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의 결론은 집단의 결속에 따른 권력창출이다. 모든 이념은 권력중독으로 귀결된다. 모든 이념은 집단주의다. 우리가 이념을 극복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이상향에 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도구의 발전에 맞추어 삶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다. 환경과 인간의 결맞음이다.
바가바드 기타의 가르침은 안중근이 이등박문을 죽여서 오히려 일본의 침략이 앞당겨진다 할지라도 그 현장에서 쏠 수 있으면 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침략이 앞당겨지면 일본의 멸망도 빨라지기 때문이다. 선악을 논하지 않고 승패를 따지지 않고 임무를 수행한다.
장예모 감독의 ‘영웅’에서 형가로 분한 이연걸은 진시황을 죽이는게 천하에 이로운지 해로운지를 연구한다. 바보다. 총을 쥐었으면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옳고 그름은 천하의 부단한 길항작용 안에서 용해되는 것이다. 옳고 그름은 천하에 맡기고 배우는 연기를 해야 한다.
진시황이 빈틈을 보였다면 찔러야 한다. 황제 역시 도구다. 도구의 빈틈을 봤다면 개선해야 한다. 황제가 전쟁을 막고 중원에 평화를 가져온다는 생각은 권력중독자의 망상에 불과하다. 영화에서 이연걸은 형광등 백개의 아우라에 빛나는 황제의 권력에 압도되어 죽었다.
황제를 살려두어 당장은 천하가 이롭더라도 황제의 빈틈이 존재하는 한 언젠가는 청구서를 받는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이등박문을 살려두어 일본의 침략이 늦춰지더라도 제국주의와 인종주의 모순이 존재하는 한 일은 터지고 만다. 죽일 수 있을 때 죽이는게 임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