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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료가 20년째 그대로예요."
세무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입니다. 저도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푸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숫자를 하나씩 맞춰보니 푸념이 아니었습니다. 21년 전 개업 당시 신규 개인 기장료가 11만 원, 신규 법인이 22만 원이었습니다. 지금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개인 5만 원, 법인 8만 원입니다. 온라인에는 개인 3만 원, 법인 5만 원이라는 문구도 돌아다닙니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은 200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2026년 최저임금은 시급 10,320원, 월 215만 6,880원입니다.
일이 줄어서가 아닙니다. 값이 안 오르는 겁니다.
오늘은 왜 지금 세무사의 다음 시장이 '경리지원 아웃소싱'인지, 그리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정리해보려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습니다.
"기장을 버리라는 게 아니라, 기장을 '수익 상품'에서 '데이터 수집 채널'로 바꿔야 한다."
■ 1. 지금 시장에서 벌어지는 세 가지 일
▶ 단가 — 20년 제자리, 그리고 역경매
수수료 비교 앱을 보면 구조가 적나라합니다. 납세자가 견적을 요청하면 10명 내외의 세무사가 공개 입찰로 가격 경쟁을 합니다. 계약이 성사되면 세무사는 받는 수수료의 6개월치를 업체에 일시금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일회성 자문은 수수료의 10~20%를 중개업체가 가져갑니다.
세무사 입장에서는 첫 6개월이 남의 일이 되고, 납세자 입장에서는 그 중개료가 결국 서비스 가격에 얹힙니다.
▶ 공급 — 세무사는 늘고, 개업은 서울로 몰린다
2026년 9월 30일 기준 한국세무사회 회원은 1만 7,740명, 이 중 개업회원이 1만 6,943명입니다. 서울이 44.9%(7,624명)로 압도적이고, 세무법인은 전국 834개, 구성원 5,670명입니다.
2025년 1월 기준 전국 세무사 1만 6,720명은 5년 전 1만 3,532명보다 24% 늘어난 숫자입니다. 공급이 늘면 같은 고객을 두고 경쟁하고, 경쟁은 결국 가격으로 끝납니다.
▶ 원가 — AI가 '신고'의 가격을 다시 깎는다
법인 세무조정에 3분, 신고 업무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사례가 이미 공개됐습니다. 이 변화의 의미는 "일이 편해진다"가 아닙니다. 신고서를 만드는 노동의 원가가 절반이 되면, 신고서에 붙는 가격도 절반이 된다는 뜻입니다.
원가 절감분을 자문과 컨설팅으로 옮기지 못하는 사무소는 매출이 그대로 줄어듭니다.
■ 2. 기장과 경리지원은 무엇이 다른가
둘 다 장부를 다루지만, 계약의 목적이 다릅니다.
기장대리는 '세법상 신고·납부 의무 이행'이 목적입니다. 산출물은 신고서와 연 1회 성격의 재무제표입니다. 접점은 연 1~4회, 대체 난이도는 낮습니다. 12월 결산이 끝나면 다음 해에 다른 사무소로 옮겨도 손실이 크지 않습니다.
경리지원 아웃소싱은 '기업의 월간 재무·행정 운영 유지'가 목적입니다. 세금계산서 발행, 매입·매출 관리, 급여와 4대보험, 자금일보, 미수·미지급 관리, 월 결산 리포트까지 포함합니다. 접점은 월 4~20회입니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대체 난이도입니다.
급여 이체, 세금계산서 발행 권한, 증빙 보관, 자금 스케줄이 얽혀 있으면 고객은 쉽게 떠나지 못합니다.
기장 150건을 유지하는 것보다 경리지원 30개 법인을 유지하는 게 운영 안정성과 마진 모두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기장은 '1년에 몇 번 부르는 사람', 경리지원은 '매달 돈을 보내는 사람'입니다.
■ 3. 2026년, 여섯 가지 변화
① 경리와 세무의 '연계형'으로 진화
기장은 세무사가, 경리는 별도 업체가 맡던 분업 구조가 깨지고 있습니다. 장부와 신고 데이터를 이미 갖고 있는 세무사에게 이 결합은 가장 자연스러운 확장 경로입니다.
② AI 원장 시대 — 작성자에서 검토자로
AI가 수집·분류·초안을 맡고 사람이 판단·승인하는 구조가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AI는 기장의 수익을 깎는 요인이자, 경리지원의 처리량을 늘려주는 요인입니다. 같은 기술이 한쪽에는 위협, 한쪽에는 기회입니다.
③ 규제 질서 재편 — 2026년 세무사법 시행
무자격자의 세무대리 오인 표시·광고가 금지되고, 명의대여 처벌이 강화되며, 세무법인 설립 요건이 5인에서 3인으로 낮아집니다. '세무대리'를 사칭한 플랫폼 마케팅은 좁아지고, 3인 법인은 팀 단위 서비스에 유리해집니다.
