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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침구사와 재야 침구인 및 침구 관련 법률에 대하여
국가의 형성과 함께 민간의술의 제도화와 전문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왔다.
중국에서는 진(秦)나라 시대부터 구비되어 오던 의관제도(醫官制度)가 수당시대부터 완비되면서 당(唐) 송(宋)시대에 침구과는 의과(醫科)와는 별도로 전문과(專門科)로 정비되었다. 침구과에는 침생(針生) 혹은 침공(針工)이라는 침구전문을 따로 배치했다. 당(唐)대에 침구과, 의과, 안마과, 주금과로 4개과 이던 것이 송(宋)대에는 9개과였다가 원(元)대의 분과는 13개과가 되었다. 이렇게 침구는 별도의 제도로 되어 왔던 것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국가기구를 정비하면서부터 침뜸이 의료분야의 가장 중요한 축을 이루는 전문분야였다. 일본의 의료제도는 701년 대보률령에 의사, 침사, 안마사, 여의(女醫) 등 이미 전문의 제도를 도입한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침구술이 발전하고, 조선의 침구전문서인 허임의 『침구경험방』이 나오게 되는데도 조선 초기부터 논의가 시작되어 성종 때 경국대전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은 침구전문업종제도, 즉 침구의(鍼灸醫)제도가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허준이 약과 침뜸을 동시에 잘 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픽션인 소설과 TV드라마의 영향이고, 역사적 사실과는 완전히 다르다. 조선실록에 허준은 분명하게 ‘소신은 침을 모릅니다’라고 말하고 침을 놓는 일에 침의(鍼醫) 허임을 추천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리고 허준이 침을 놓았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다. 이처럼 조선시대 침뜸전문의가 실제로 따로 활동하고 있었다.
당시 침의의 성격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의료체계 내에서 활동한 정통 의료인이었다. 그들 중에는 내의원의 관할 하에 활동하는 경우도 있었고, 의무(醫務)와 관련된 직책으로부터 지방관에 이르기까지 관직을 맡기도 하였다. 그들은 결코 아웃사이더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침의 제도는 구한말 서양의학이 들어올 때도 존립하여, 병원에 근무인원으로 침의가 배정이 되었다. 1899년(光武 3년)에 내부직할병원으로 설치된 우리나라 초기 국립병원인 내부병원(內部病院, 현 서울대학병원의 전신)의 직제를 보면 대방의(大方醫) 두 명과 종두의(種痘醫) 열명, 외과의(外科醫) 한명, 소아의(小兒醫) 한명 그리고 침의(鍼醫) 한명을 별도로 두고 있었다. 내부병원(內部病院)은 바로 광제원(廣濟院)으로 개칭됐다. 광제원으로 한 뒤에도 본원의 직제에 의사 7인 가운데 침의(鍼醫) 1인을 별도로 두고 있었다.
침구의가 일제시대에는 침사와 구사가 됐다. 일제는 ‘안마술(按摩術)ㆍ침술(鍼術)ㆍ구술(灸術) 영업취체규칙(營業取締規則)’을 만들고, 안마사(按摩士)ㆍ침사(鍼士)ㆍ구사(灸士)의 면허 제도를 마련하여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인 침구인들과 함께 조선인 침구인들도 관리했다.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는 침뜸을 생활의술로 활용하는 것도 막으면서 제도권 내에서의 전문화에도 역행하는 정책을 써 왔다.
해방 후 우리 정부가 제정한 최초의 의료관계법은 1951년 공포된 국민의료법. 이 법률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을 의료업자로 규정하고 접골·침술·구술·안마술업자 등은 의료유사업자로 정했다. 그런데 보건사회부는 법률에 명시한 대로 의료유사업자제도에 대한 주무부령을 제정하지 않아 침구사 배출이 되지 않았다.
1950년대 국민의료법 입법과정에서 한의사들은 침구사제도 존속에 대하여 별다른 의견제시가 없었고, 침구는 한의사의 영역이 아니었다. 또한 1962년까지 실시되었던 한의사 자격 검정시험 과목은 첩약조제 관련과목으로 구성되었을 뿐 침구관련 과목이 포함되지 않았다. 1961년 대법원은 “침구사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은 한의사가 침술이나 구술을 실시할 수 있다는 법적인 근거는 없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다.
