끝에 있는 나라를, 선(善)이라 부른다. 부처님의 명호는 선덕(善德)이라 하고, 보살의 이름을 화상(華上)이라 한다.
윗쪽으로 항하의 모래수같이 모든 부처님 국토를 건너서 그 국토의 가장 끝에 있는 나라를, 희(喜)라 부른다. 부처님의 명호를 희덕(喜德)이라 하고, 보살의 이름을 덕희(得喜)라 한다.이와 같이 해서 일체가 모두 동쪽과 같았다.
그때에 이 삼천대천세계가 보배로 변하고 두루 온 땅을 덮었으며, 비단 번기가 걸리고 향 나무와 꽃 나무로 남김없이 장엄되었다. 비유하건대 화적(花積)세계와 보화(寶花)세계에서, 묘덕(妙德)보살과 선주의(善住意)보살 및 그 밖의 큰 위신력 있는 보살들이 그곳에 머무신 것 같았다.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일체 세계 가운데, 혹은 하늘 세계, 혹은 마의 세계, 혹은 범천의 세계, 혹은 사문ㆍ바라문, 혹은 하늘, 혹은 건달바ㆍ인간ㆍ아수라들과, 보살마하살들로서 거룩한 지위를 계승한 자들이 모두 모였음을 아셨다.
부처님께서는 대중이 이미 모인 것을 아시고는,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이 일체종(一切種)으로써 온갖 법을 알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해야 하느니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보살마하살이 일체종으로써 온갖 법을 알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해야만 하는지요?”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은 머무르지 않는 법으로써 반야바라밀 가운데 머무르고, 버릴 바 없는 법으로써 단나바라밀을 구족하나니, 베푸는 이와 받는 이와 베푸는 물건을 모두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또한 죄와 죄 아님을 얻을 수 없는 까닭에, 시라바라밀을 구족하며,
마음이 요동치 않음에 의해, 찬제바라밀(羼提波羅蜜)을 구족하느니라.
몸과 마음으로 정진하여 게으르거나 쉬지 않는 까닭에, 비리야바라밀을 구족하고,
어지럽지 않고 맛들이지 않는 까닭에, 선(禪)바라밀을 구족하며,
그리고 일체법에 집착되지 않는 까닭에, 반야바라밀을 구족하느니라.
이처럼 보살마하살은 머무르지 않는 법으로써 반야바라밀 가운데 머무르되 머문다는 생각을 내지 않는 까닭에, 4념처(念處)와 4정근(正勤)과 4여의족(如意足)과 5근(根)과 5력(力)과 7각분(覺分)과 8성도분(聖道分)과 공(空)삼매ㆍ무상(無相)삼매ㆍ 무작(無作)삼매와 4선(禪)과 4무량심(無量心)과 4무색정(無色定)과 8배사(背捨)와 8승처(勝處)와 9차제정(次第定)과 10일체처(一切處)를 구족하며,
9상(相), 곧 창상(脹相)ㆍ괴상(壞相)ㆍ혈도상(血途相)ㆍ농란상(膿爛相)ㆍ 청상(靑相)ㆍ담상(噉相)ㆍ산상(散相)ㆍ골상(骨相)ㆍ소상(燒相)과, 염불(念佛)ㆍ 염법(念法)ㆍ염승(念僧)ㆍ염계(念戒)ㆍ염사(念捨)ㆍ염천(念天)ㆍ염입출식(念入出息)ㆍ 염사(念死)를 구족해야 하느니라.
10상(想), 곧 무상상(無常想)ㆍ고상(苦想)ㆍ무아상(無我想)ㆍ식부정상(食不淨想)ㆍ 일체세간불가락상(一切世間不可樂想)ㆍ사상(死想)ㆍ부정상(不淨想)ㆍ단상(斷想)ㆍ 이욕상(離欲想)ㆍ진상(盡想)을 구족해야 하느니라.