④ 플랫폼의 양면성
한 플랫폼은 누적 가입자 2,400만 명, 누적 신고·환급액 2조 원을 넘었습니다. 업계는 오랫동안 이 흐름을 규제로 막으려 했지만, 결론은 '무시하지도, 정면으로 싸우지도 말고 접점 인프라로 쓰라'는 쪽에 가깝습니다.
⑤ 스타트업·1인 법인의 '월 정액 재무 운영' 수요
초기 기업은 경리 인력을 두지 않습니다. 이들은 세금 신고가 아니라 재무 운영을 삽니다. 단가가 아니라 업무 범위로 협상하는 고객층입니다.
⑥ 경리 인력 시장의 붕괴
경리 직원은 이직이 잦고, 한 사람이 회계와 총무를 함께 맡다 보니 퇴사 시 공백이 큽니다. 내부 인력으로 경리 기능을 유지하는 비용은 매년 올라갑니다. 이 수요는 경기와 무관하게 발생합니다.
■ 4. 시스템 사례 — 위케이크(wecake)
트렌드가 실제로 어떤 형태로 구현되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위케이크입니다. (주)영우정보서비스가 운영하고, 세 제품으로 구성됩니다.
· wecake T — 세무사무소용 업무 포털
신고보드에서 원천세·부가세·종소세·법인세 현황표를 '수임처 한 곳이 한 행'인 표로 만들고, 홈택스에서 접수증·신고서·납부서를 가져와 추천값으로 표시합니다. 매입세액공제 검토, 지급명세서 제출, 수금관리(청구대장·입금대사·미수·독촉 이력·담당자별 수금률), 경리지원 보드, 상담관리까지 한 흐름입니다.
· wecake Biz — 사업자용 업무 앱
사업자가 자금·전자세금계산서·급여·휴가·전자계약·경비청구를 직접 정리하고, 세무사 상담을 앱에서 남깁니다. 사무소는 '경리지원 보드'에서 확인이 필요한 건만 처리합니다.
· wecake CMS — 수임료 자동이체
NICE페이먼츠 제휴. 수임처 계좌에서 기장료·조정료를 약정일에 출금하고, 출금 성공·실패 결과가 수금관리에 하루 세 번 반영됩니다. 미수·미발행 증빙·이상 감지까지 한 화면에서 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능 목록이 아닙니다.
'누가 어떤 데이터를 들고 있는가'가 바뀐다는 점입니다.
연결 전에는 사업자 앱에 출퇴근·일정 메뉴만 열리고 은행·카드 자동 수집도 30일까지만 됩니다.
즉 연결이 곧 서비스의 스위치입니다.
경리지원의 진짜 병목은 신고가 아니라 증빙 취합입니다.
그 취합을 고객 쪽 습관으로 옮기면, 사무소는 입력이 아니라 '확인'에 시간을 씁니다.
원가 구조가 건당 투입 시간에서 확인 건수로 바뀌는 겁니다.
정리하면, 시스템은 '경리지원을 잘하는 방법'이 아니라 '경리지원을 상품으로 만들 때 필요한 인프라'입니다. 시스템을 넣어도 상품 설계가 없으면 자동화된 저마진 업무가 될 뿐입니다.
■ 5. 현 세무사 시장의 여섯 가지 문제
1) 가격이 상품이 되어버린 시장
고객이 비교하는 게 서비스가 아니라 가격이 되는 순간, 시장은 최저가로 수렴합니다. 품질에 투자할 여력이 사라지고, 품질이 낮아지면 다시 가격이 내려갑니다.
2) 규모의 경제가 없는 수임 구조
개인 세무사 1인당 기장 100~150건을 처리하는 데 직원 4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물량이 늘면 인건비가 비례해서 늘어납니다. 매출은 늘지만 남는 게 없는 구조입니다.
3) 인력 파이프라인의 붕괴
기장 실무를 배우던 경로가 사무소 내부 직원이었습니다. 그 처우와 성장 경로가 무너지면 사무소의 확장 능력도 함께 무너집니다. 경리지원은 기장보다 인력 의존도가 높습니다.
4) 책임의 비대칭
플랫폼은 소개하고 수수료를 받지만, 신고 오류의 책임은 세무사에게 남습니다. 경리지원은 급여·자금·증빙 사고 위험이 더해집니다. 그런데 표준약관, 배상책임보험, 업무 분장 문서를 갖춘 사무소는 드뭅니다.
5) '규제 방어' 전략의 한계
업역을 법으로 지키는 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수익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규제는 시간을 벌어주는 장치일 뿐이고, 그 시간에 무엇을 만들었는지가 10년 후를 결정합니다.