1960년대에 이승만 정부가 학생들의 반정부 시위에 의하여 몰락하고 새로 장면 정부가 수립되면서 ‘민의의 표출’이 자유로워지면서 다양한 조직과 단체들의 민원이 제기되었다. 침구를 배웠던 침구학원 졸업생들과 맹인학교 학생들이 침구사 부령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맹인들이 생업으로 안마와 침구를 배웠으나 법적 자격을 얻지 못하게 되자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던 것이다. 그 결과 침구 등 의료유사업자에 대한 부령이 제정되었다.
연기를 거듭하던 의료유사업자에 대한 주무부령이 제정된 것은 국민의료법이 제정되고 10년 가까이 지난 4.19 이후. 1960년 11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의료유사업자령과 자격시험규정이 제정된 것이다. 침사나 구사 등의 자격시험은 보건사회장관의 지시에 의하여 매년 1회씩 서울특별시장 또는 도지사가 시행하도록 되어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침사 및 구사 자격시험이 시행되기를 고대하는 이들이 있었다. 문교당국이 인가한 11개의 침구사 양성기관에서 소정의 교육을 마친 5천여 명의 졸업생들이었다. 주무부령이 제정됨에 따라 이들 졸업생은 침구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듯했다.
그러나 자격시험은 단 한 차례도 시행되지 못했다. 5·16 직후인 1962년 3월 20일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국민의료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한 의료법을 만들면서 의료유사업자제도에 관한 규정을 삭제해버렸기 때문이다.
박정희 군사정부는 ‘조국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통하여 정권의 정당성을 확립하려 하였다. 의료부문에서도 역시 ‘근대화’를 지향하면서 여러 가지 개혁조치가 이루어졌다. 한편으로는 의료인에 대한 국가고시제를 도입하여 의료 인력의 질적 향상을 기하고 물리치료사 등 의료보조원 제도를 도입하고 간호사에 대한 교육을 대학수준으로 높이는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의료 근대화의 다른 측면은 ‘전통의 잔재’를 없애는 것이었다. ‘전통’은 곧 ‘낙후와 빈곤’의 원인처럼 간주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전통의 탈피가 강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의사와 침구사, 안마사 같은 동양의학의 전통은 비과학적인 것으로 간주되었고 1962년에 국민의료법을 의료법으로 개정하면서 이를 일거에 없애려고 시도하였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한의사들의 강력한 반발이 제기되면서 결국에는 한의과대학을 4년제에서 6년제로 교육연한을 연장하여 그 실력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반면 침구사 제도는 완전히 폐지되었다. 그 과정도 세심한 검토를 거쳐 결정되기보다는 비과학적 의료행위를 근절하는 식으로 무조건 폐지해 버렸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해방 후 침구사 배출은 한 차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었다. 다만, 해방 이전에 침구사 자격을 취득한 기(旣) 자격취득자에 대해서만, ‘당시의 의료유사업자의 자격과 기타 의료상의 권리는 동법(同法)에 의하여 취득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경과규정을 두었을 뿐이다. 더욱이 개정 의료법은 침구사 양성규정을 삭제하면서 침구를 한의사가 관장한다는 등의 경과규정을 마련하지도 않음으로써 이후 집단 갈등의 불씨가 되었다. 사실 당시까지 한의사 시험에 침구과목이 들어가 있지도 않았고, 한의사가 침구시술을 할 수 있다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대법원 판례까지 나와 있는 상황에서 침구사의 업무영역을 한의사가 관장을 한다고 규정하는 것도 온당치는 않았을 것이다.
침구는 이렇게 박정희 군사정부에 의해 수난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침구학의 현대적 계승은 왜곡되고, 침구술을 둘러싼 직역간의 갈등은 갈수록 첨예한 양상으로 대립했다. 맹인침구사들을 포함한 전국의 침구인들과 의사와 한의사 등 관련 직능집단 사이의 대결 양상은 전통 침구술의 계승과 발전에 대단히 크고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근현대 침구술의 전승과정과 경로는 어떠하였을까? 가장 흔한 침구술의 전통적 전승방식은 일반적으로 가족이나 친인척을 통한 전승이었다. 부모 혹은 조부모나 형제, 삼촌 등 친인척 중에서 침구술을 하는 경우 관심 있는 가족이나 친인척이 이를 이어받는 형식이었다. 내침의 선생안에도 보면 집안에서 대대로 내침의로 활동하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한다.
