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유교사회의 고품격로망스...... 두보의 향기는 바람에날리고 두보 주자 퇴계 매화로이어진길 개울가에 한매는 이미피었을텐데 벗은 매화한가지 꺾어 보내지않구려 하늘끝인들 어찌 꽃이야없겠냐만 무심한 그대향해 술잔을듭니다 송나라 주희 1130~1200 매화시에는 학문의정수가 숨어있다 천년가까이 동아시아지식인을 매료시켜 한줄로서게한 주자학의뼛속에는 매화가 들어있다 그는매화를 이렇게읊는다 진실한 마음을 스스로지켜 티끌인연과는 거리를두노라 천부적으로 빼어나니 바람 이슬 눈 얼음 따윈개의치않네 속된도리 복사꽃과오얏꽃 부박한 벌나비를 끌어들인들 어찌이에비기랴 단순히꽃을 노래한것이아니다 매화는철저히 학문과수양의 지향점을 다룬인격화다 이것을 이해하지못하면 우리는 퇴계이황을 1501~1570 만날수없고 유학자에게 그토록사랑받은 당나라시인 두보를 712~770 알기도어렵다 두보의시 소지는 한겨울에 가만히다가오는 매화를 독자들이 한번들으면 잊지못하도록 감동적인 구절로그려보인다 山意沖寒欲放梅 산의충한욕방매 산의마음이 추워떨면서 매화를 피울채비를한다 주희가 한매 겨울날 눈속에피는 매화를말한것은 기이한 꽃취미가아니다 우리가 추운시절에 무엇을 할것인가에 대한 상징체계로서의 개화정신이다 두보는 위의시에서 동지양생춘우래 冬至陽生春又來 라고 말하고있다 동지가되면 양이생겨나서 봄이 또찾아든다는 의미다 이것은태극과 음양의키워드다 매화는 동지에서출발해 꽃을준비한다 철을몰라서라 그런것이아니라 모든 꽃에앞서 태양의기운을 받아들이고 추위에 꽃봉오리를 얼리면서 저홀로 봄을피워 올리도록 목숨지어져 있기때문이다 매실은 나무 열매중에서 가장시다 눈속에피어나 입하가지나야 따는과실로 동방의목기운이 가장많이 함유돼있어 산미가완전하기 때문이다 매화의 개화프로그램은 주자학에서 정리해놓은 인격수련의 프로그램과 일치한다 당나라 황벽선사가 읊은 선시가 한마디로 정의해준다 뼛골쑤시는 한기를 겪지않았다면 코끝찌르는 향기를 매화가 어찌얻었으리 한국은행에서 발행하는 1000원권지폐에 그려진 퇴계의얼굴 왼쪽에는 노매의 가지하나가 성균관의명륜당 건물위에 20여송이의 매화를드리웠다 왜퇴계옆에 매화를가득 그려놓았을까 결코 그냥우연한 장식이아니다 매화는 바로퇴계정신의 개화이며 그가완성한 이땅의주자학을 함축하는 생명력이다 퇴계는스스로 매화에 푹빠졌다라고 말할정도의 매화 마니아였다 퇴계와 매화는 학문적상징과 도락적인취향이 기묘하게 결합하면서 신드롬을 이뤄온 조선선비의 매화탐닉의 한정점이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매화너머에는 진짜 아무도없었을까 세상은 이런 미주알고주알 스토리를 흥미있어한다 정말퇴계는 매화만죽도록 사랑했기에 매화 저너머에있는 여인에게는 한눈을 팔지않았을까 이런관심과 수다들이 두향이라는 불세출의 해어화 말하는꽃을 등장시켰다 이름부터 예사롭지않다 두향은 작가정비석이 슬쩍 비친대로 두보의향기를 떠올리게한다 두보가누구인가 조선의 유학자들이 왜 두시언해 두보의시를 한글로정리한책을 펴냈으랴 유학자 집안에서태어나 실천주의 유학의내재율을 구구절절이 시속에담아낸 시인 성인이 바로두보다 두보의향기는 바로 유학의향기다 산이추워지면 매화피울 마음을낸다는 통찰또한 두보의것이니 그의향기는 바로 매화의향기다 두보에서 주자 퇴계로이어지는 매화의고리가 바로 두향이란얘기다 퇴계의 매화사랑은 퇴계와두향의 연애로 가지를친다 이것은 조선의정신사에 피어난 기막힌로망스다 우선 이연애를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있다 저토록고매한 인격과학문의 경지를지닌 퇴계선생을 굳이 연애전선에 투입해야 하느냐의문제다 연애라는것이 아무리 품격높은 하이킥을해도 육체적인 문제나 욕망의문제를 