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전 트립
첫째날
이번 겨울 수련회를 국내 비전트립을 계획한 것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것도 중학교 3학년 친구들만 함께 한 것은 더더욱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친구들은 뜨거운 가슴 보다는 차가운 이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생각에 맞다고 생각을 해야 움직은 경우가 많다. 누구의 지시 특히 명령에는 질색을 하는 친구들이다. 그렇다면 신앙 자체도 부모나 교사들의 강압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정말로 중요하다. 그동안 교회 교육 자체가 주입을 강요하는 강요가 적지 않았다. 거기에 대한 불만과 반발감도 적지 않고 말이다. 그래서 스스로 보고 듣고 생각하여 신앙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표였다.
중학교 3학년 친구들을 대상으로 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올라가는 시간에 가장 많이 교회를 떠난다. 새로운 고등학교 환경에 적응하면서 또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교회를 멀리하다 보면 나중에는 아예 발을 끊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올라가는 이 시점에 친구들을 교회로 신앙으로 묶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내년 2017 대화감리교회 유럽 비전트립에서 리더 역할을 하게 될 친구들, 그리고 비전 카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친구들이 바로 중학교 3학년 친구들이다. 그래서 이 친구들과 카페 운영과 비전트립에 대해서 깊은 대화가 필요했다. 쉽게 말하면 ‘leadership traing’을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 국내 비전트립은 내년에 있을 유럽 비전트립의 모의고사 격인 것이다. 이번 경험이 아마도 내년에 빛을 발할 것이다. 먹는 것, 이동하는 것, 잠 자는 것, 교육의 강도와 신앙적인 프로그램의 수위 등등 모든 것이 유럽 비전트립의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우리는 미리 모여서 양화진 선교사 묘역 그리고 용인 순교자 박물관과 제암리 교회와 금산교회에 대해서 서로 나누어 발제를 준비했다. 스스로 인터넷을 통해 발표할 내용을 준비하는 것이다. 친구들 한 명당 양화진에 묻히신 선교사 한 분과 순교자 한 분 정도가 돌아갔다. 이분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자신들의 삶을 돌아볼 수 만 있다면 아니 앞으로의 삶을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출발하면서 아예 앞쪽 의자를 돌렸다. 친구들을 보면서 차 안에서 선교사들과 순교자들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것이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그 시간들이 그저 핸드폰만 만진다면 얼마나 아까운 시간인가?
아이디어 뱅크 박명수 권사님 의견이었다. 멀미가 나는 것을 참아야 하는 고통은 있었지만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기타도 가지고 갔다. 봉고차 안에서 기타를 치며 찬양하는 장면은 자칫 2-30년 전 수련회를 가던 모습이다.
친구들은 나름 자신들이 맡은 자료를 잘 준비해왔다. 아펜젤러 선교사 스크랜턴 선교사 하디 선교사 소다 가이치 전덕기 목사님 손정도 목사님 이준 열사에 대해서 우리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유롭게 사고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라 그러나 그 속에서 가치를 창출하라.”
스티븐 잡스를 조금 흉내 냈다.
호세가 추천한 마포 근처 맛집 백선생의 삼대 천황에 나왔다는 떡복이 집도 나름 맛있었다.
양화진에는 우리 말고도 다른 친구들도 와 있었다. 겨울 수련회 프로그램으로 온 것 같았다. 우리는 다시 정동제일교회로 갔다. 우리나라 최초의 감리교회, 정동제일교회는 분명한 정체성이 있었다. 스크랜턴 선교사가 세운 상동교회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한번 공부할 수 있었다.
두 곳을 견학했으니 저녁에는 쉬는 시간이다. 서울시청 앞 스케이트장!! 물 만난 고기다.
북악 스카이웨이 정상에 올라 서울 야경을 본 후 우리는 새로남 교회 김태훈 목사님이 마련해 주신 숙소로 왔다. 서초에 있는 아파트 게스트 하우스다. 목사님과 성도님들이 간식으로 치킨과 과일까지 준비해주셨다. 어찌나 감사한지 정리하고 잠 자리에 들었다. 녀석들은 더 놀고 싶어 했지만 다음 날 일정 때문에 재웠다.
