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는 깔때기다. 깔때기 속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벼랑끝에 매달려 한가지 결정만 가능하다. 북극의 북쪽은 없다. 지정학은 국경까지 몰려서 더 물러설 곳이 없다. 몽골은 중국을 거치지 않고 석탄을 수출할 수 없고 아일랜드는 영국을 경유하지 않고 세계와 연결할 수 없다.
강대국이 지정학적 관문을 걸어잠그면 약소국은 빠져나갈 수 없다. 영국이 지브롤터 해협과, 수에즈 운하와, 희망봉과, 말라카 해협을 걸어잠그고 식민지를 연결하면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이 완성된다. 지구는 크지만 강대국이 약소국을 잡아먹고 지정학적 요충지만 남는다.
늑대한테 쫓기는 사슴은 방향전환을 못한다. 러시아에 쫓기는 우크라이나는 대선을 치르지 못한다. 하마스에 쫓기는 이스라엘은 네타냐후를 자르지 못한다. 달리는 말의 기수를 바꾸지 않는 법이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못한다. 전쟁은 갈데까지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전쟁에 의해 탄생하는 것이고, 전쟁은 지리적 극단에서 멈춘다. 지정학은 자명한 운명을 따라 필연의 구조를 작동시킨다. 반집 차 승부가 벌어지는 바둑판에서 두어야 할 곳은 명백하다. 축에 몰리면 끝까지 몰린다. 승부의 현장에서 언제나 벼랑끝 선택을 강요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