건너뛰기가 곤란한일인지라 자칫그분을 출연시켰다가 망신살을 상봉하기 십상이아니던가 1541년 퇴계는 관서지방에 출장을갔다가 돌아오는길에 평양에 머물렀다 그때 평안감사가 그에게 기생접대를 하려고했으나 퇴계는 단호히거부했다는 기록이있다 이런내용을보면 퇴계는 여색에관해 안팎으로엄격했던 사람임을 짐작할수있다 그런데 스타일수록 안티팬이들끓듯 대스승 퇴계에게도 비슷한댓글이 없지않다는 점을아시는지 이를테면 조선의 개그판에돌았던 낮퇴계 밤퇴계같은 얘기말이다 몇가지버전이있다 버전1 마을빨래터에서 아낙들이 수다를떨고있다 그때 퇴계선생 부인이 빨랫감을안고 나타났다 퇴계는판서까지 하신분인데 부인이웬빨래 개그는 개그일뿐이다 아낙중의 하나가 이렇게묻는다 부인께선 요즘 무슨재미로사세요 사람사는재미는 애낳고키우고 알콩달콩싸우며 사는것인데… 그런데 퇴계 선생과는 한이불을덮고 주무시기는 하는거예요 부인은 말없이 빨랫방망이만 툭툭두드린다 곁에있던 다른 아낙이거든다 덕이높으면 뭘하나 학문이높으면 뭘하나 제자가많으면 뭘하나 사람사는 재미는 그저.. 그게있어야 재미인데 그러거나말거나 퇴계부인은 말없이 빨래를정리한뒤 일어선다 그러면서 아낙들을 돌아보며하는말 밤에도 퇴계인줄알아 버전2 21세때결혼한 첫부인 김해허씨는 고향이영주다 퇴계가 워낙반듯한 선비인지라 결혼첫날밤을 지내고 난딸에게 걱정스럽게 허씨의 어머니가 물었다 얘야. 신랑이사랑을 할줄은알더냐 허씨는 하이바를흔들면서 이렇게말했다 말도마이소 사람이아닙디더 버전3 낮퇴계밤퇴계라는 소문을들은 퇴계의제자들이 투덜거렸다 세상에 스승님이어떻게 그러실수가 있어 우리보고는 근신과절제를 그토록 당부하시면서 말이야 그러게말야 율곡선생은 진짜 여자라고는 가까이 하지않는다는데 우리도이참에 과외바꿔야하나 이렇게 수군거리고있을때 스승 퇴계가다가왔다 스승님우리는 당혹스럽사옵니다 이러면서 자초지종을말했다 그때퇴계가 이렇게말했다 밤에남녀가 상열에 임하는것은 자연의이치이며 우주의 큰도인데 그것을 굳이피하거나 비판하는것은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도다 만약에율곡이 그런 주장을했다면 필시 자식복이 없을것이다 이런 에피소드외에 퇴계가 어린백사 이항복에게 남녀성기에 관한 설명을 해주었다는 스토리도떠돈다 이런얘기들은 진위를따질 필요조차없는 맹랑한객담이지만 그렇다고 아주쓸모없는 얘기는아니다 여기에는 일관된 주제같은것이있다 학문과예의의 문제에엄격했던 도학자퇴계가 성이라는 문제에대해서 유연하고합리적인 생각을지니고 있었다는점이다 당대 엄숙주의의 아이콘이었던 그를빌려 성모럴의 현실적인논리를 보강해주고 있는셈이다 그가 진짜낮다르고 밤다르다고 할만큼 또다른열정의 소유자였다는 사실은 지금으로서는 흠이기는커녕 오히려 부러움을 살만한일이다 스무 살무렵에 주역에 너무심취하여 몸이 바싹마르고 골골하는 체력이었다는 지적이 있긴하지만 그것으로 굳이성욕까지 골골 했으리라는것은 성급한 예단이다 나는 그가학문에 대해보여준 뜨거운집중력과 사유의집요함 그리고 매화를향한 사무치는 열애를볼때 그가 정력적이었다고 평가 해주고싶다 1548년 48세의퇴계는 지쳐있었다 단양군수로 부임했던것은 도피와도같은 선택이었다 3년전에 일어난 을사사화이후 닥쳐오는 살기를느꼈다 낙향했다가 홍문관응교로 귀경한 그는 청송부사로 보내달라고 임금에게청했다 그러다가 단양으로 내려가게된것이다 그는 두아내와사별했다 첫부인허씨는 아들둘을낳고 퇴계 나이27세때 병으로숨을거뒀다 3년상이끝난뒤 맞은 둘째부인권씨 권씨는사화로 충격을받은 유학자 집안의딸로서 실성한 기운이있었다 퇴계는 이런아내를 16년간 데리고살았다 퇴계나이 46세때인 1546년 권씨 역시돌아갔다 그런가운데 가뭄으로 기민이들끓는 피폐한땅인 단양으로 부임한것이다 도착한다음달인 2월에 둘째아들 이채가죽는다 그런 뒤숭숭한 시절에 시골의관기로 절을올리는 두향을 