11지(智), 곧 법지(法智)ㆍ비지(比智)ㆍ타심지(他心智)ㆍ세지(世智)ㆍ 고지(苦智)ㆍ집지(集智)ㆍ멸지(滅智)ㆍ도지(道智)ㆍ진지(盡智)ㆍ무생지(無生智)ㆍ 여실지(如實智)를 구족해야만 하느니라.
3삼매, 곧 유각유관삼매(有覺有觀三昧)ㆍ무각유관삼매(無覺有觀三昧)ㆍ 무각무관삼매(無覺無觀三昧)를 구족해야만 하느니라.
3근(根), 곧 미지욕지근(未知欲知根)ㆍ지근(知根)ㆍ지이근(知已根)을 구족해야만 하느니라.
나아가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10력(力)ㆍ4무소외(無所畏)ㆍ4무애지(無礙智)ㆍ18불공법(不共法)과 대자대비를 두루 알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해야 하느니라.
다시 보살마하살이 도혜(道慧)를 얻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해야 하며,
보살마하살이 도혜로써 도종혜(道種慧)를 구족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해야 하느니라.
도종혜로써 일체지(一切智)를 구족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해야 하며,
일체지로써 일체종지(一切種智)를 구족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해야 하느니라.
일체종지로써 번뇌의 습(習)을 끊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해야만 하느니라.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보살의 지위에 오르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고,
성문과 벽지불의 경지를 지나서 아유월치(阿惟越致)의 지위에 머무르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그리고 보살마하살이 6신통(神通)에 머무르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고,
온갖 중생들의 뜻이 가는 데를 알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또한 보살마하살이 온갖 성문과 벽지불의 지혜보다 뛰어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고,
모든 다라니문(陀羅尼門)과 모든 삼매문을 얻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온갖 성문이나 벽지불을 구하는 사람이 보시(布施)할 때, 더불어 기뻐하는[隨喜] 마음으로써 그보다 더 뛰어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온갖 성문이나 벽지불을 구하는 사람이 계율을 지닐(持戒) 때, 더불어 기뻐하는 마음으로써 그보다 더 뛰어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온갖 성문이나 벽지불을 구하는 사람의 삼매(三昧)와 지혜(智慧)와 해탈(解脫)과 해탈지견(解脫知見)에 대하여, 더불어 기뻐하는 마음으로써 그보다 더 뛰어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온갖 성문이나 벽지불을 구하는 사람의,모든 선정(禪定)과 해탈(解脫)과 삼매(三昧)에 대하여, 더불어 기뻐하는 마음[隨喜心]으로써 그보다 더 뛰어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이 조그마한 보시[少施]와 조그마한 계율[少戒]과 조그마한 인욕[少忍]과 조그마한 정진[少進]과 조그마한 선정[少禪]과 조그마한 지혜[少智]를 행하면서도, 방편의 힘으로써 회향하여 한량없고 끝없는 공덕을 얻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이 단나바라밀ㆍ시라바라밀ㆍ찬제바라밀ㆍ 비리야바라밀ㆍ선나바라밀을 행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이 세상마다 몸이 부처님과 같고자 하거나, 32상(相)과 80수형호(隨形好)를 구족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만 하느니라.
그리고 보살의 집에 태어나려 하고 동진(童眞)의 지위를 얻고자 하며, 모든 부처님을 여의지 않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만 하느니라.