6) 상품 설계의 부재
대부분 "기장 얼마, 조정 얼마, 신고 얼마"라는 항목형 가격표만 있습니다. 패키지·등급·산출물·응답시간이 정의된 상품은 거의 없습니다. 상품이 없으면 가격은 협상 대상이 되고, 협상은 항상 낮은 쪽으로 끝납니다.
■ 6. 향후 과제 — 다섯 개의 실행 축
과제 1. 서비스를 3단 구조로 재설계하라
· Essential(기장+) — 연매출 3억 이하. 기장, 부가세·원천세 신고, 세금계산서 발행 대행, 월 1회 요약
· Support(경리지원) — 스타트업·10~50인. 급여·4대보험, 자금일보, 미수금, 증빙 정리, 월 결산 리포트
· Partner(재무 파트너) — 투자 유치·성장 단계. 예산·자금계획, 세무 리스크 점검, 경영진 월간 미팅, 감사 대응
핵심은 각 티어의 '산출물 목록'과 '제외 업무'를 계약서에 붙이는 것입니다.
과제 2. 가격을 건수가 아니라 범위와 시간으로 옮겨라
"급여 20명, 매월 25일 지급, 문의 응답 4시간 이내"처럼 측정 가능한 약속이 가격의 근거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고객은 '얼마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보장받는가'를 묻습니다.
과제 3. AI로 원가를 먼저 깎고, 남은 시간을 자문으로 전환하라
순서가 중요합니다. 증빙 수집·분류, 세금계산서 발행, 급여 계산, 신고 초안을 먼저 자동화하고, 확보한 시간을 월간 재무 리뷰와 리스크 점검에 배분합니다. 성과는 '직원이 편해졌는가'가 아니라 '고객당 투입 시간이 줄었는가'로 측정해야 합니다.
과제 4. 인력을 '경리 사무원'에서 '재무 매니저'로 재설계하라
업무를 매뉴얼·체크리스트로 표준화하고, 단순 입력과 고객 대응을 분리해 분산 처리가 가능하게 만들고, 경리 실무자에게 재무 해석·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교육해 성장 경로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 경로가 없으면 우수 인력은 다시 떠납니다.
과제 5. 데이터·보안·책임을 제도화하라
표준 업무위임 계약서, 개인정보 처리 위탁 문서, 증빙 보관·파기 규칙, 이중 확인 절차, 배상책임보험. 이건 비용이 아니라 영업 자료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관리합니다"를 문서로 보여줄 수 있는 사무소는 저가 경쟁에서 벗어납니다.
■ 7. 90일 실행 순서
1~30일 (진단)
기존 고객 20곳의 업무 범위·문의 빈도·이탈 위험을 분석하고 경리 수요를 발굴합니다. 산출물은 고객 세그먼트표, 업셀 후보 10곳, 서비스 범위 초안.
31~60일 (설계)
3단 상품을 정의하고 산출물·SLA를 문서화합니다. 계약서와 위탁 문서를 정비하고 가격표를 만듭니다. 신고·수금·자료수집 시스템 도입도 이 단계에서 검토합니다.
61~90일 (시범)
후보 3~5곳에 적용하고 자동화 도구를 연결해 고객당 투입 시간을 측정합니다.
91일 이후 (확장)
성공 사례 기반으로 영업하고, 인력 채용·교육과 자동화 고도화로 넘어갑니다.
이 로드맵의 성패는 매출이 아니라 세 가지로 갈립니다.
① 고객당 월 투입시간 ② 마감 준수율 ③ 계약 갱신율
이 세 지표가 개선되지 않는 확장은 매출이 늘어도 수익성이 나빠지는 '기장의 재판'이 됩니다.
■ 마무리
2026년의 조건은 분명합니다. 가격은 더 내려가고, 인력은 더 비싸지고, AI는 더 많은 일을 대신합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사무소는 '더 열심히 일하는 사무소'가 아니라 '무엇을 팔지 정의한 사무소'입니다.
경리지원 아웃소싱은 그 정의를 다시 쓸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시장입니다. 단, 자격이 아니라 설계로 들어가야 합니다.
여러분 사무소는 지금 기장 매출과 경리지원 매출 비중이 어떻게 되나요? 저는 아직 기장이 80%를 넘습니다. 이 비중을 어디까지 옮겨야 할지, 현장 의견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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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한국세무사회 세무사현황(2026.9.30), 세무사신문(기장건수·AI 세무조정·세무사법 개정), 인터넷조세신문(기장료 실태), 택스워치(세무사 수), 최저임금위원회, Mordor Intelligence(1달러=1,324원 환산), wecake.io 제품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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