만난것이다 안팎이 모두혼란스럽고 힘겨운 중년의학자에게 이기생은 무엇이었을까 두향에대해서는 특별한 기록이없다 그녀의 무덤에관한 시가 두어편 있었는데 기생 열전을쓰던 정비석씨가 그위치를 궁금해하던중 국문학자 이가원씨의 도움을받아 강선대부근에서 무덤을찾아 복원해놓은것이 팩트의 거의전부다 두향에 관한이야기는 작가의 상상력이 대부분이고 단양일대에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나 퇴계집안의 가전담이 빈약하게 끼어있을뿐이다 두향의 출신이나 가계에대해서는 알려진게없다 퇴계 선생연표를 꼼꼼히정리해낸 정석태 부산대교수는 조선말까지 이산해의집안에서 두향의묘에 제사를지냈다는 기록이있다고 말한다 이산해는 선조때 영의정을지낸 사람으로 부친은 이지번이다 이지번은 1556년 퇴계의권유로 단양 구담봉밑에 신선처럼 은거했던사람이다 토정비결로 알려진 이지함의 형이기도하다 왜이집안에서 두향의 제사를지냈을까 이산해가 퇴계의 제자인지라 스승을 기리는뜻에서 기생에게 예를표했을 것이라는 얘기도있으나 양반가문에서 그런일이 가능 할것같지는않다 오히려 그보다는 이산해의집안과 두향이 관련되어 있는것은아닐까 두향의 어머니가 기생출신의 부실로반가에 들어갔을수도있다 이런고리와 스승의인연이 함께엮이면 묘소를챙길만큼 의미가 커질수도 있지않을까 두향의 빼어난학식과 품성이 배태된것또한 당대 그정도의 가문출신이라면 설명이한결 부드러워진다 두향과 퇴계의매화는 그냥동일한 취향이아니라 유교사회의 핵심 문화콘텐츠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깊이있는공감대다 두향의 어머니는 사군자중 매화를치고 또고매를사랑하여 분화를 정성들여가꿔내는 모범을딸에게 보였을것이다 또두향은 당대고금의 시인묵객이 남겨놓은 매화 시를읽으며 감성을키웠다 그해 정월아침나절 지천명을앞둔 퇴계는 공자의 삶을떠올리며 그에게주어진 하늘의명령을 생각하며 동헌에앉아있었다 날은춥고흐렸다 정치적으로 난표봉박의 신세가되어 떠돌고있었고 두번씩이나 아내를잃고 자식마저 먼저보냈다 정적들은 명망가 퇴계의행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있던 시절이라 삶자체가 살얼음판이었다 임지에 도착하자마자 그는단양 기민에관한 참담한 보고를받았다 우선 이궁지에서 주린백성을 구제하는일에 전념하기로하자 학문과입신은 오로지 이를위한것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중얼거리고있었다 그때문득 마루저쪽에있는 화분하나가 눈에들어왔다 저건뭐지 못보던것인데 퇴계는 자리에서일어나 그쪽으로가보았다 큼직한 단지분에 고목의 형상을한 노매한그루가 심어져있었다 굽이치는 나뭇가지에 놀랍게도 처연한백매 예닐곱송이가 매달려있었다 낙목한천의 계절에만난 매화에 그는문득 턱주저앉고 싶을만큼 황홀해졌다 자기도모르게 가지끝에 코를 가까이대고 향기를 맡고있었다 심호흡을하니 온몸으로 꽃향기가 그윽히 번지는듯했다 몇송이는 붉은 꽃받침속에서 발을오그린 아기처럼 눈을뜨지못했고 두어송이는 다섯개의 둥그런화엽을 힘껏 벌리고있었다 마치꽃속에서 튀어나오려는듯한 수십개의 노란꽃술이 저마다의길이로 벋어나오며 하늘거렸다 희고가녀린 꽃술대의그림자가 은은히 흰꽃잎위에 비치니 꽃잎도떨고 꽃술도떨어 마음이흔들렸다 작은꽃송이 하나에 들어있을망정 화심은 뭇인간의터질듯한 연정보다 결코덜하지않다 향기는 정녕저깊숙한 씨방에서나오련만 꽃전부가 농염한마음이 되어서인지 꽃잎에서도 꽃술에서도 향기가 나는듯했다 너는 추위도잊었느냐 천하가 다가지속에 빛을묻고 시절이가기만 기다리는데 홀연히 그살떨리는 공기속으로 촉수를뻗는 마음은 도대체뭐냐 그때문득 퇴계가 환영에서 깬듯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