그리고 모든 선근 공양으로써 모든 부처님을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면서, 뜻대로 성취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며, 온갖 중생)들이 원하는 음식ㆍ의복ㆍ침구ㆍ바르는 향ㆍ탈것ㆍ방사ㆍ평상 및 등촉 등을 채워주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국토의 중생을 단나바라밀 가운데 세우고자 하고, 시라ㆍ찬체ㆍ비리야ㆍ선나바라밀 가운데 세우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그리고 어느 한 선근을 부처님의 복전(福田)에 심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기까지 다하지 않게 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그의 이름을 칭찬해 주시기를 원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한 번 뜻을 일으켜,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모든 부처님 국토에 도달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다시 사리불아, 한 음성을 내어,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여러 부처님 국토로 하여금그 음성을 듣게 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이 모든 부처님의 국토가 끊어지지 않게 하려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내공(內空)ㆍ외공(外空)ㆍ내외공ㆍ공공(空空)ㆍ대공(大空)ㆍ 제일의공(第一義空)ㆍ유위공(有爲空)ㆍ무위공(無爲空)ㆍ필경공(畢竟空)ㆍ무시공(無始空)ㆍ 산공(散空)ㆍ성공(性空)ㆍ자상공(自相蚣)ㆍ제법공(諸法空)ㆍ불가득공(不可得空)ㆍ무법공(無法空)ㆍ 유법공(有法空) 및 무법유법공에 머무르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며,
보살마하살이 모든 법의 인연(因緣)ㆍ차제연(次第緣)ㆍ 연연(緣緣)ㆍ증상연(增上緣)을 알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온갖 법들의 여(如)ㆍ법성ㆍ실제(實際)를 알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에 머물러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삼천대천국토 안의 대지와 모든 산과 작은 티끌을 헤아려 알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이 하나의 털을 쪼개어 백 개로 나누고,그 쪼개진 하나의 털로써 삼천대천국토안의 큰 바다와 강과 못과샘의 물을 모조리 들어 올리면서도, 그 물의 성품이 흔들리지 않게 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삼천대천세계 안의 모든 불이 모두 한꺼번에 일어나서마치 겁(劫)이 다하듯 타오를 때, 보살마하살이 한 번 입으로 불어서 꺼지게 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삼천대천세계 안의 모든 큰 바람이 일어나서, 삼천대천세계와 모든 수미산을 마치 썩은 풀을 꺾듯이 불어 무너뜨리고자 할 때, 보살마하살이 한 손가락으로 그 바람의 힘을 막아 일어나지 않게 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이 한 번 결가부좌하여 삼천대천국토 안의 허공에 두루 차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며,
보살마하살이 한 개의 털로써 삼천대천국토 안의 모든 수미산[須彌山王]을 들어서, 다른 방향의 한량없고 셀 수 없는 모든 부처님 국토에 던지면서도, 중생들이 흔들리지 않게 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한 그릇 밥으로 시방으로 각각 항하의 모래수같이 모든 부처님과 승가[僧]에게 공양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며,
한 벌의 옷과 꽃ㆍ향ㆍ영락ㆍ가루 향ㆍ바르는 향ㆍ사르는 향ㆍ등촉ㆍ당기ㆍ 번기 및 꽃 일산 등으로 모든 부처님과 승가에게 공양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시방으로 각각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국토 안의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가, 계율ㆍ삼매ㆍ지혜ㆍ해탈ㆍ해탈지견을 갖추게 하고, 수다원의 과위[須陀洹果]ㆍ 사다함의 과위[斯陀含果]ㆍ 아나함의 과위[阿那含果]ㆍ 아라한의 과위[阿羅漢果] 내지 무여열반(無餘涅槃)을 얻게 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면서 보시할 때에는, 이와 같이 보시는 큰 과보를 얻는다.
이와 같이 보시에 의해, 찰리(刹利)의 큰 성바지와 바라문(婆羅門)의 큰 성바지와 거사(居士)의 큰 집안에 태어나게 된다. 이와 같이 보시에 의해, 사천왕천(四天王天)ㆍ삼십삼천(三十三天)ㆍ 야마천(夜摩天)ㆍ도솔타천(兜率陀天)ㆍ화락천(化樂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나게 된다.
