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구룡포맛집] 마지막 한 점의 살까지 달콤~ 끝까지 먹는다! <창우물회대게>
해질녘의 동해바다는 붉은 노을만이 하늘과 바다를 간신히 구분짓고 있다.
나는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간 듯한 한적한 겨울바다를 사랑한다.
그리고 딱 이 시간 쯤 이렇게 겨울바다를 내려다보는 게 좋다.
바다 내음을 살짝 머금은 차가운 바람이 폐부 깊숙히 전해지도록 크게 심호흡!
콜록 콜록~
아참, 나 지금 감기 앓이중이지.
몇번을 왔었는데도 몰랐다.
이곳에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가 있음을...
해질녘이라 찬찬히 둘러보진 못하고,
어둠이 완전히 깔리기 전에 곧바로 전망대로 직행!
아홈마리 용(구룡)의 전설이 서린 곳에서 내려다보는 구룡포 항!
항구 곳곳에 밝혀진 불빛들이 따사롭게 느껴진다.
금강산은 식후경
구룡포는 식전경
그렇게 구룡포 경치 감상을 끝냈으니,
이제 만찬을 즐겨야 할 때~
구룡포 맛집을 찾아 고고~
맛있는 대게를 좀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소문을 듣고 찾은 집!
구룡포 맛집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창우대게물회>!
국내산 박달대게 이름표를 달고 있는 녀석이 한마리 전시되어 있기에
모형인 줄 알고 건드렸다가 꿈틀 하는 모습에 식겁~ ㅋ
겨울이면 늘 상사병을 앓게 하는 녀석들.
이 겨울이 다가기 전에 이렇게 마주할 수 있다니
넘 행복하잖아~
대게를 보는 것만으로도 계속 입맛 다시게 되는데,
한쪽에선 감미로운 대게찜 냄새가 추가 공격!
으~!!
그래서 서둘러 가게로 입장!
그리고 번개처럼 대게 주문!
대게를 주문하니 과메기는 서비스~!
윤기 반지르르한 과메기가 입맛을 돋운다.
과메기 먹는 공식에 충실하게
김 깔고 미역 얹고
그 위에 과메기 놓고, 거기다 파와 마늘 고추를 보태 곱게 싸서 입에 쏙~
음~ 그야말로 겨울바다의 향이 입안 가득 번진다.
투명한듯 눈부시게 흰 살을 자랑하는 넌 개복치?
겨울철 동해바다의 또다른 주인공!
배가 볼록해 복어처럼 생겼지만, 복어가 아니라 그 이름도 슬픈 개복치!
보들보들아면서도 아삭해 식감은 꽤 괜찮다.
이건 동해쪽의 별미라는 밥식혜!
숙성될수록 깊은 맛이 난다는 발효음식!
처음 먹어봤는데, 밥알이 들어가 있는 반찬이라는 것이 매우 신기했다는....
이것은 "바다의 국수"라 불리는 꼬시래기~
새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가졌다.
동해안의 별미들을 맛보다 보니,
평소 보기만 해도 환장하는 굴은 아예 뒷전! ㅋ
고급 음식이라는 문어 숙회도 초고추장에 몸 담글 기회가 없다.
사실 이 집의 진짜 별미는 이 물회!
구룡포 맛집으로 알려진 것도 이 물회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곳 경북 지역의 물회는 강원도 물회와는 다른 점이 있다.
강원도 물회는 시원한 얼음육수에 물회가 담겨서 나오는데,
이곳의 물회는 마치 회덮밥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담겨 있다.
게다가 물회에 들어 있는 회의 종류만해도 여섯가지라는데...
물회의 맛을 좌우한다고 해도 될만한 매콤한 양념 투하!
이 양념을 투하하는데는 2초밖에 안 걸리지만,
이곳 사장님이 이 물회의 소스를 개발하는데는 20년이 걸렸다고!
양념이 슥삭슥삭 비벼서
여기에 밥을 넣으면 회덮밥.
