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년 시인 3주기 추모 모임
이창년 시인 3주기를 추모함
( 『ᄒᆞᆫ맥문학』 2021. 7월호, 이창년 시인 애도 특집)
-형님, 언제 만나서 식사라도 해요./ 대상포진을 앓으면서 보행이 만만찮고/ 주량도 많이 줄어서 출행이 약간 불편해서 글쎄-/ 고향 합천 대선배님과 교유는/ 80년대 초 보리수시낭송회로 거슬런다/ 황금찬 최은하 선생 등 원로 시인들과/ 시를 이야기하고 술과 담론을 즐기던/ 우리 시단의 마지막 로맨티스트/ ‘미워할 수 없는 사람아’를 부르짖으며/ 동료 후배들과 어울리던 시인 / 서울문학에서 미스 최실장을 만나고/ 한맥문학에서 김진희 회장과 만나고/ 이한세상’에서 변사또를 만나서/ -한 잔 빨자, 한 잔 빨자/ 큰 형님의 인자한 목소리는 지금도 쟁쟁한데/ 시인통신, 소문난집, 순풍에 돛달고, 시가연/ 인사동 골목골목 술집을 다 헤매어도 / 그의 흔적은 지금 천천히 지워지고 있다/ ‘너를 사랑할 시간은 더욱 많지 않구나’/ 아아, 이제 사랑할 수도 받을 수도 없는 세상/ 극락의 평원에서 천주(天酒)를 즐기면서/ 이승에서 풀지 못한 시름 모두 잊어소서. --김송배의 「낭만주의자의 우수, 이창년 시인」』 전문
(『ᄒᆞᆫ맥문학』 2015.12월호 시월평)
한 무리의 철새/ 산을 넘어가고/ 빈 하늘에 스미는 어스름 노을빛/ 가을은/ 벙어리 울음으로/ 끅-끅- 앓고 있다// 후미진 곳에/ 쪼그리고 앉아 낙엽 태우는/ 볼이 발그레 익은 어린 행자/ 초상집 애기 상주처럼/ 애처롭다/ 서럽다/ 그냥 서럽다 --이창년의 「가을은 그냥 서럽다」 전문
(『ᄒᆞᆫ맥문학』 2015. 9월호 시월평)
비 잠시 그치니/ 산 주름 주름마다/ 자욱이 물안개 피어오르고/ 계곡물 소리/ 졸졸 흘라간다 / 산허리에/ 그림으로 떠 있는 작은 암자에서/ 바람타고 들려오는 청아한 풍경소리/ 산새 되어 날아가고/ 아주까리는 잎사귀마다에/ 고인 빗물/ 시원하게 쏟는구나 --이창년의 「산중여적山中餘滴」 전문
(에세이집 『간이역』에 수록된 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고달플 때도 있었고 즐거울 때도 있었다. 질퍽이는 늪에서 부초잡고 허우적거리기도 하였고 눈부신 태양아래서 환희의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 인생이란 궤도 위를 시름시름 달리면서 낯선 간이역에 잠시 머물기도 하였다. 스쳐간 한적한 간이역의 풍경이 선연히 떠오르며 지금은 그리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