이 보시로 인하여, 초선(初禪)ㆍ2선(禪)ㆍ3선(禪)ㆍ4선(禪)ㆍ무변공처(無邊空處)ㆍ 무변식처(無邊識處)ㆍ무소유처(無所有處)ㆍ비유상비무상처(非有想非無想處)에 들게 되고, 이 보시로 인하여, 능히 8성도분(聖道分)을 내며, 이 같은 보시로 인하여, 능히 수다원의 도에서 부처님의 도에 이르기까지를 얻는다.
그러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만 한다”고 이처럼 분별해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며 보시를 할 때, 지혜의 방편의 힘 때문에, 능히 단나바라밀ㆍ시라바라밀ㆍ찬제바라밀ㆍ 비리야바라밀ㆍ선나바라밀ㆍ반야바라밀을 구족하게 되느니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보시할 때, 어떻게 해야 지혜의 방편의 힘 때문에 단나바라밀에서 반야바라밀까지를 구족하는지요?”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베푸는 이[施人]와 받는 이[受人]와 재물(財物)은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능히 단나바라밀을 구족하느니라.
죄가 됨과 죄가 되지 않음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시라바라밀을 구족하게 되고,
마음이 동요하지 않기 때문에, 찬제바라밀을 구족하게 되며,
몸과 마음이 정진하면서 게으르거나 쉬지 않기 때문에, 비리야바라밀을 구족하게 되고,
어지럽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기 때문에, 선나바라밀을 구족하게 되며,
온갖 법은 얻을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반야바라밀을 구족하게 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의 공덕을 얻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유위ㆍ무위의 법의 저 언덕[彼岸]에 이르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며,
보살마하살이,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법의 여(如)와, 법상(法相)과, 무생제(無生際)을 알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온갖 성문이나 벽지불 앞에 있고자 하거나, 모든 부처님을 곁에서 모시고자 하거나, 모든 부처님의 안의 권속[內眷屬]이 되고자 하거나, 큰 권속을 얻고자 하거나, 보살의 권속을 얻고자 하거나, 청정한 과보를 받는 큰 보시를 얻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간탐하는 마음ㆍ파계(破戒)하는 마음ㆍ성내는 마음ㆍ 게으른 마음ㆍ산란한 마음ㆍ어리석은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보시의 복처와 지계의 복처와 수정(修定)의 복저와 권도(勸道)의 복처에 서게 하려 하거나, 중생으로 하여금 재물의 복과 법의 복의 처소에 서게 하려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다섯 가지 눈을 얻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무엇이 다섯 가지 눈인가? 곧 육안(肉眼)과 천안(天眼)과 혜안(慧眼)과 법안(法眼)과 불안(佛眼)이니라.
보살마하살이 천안으로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국토에 안의모든 부처님을 뵙고자 하거나, 천이(天耳)로써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듣고자 하거나,모든 부처님의 마음을 알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시방의 모든 부처님이 말씀하신 법을 듣고 들은 뒤에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르기까지 잊지 않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과거와 미래의 모든 부처님의 국토를 보고, 나아가 현재 시방의 부처님의 국토를 보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12부경(部經)인, 수다라(修多羅)ㆍ 기야(祇夜)ㆍ수기경(受記經)ㆍ가타(伽陀)ㆍ우타나(憂陀那)ㆍ인연경ㆍ아파타나(阿波陀那)ㆍ 여시어경(如是語經)ㆍ본생경(本生經)ㆍ방광경(方廣經)ㆍ미증유경(未曾有經)ㆍ논의경(論議經)을 듣고, 또한 모든 성문들이 들었거나 듣지 못한 것을 모두 다 외우고 받아 지니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세계 안의 모든 부처님이 말씀하신 법에 대하여, 이미 말씀하셨고 지금 말씀하시며 장차 말씀하실 법을 들은 뒤에, 일체를 믿고 지니면서 스스로가 행하고 또한 남을 위해 설해주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여 마쳤거나 미래의 모든 부처님께서 장차 말씀하실 것을 듣고 들은 뒤에는, 스스로를 이롭게 하고 다른 이를 이롭게 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모든 세계 중간의 어두운 곳과, 해와 달이 비추지 않는 곳을 광명을 가지고 두루 비추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그리고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세계 