둘째날
제암리교회로 출발했다. 3·1 운동 당시 일제에 의해 집단 학살을 당한 현장이다. 교회가 그 당시 독립 운동의 심장이었다는 것을 아이들도 공유했다. 단순히 나의 안락과 편안함이 아니라 이타적인 삶을 사는 것, 정의를 위해서 의연히 일어서야 하는 것. 그것이 신앙임을 깨닫는다. 제암리 교회에서 100년 일제가 한 짓을 듣고 난 소감은 일본에 대한 분노였다. 친구들이 느끼는 그 분노를 어떻게 용서와 사랑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잊지 않고 진정한 용서를 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우게 할 수 있을까?
점심은 인성이가 추천한 돈카스 뷔페다. 갓 구운 돈카스는 일품이었다. 웅래는 혼자서 5-6인분은 먹은 것 같다. 순교자 박물관도 좋았다. 예수와 교회를 위해서 피를 흘린 순교자들이 친구들 머리에 그리고 가슴에 깊게 새져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대전으로 왔다. 카페를 운영하는 이지연 전도사님을 만나기 위해서다. 카페 운영에 대해서 배우려 했는데 더 귀한 것을 얻었다.
일찍부터 소아 당료와 합병증으로 고생한 이야기와 그 속에서 만난 하나님에 대한 고백은 지금껏 보고 들은 견학보다 더 유익한 시간이었다.
전도사님은 친구들에게 맛있는 차와 케익 그리고 저녁 식사도 맛있는 항정살로 대접해주셨다. 저녁 식사 시간에는 남편인 충대의대 혈액 전문의 송익찬 교수님도 같이 했다. 녀석들은 나보다 더 좋아한다. 목사보단 의사가 더 인기 있는 것인가!
9시가 넘어서야 우리는 숙소로 출발했다. 대전 유스호스텔 첫날 일찍 잠드는 대신 둘째날은 따로 방을 잡아준다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우리가 예약한 방이 이미 나가 있었다. 근무하시는 분이 임의로 다른 이에게 준 것이다. 어쩔 것인가! 그냥 한 방에서 자는 수 밖에 친구들에게는 와이파이가 잘 되는 일층 소파에 가서 놀다가 들어오라고 했다. 2시로 약속 시간을 정했다. 피곤해서 먼저 잠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박 권사님이 친구들을 대리고 온 것 같았다. 일어나 보니 새벽 5시. 유럽을 가기 전에 경험해 보길 다행이다. 잠 자는 문제와 핸드폰에 대해서 제대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예정시간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늦은 아침을 먹고 우리는 바로 평창으로 올라왔다. 오는 길에 한 곳을 더 들릴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늦어졌기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아이들이 적어서 발표한 소감문은 멋있었다. 자신들이 어제 밤에 약속을 안 지킨 것에 대한 반성도 있었고 나름 견학을 통해 느낀 점도 고등학교에 가서도 열심히 교회에 나오겠다는 다짐도 유럽에 가게 되면 리더 역할을 잘 하고 싶다는 점도 카페 운영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약속도 적혀 있었다.
이 녀석들이 씨앗이 되어서 내년 유럽 비전트립이 정말 멋진 여행 ‘우리 생애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었으면 좋겠다. 교회에 돌아와서 우리는 청소를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예배당 청소는 학생회에서 하기로 했다. 오늘은 트립을 다녀온 친구들이 다른 친구들 몫까지 한 것이다. 다들 피곤한데도 교회 청소며 차 청소까지 잘 따라와 준다.
모든 일정을 마친 후 함께 공부했던 선교사들 순교자들 이름을 떠올려 본다. 그분들의 삶!! 사실 가르치려 했고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정작 그분들을 대하면서 옷깃을 여미게 된 것은 나 자신이다. 그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니 우리 주님께 무익한 종이 되면 안 될텐데 말이다. 이번 트립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멀리 계신 선교사들 순교자들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를 위해서 기도와 사랑으로 함께 해주는 가까운 분들의 은혜를 되새겨 보는 것도 참 좋은 것이다. 은혜에 감사하고 그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친구들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