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는 에너지를 가두는 깔때기다. 깔때기 안에서 에너지의 방향은 하나다. 지정학은 산맥과 바다로 가두고, 종횡가는 외교적 이해관계로 가두고, 법가는 법으로 가둔다. 마키아벨리즘도 같다. 공통점은 물리적 환경에 가두는 것이다. 이들은 적어도 확실한 성과를 냈다.
한국은 멀리 있는 미국과 친하고 가까운 북한을 압박한다. 영남은 멀리 있는 일본과 손잡고 가까운 호남을 고립시킨다. 반대로 호남은 멀리 있는 수도권과 손잡고 가까운 영남을 고립시킨다. 본의 아니게 다들 지정학을 실천하고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렇게 된다.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원교근공의 법칙이다. 원교가 멀리 뻗어있는 지렛대의 손잡이라면 근공은 가까운 지렛대의 힘점이다. 지정학은 지도책을 펼치고 지렛대 모양을 찾는 것이다. 정치판의 계급배반투표는 멀리있는 계급을 지렛대로 가까운 계급을 친다.
인간의 행동은 의사결정의 편의를 따라 집단이 합의하기 쉬운 결정을 선택한다. 원교근공은 집단이 합의하기가 쉽다. 멀리 있는 사람은 마찰할 일이 없으므로 안전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은 충돌할 일이 잦으므로 불편하다. 안전한 사람과 손잡고 불편한 자를 치게 된다.
이성은 경쟁하지 않으므로 안전하고 동성은 경쟁하므로 불편하다. 본능적으로 안다. 고양이도 수컷은 여성을 잘 따르고 암컷은 남성을 잘 따른다. 지역주의는 선동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같은 에너지의 법칙이라 어쩔 수 없다.
지정학은 본능이다. 사고실험으로 안다. 다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상대를 깔때기에 가두려고 한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는데도 투표소에만 가면 지정학적 투표를 한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호남과 충청, 수도권이 합종책으로 동쪽의 영남을 고립시키고 있다.
당신은 이미 구조론을 실천하고 있다. 장사를 해도 목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고 하고 축구를 해도 패스받기 좋은 자리로 뛰어간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불리한 위치를 벗어난다. 상대를 움직일 지렛대를 찾아낸다. 직관적 판단에 과학적 원리를 더하면 막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