여기에 물을 넣으면 물회! ㅎㅎㅎ
이렇게 그냥 회무침으로 먹어도 굿!!
20년동안 개발한 소스라는 얘기를 들어서 그런가?
새콤 달콤 매콤한 맛 외에 플러스 알파인 어떤 맛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인 대게 등장!
대게에 다리가 몇 개 없다고 해서 절대 당황해서는 안된다.
일부러 그런 녀석들을 달라고 주문 한 것이니!!
다리가 온전히 다 붙어 있는 대게는 최상급에 속해 가격이 좀 비싼 편이다.
하지만 마치 전쟁에 나갔다가 다리를 잃고 온듯한
상이용사 같은 이 대게들은 상대적으로 좀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굳이 몸집이 큰 대게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좀 크기가 작은 녀석들로 선택해도 훨씬 푸짐할 수 있다는...
대신 옆테이블에 놓인 대게를 보니,
팔에 붉은 띠를 두르고 있는데,
최상급 박달대게임을 표시하는 그 완장에 조금 주눅이 들기는 한다. ㅋ
대게를 정말 좋아하긴 하지만 발라먹는 것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닌데,
이렇게 먹기 좋게 손질해서 다시 갖다주는 센스~!!
몸통과 다리가 완벽히 분리되고, 다리 또한 껍질을 갈라 빼먹기 좋게 해두었다.
우앙~
대게 살을 발라내니 먹음직스럽게 올라오는 비주얼은 감동 그 자체!
다리도 껍질을 쓰윽 빼내면 살만 남고 껍질을 쏘옥 빠지는 것이 먹는 재미를 더한다.
그렇게 먹고 먹고 또 먹고.
숨 쉬는 시간도 아까워 숨도 안 쉬고 먹고,
아예 양손에 다 들고 먹고....
발라 먹기 힘들다고 다들 외면하는 몸통살은 고스란히 나의 몫!!
과메기에 물회에 다른 해산물까지 먹었던 터라,
다들 배부르다며 일찌감치 손을 놓았지만,
이제 남은 건 모두 나의 몫??
대게 다리 중에 제일 맛있다는 집게 살도 한입 앙 베어무니,
아~ 정말 달다!!
그렇게 나의 예리한 창은 끊임없이 게살을 발라내었고...
마지막 한점의 살까지 제대로 초토화를 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점의 살이 남긴 했지만...
그런데 민망하게시리 왜 게껍질들이 내 앞에만 잔뜩 쌓여있는거지? 큭~
앗! 깜박하고 있었다.
대게를 먹을 때의 하이라이트!
게딱지 볶음밥이 남아 있었음을...
게를 먹는 걸 보니 밥도 잘 먹겠다고,
일행들은 나에게 고봉밥을 몰아줬고,
나는 못 이기는 척 그 밥을 받아들었다.
달콤한 대게의 향이 담뿍 담겨 있는 밥!
그냥 먹긴 허전하잖아.
그나마 남아있던 마지막 살까지 말끔히 다 털어 밥 위에 얹어 먹기!!
얼마나 맛있는지 눈물이 날뻔~!
게딱지밥과 함께 나온 대게탕!
그 얼큰함이 대게로 채워진 뱃속을 진정시켜주는 듯 하다.
앞으로 구룡포 하면,
아홉마리의 용도,
과메기도 아닌,
마지막 한점의 살까지 달콤했던 그 대게가 생각날 것 같다.
겨울이 끝나가는 지금...
난 돌아오는 대게철,
다음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구룡포 맛집 / 창우물회대게
첫댓글 흐미~!
죽이네요^^
그 날 제 왼쪽에 앉으셨던 분도 정말 맛있게 드시더라구요~^^
@김작가 그사람이 누군교 ㅋㅋㅋ
@knight 피부 엄청 고우신 분 있답니다. ㅋㅋ
넘 맛있게 드시네요^^
네~ 대게를 대개대개 좋아한답니다. ^^
이맛..이느낌을 알기에...와~우..ㅎㅎ
고급호텔에서 밀려 일반호텔에서 드셨다는 소문이?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