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제목과 소제목이 헷갈렸던 이유④
《⑦Tipster》#260614 소제목은 책표지이다
by여유시간
Jun 14. 2026
작가가 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는 삶이었다.
글쓰기를 따로 배운 적도 없다. 은퇴하고 나서 SNS 댓글을 달다가, 어느 순간 그게 글이 되어 있었을 뿐이다.
카페도 블로그도 써봤지만 왠지 내 글과 맞지 않았다. 그러다 브런치를 알게 됐다.
그런 내가 브런치 글 폼을 열어보고 가장 먼저 헷갈렸던 것이 있었다.
바로 제목과 소제목이었다.
제목을 입력하세요. 그 아래, 작게
소제목을 입력하세요.라고 쓰여있다
제목은 쓸 줄 안다.
그런데 소제목은 뭘까.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 없는 내 상식으로 생각하면 제목이 가장 큰 제목이고, 소제목은 그 아래 붙는 설명 정도로 여겨졌다.
그래서 처음에는 브런치의 구조가 이해되지 않았다.
왜 제목과 소제목을 따로 두었을까.
왜 굳이 둘 다 입력하게 만들었을까.
그 궁금증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브런치에 들어와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다 보니 이상한 점이 하나 보였다.
어떤 작가들은 제목처럼 보여야 할 문장을 소제목에 넣고 있었고, 또 어떤 작가들은 그 반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작가들끼리도 사용하는 방식이 제각각이었다.
제목과 소제목이 있는 사유를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브런치는 블로그가 아니었다.
카페도 아니었다.
브런치는 책 출판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공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내가 평소 익숙하게 사용해 온 글쓰기 구조는 제목과 소제목의 관계다.
하지만 브런치는 조금 달랐다.
큰 제목은 책 속의 한 편이고,
소제목은 그 글들이 모이는 책의 이름이었다.
예를 들어,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은퇴 후에도 행복하지 않다」
라는 글은 하나의 장(章)이고,
소제목「은퇴 준비는 돈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
는 그 글들이 모여 있는 책 표지이고 책 이름이 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운영자가 작가마다 다른 책 이름을 미리 써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여행 이야기 책을 쓰고,
누군가는 가족 이야기 책을 쓰고,
누군가는 인문학 책을 쓰고,
누군가는 은퇴 이야기 책을 쓰려한다.
작가마다 책의 권수가 다르고 책 주제도 다르다.
결국 브런치는 게시판을 미리 만들어 주는 대신, 작가에게 직접 책 표지를 만들 수 있는 권한을 넘겨준 것이 바로 소제목인 셈이었다.
돌이켜보니 나 역시 이미 비슷한 방식으로 글을 정리하고 있었다.
블로그를 할 때도 관계 심리, 실용인문학, 나르시시스트, AI 생존 전략처럼 주제별로 목록을 만들어 사용했다.
이름만 달랐을 뿐, 이미 작은 책들을 만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에 알았다.
브런치는 블로그처럼 글을 쌓는 아카이브 공간이 아니라, 브런치 북 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의 공간이라는 것을.
나는 글을 쓰기 전, 우선 책표지부터 만들었다.
참고로 연재는 매일 저녁 8시 고정 발행되고 있다.
아마 지금도 제목과 소제목 때문에 헷갈리는 작가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잠시 고민했으니까.
하지만 언젠가는 대부분 스스로 알게 된다.
글이 쌓이고, 연재가 이어지고, 브런치북을 만들게 되는 순간 비로소 보이는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사람도 비슷하다.
누군가의 설명으로 이해되는 것보다, 직접 살아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
브런치의 제목과 소제목도 아마 그런 종류의 깨달음인지 모른다.
지금의 나는 글을 하나씩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먼저 책 표지를 만들어 두고, 살아가다가 떠오르는 이야기를 한 장씩 채워 넣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 필요한 누군가가 그 책 표지를 보고 펼쳐 볼 수 있도록 말이다.
브런치에서 공감 나눔은 게시글로 시작되고 소통은 댓글로 시작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사람과 관계를 관찰하며 실용인문학을 탐구합니다. 자신을 잃어버린 에코이스트가 주체성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나눕니다.
- 브런치 작가 여유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