안에, 부처님이라는 이름과 법이라는 이름과 승가(僧伽)라는 이름이 없을 때에, 온갖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가 바른 견해[正見]을 얻고, 3보(寶)라는 음성을 듣게 하려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또한 보살마하살이,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세계안의 중생으로 하여금, 나의 힘으로 눈먼 이는 볼 수 있고, 귀먹은 이는 들을 수 있으며, 미친 자는 정신을 찾고, 벌거벗은 이는 옷을 얻으며, 베고프고 목마른 이는 충분히 먹고 마시게 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만일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세계 안의 중생으로서 3악취(惡趣)에 있는 모든 이들로 하여금, 나의 힘으로 모두가 사람의 몸을 얻게 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며,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세계 안의 중생으로 하여금, 나의 힘으로, 계율[戒]ㆍ삼매(三昧)ㆍ지혜(智慧)ㆍ해탈(解脫)ㆍ해탈지견(解脫知見)에 서게 하고, 수다원(須陀洹)의 과위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까지를 얻게 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모든 부처님의 위의(威儀)를 배우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며,
보살마하살이 마치 코끼리[象王]가 바라보듯 하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그리고 보살이 이러한 서원을 세우되,
“나로 하여금 나아갈 때에는 땅에서 네 손가락만큼 떨어지면서 발로 땅을 밟지 않게 되고, 나는 장차 사천왕천(四天王天)에서 아가니타천(阿迦尼吒天)에 이르기까지의 한량없는 천만억의 모든 하늘들에 둘러싸여 공경 받으면서, 보리수(菩提樹) 아래에 이르겠노라”고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그리고, “내가 장차 보리수 아래 앉을 때 사천왕천에서 아가니타천에 이르기까지의 하늘옷으로 자리가 되게 하리라”고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며,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때 가고 서고 앉고 눕는 곳이 모두 금강(金剛)이 되게 하리라”고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출가한 바로 그날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 바로 그날에 법륜(法輪)을 굴리며, 법륜을 굴릴 때에, 헤아릴 수 없고 셀 수도 없는 중생이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모든 법 가운데서 법안(法眼)이 청정하게 되며, 헤아릴 수 없고 셀 수도 없는 중생이 온갖 법을 받지 않기 때문에, 모든 번뇌 있는 마음이 해탈을 얻으며, 헤아릴 수 없고 셀 수도 없는 중생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불퇴전(不退轉)을 얻게 하려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그리고,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 헤아릴 수 없고 셀 수도 없는 성문(聲聞)으로 승가[僧]를 삼겠으며, 내가 한 번 설법할 때에는 자리에 있는 이를 모두 아라한이 되게 하리라”고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또한, “나는 한량없는 아승기 보살마하살로써 승가를 삼겠으며, 내가 한 번 설법할 때, 헤아릴 수 없고 셀 수도 없는 보살이 모두 아유월치를 얻으며, 수명(壽命)은 한량없고 광명을 구족하게 하리라”고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때, 그 세계 안에는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고, 또한 3독(毒)이라는 이름이 없으며, 온갖 중생들이 그 같은 지혜가 있어, 선한 보시ㆍ 선한 지계ㆍ선한 선정ㆍ선한 범행과, 중생을 어지럽히지 않는 선한 법을 성취하게 하리라”고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만 하느니라.
“내가 완전히 열반에 든 뒤에, 법으로 하여금 소멸하여 다함[滅盡]이 없게 하고, 또한 소멸하여 다한다는 말조차 없게 하리라”고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며,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세계 안에 있는 중생으로서 나의 이름을 듣는 이면,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리라”고 하는 등의 이와 같은 공덕을 얻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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