근대적 교육형식이 형성되면서 학원을 통한 침구술의 전승이 이루어진다. 1950년대 말부터 대한침구학원 등 11개 관인침구학원을 수료한 사람들은 유사의료업자 시험에 응시하여 침구사를 업으로 하고자 하려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침구사 시험의 시행이 이루어지지 않자 이들 침구학원 수료생들이 동창회연합회를 만들어 침구사 제도의 시행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는 한편 침구학의 연수와 보수교육을 주도해 왔다. 그 결과 여러 차례 침구사 제도가 입법 직접까지 가기도 했다. 80년대 초 보건사회부 천명기 장관은 직을 걸고 침구사 제도를 만들겠다고 하여 침구사 제도가 국무총리 결제까지 났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의사와 한의사 등 의료인 직능집단의 더욱 강력한 로비와 압력과 실력행사로 번번이 좌절됐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민간에서 침구인들의 활동은 면면히 이어져 확산되어 오고 있다. 관인침구학원 동창회연합회가 모태가 되어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단체가 한국침술연합회이다. 이 외에도 침구술을 전수하고 교육하는 크고 각은 단체와 그룹이 전국 각지에서활동하고 있다. 이들 그룹이나 단체는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많다. 이들은 나름의 임상경험을 쌓아가며 침뜸을 연구하고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시행하는 침구교육과정에서 침뜸을 배워오는 경우도 있고, 국내에서 침뜸을 배워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나라로 나가서 활동하는 침구인들도 상당히 많다.
침구 관련 제도의 현대사는 우리나라 침구술의 현대적 계승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친 사안이라 보다 엄정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도 침구사라는 의료유사업자의 직역에 대한 법률적 규정은 여전히 별도로 두고 있기는 하다. 현행 의료법 제81조에 ‘의료유사업자’ 규정을 따로 두고 접골사(接骨士), 침사(鍼士), 구사(灸士)를 ‘의료유사업자’라 하여 이에 대한 자격과 시술소에 대해 별도로 정하고 있다.
현행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 규칙(보건복지령 제191호, 2013.4.1. 개정 시행)에 침사와 구사의 업무도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이 규칙 제2조 ③항에는 "침사는 환자의 경혈(經穴)에 침 시술행위를 하는 것을 업무로 한다."고 하고, ④항에는 "구사는 환자의 경혈에 구(구:뜸질) 시술행위를 하는 것을 업무로 한다."고 정해두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령 제185호(2013.3.23. 개정 시행)에는 침사와 구사 시험규정까지 엄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당국은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당국은 62년 이후 침사·구사 등의 양성과 배출에 관한 규정을 의료법에서 삭제하면서 이 업무에 대한 후속 대책에 대해서는 법률에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침구에 관한 법적인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 되고 있다.
무면허의료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의료법의 조항에 대해 2010년 7월 29일,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었다. 이때 다섯 명의 재판관은 위헌의견을 밝혔고, 합헌이라고 결정한 재판관 중에도 침이나 뜸을 시술하는 유사의료업자의 배출이 되고 있지 않는 만큼, 침(침사의 업무)이나 뜸(구사의 업무)과 같은 유사의료행위를 포함하여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새로운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붙였다.
<재판관 김희옥의 보충의견> 나는 이 사건 의료법 조항들 및 이 사건 보건특조법 조항들(이하 ‘이 사건 조항들’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법정의견을 취하면서, 국민의 보건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강조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보충의견을 밝혀 두고자 한다. 헌법 제36조 제3항이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보건에 관한 권리는 국민이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국가적 급부와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서,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소극적으로 침해하여서는 아니 될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보건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헌재 1995. 4. 20. 91헌바11, 판례집 7-1, 478, 491). 그런데 일반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유지하고 회복, 촉진하는 행위인 넓은 의미의 의료(醫療)에는 의료인에 의한 질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질병의 예방행위도 포함되고, 간호활동이나 약사 내지 한약사의 제약 및 복약지도, 영양사에 의한 영양 지도 등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조항들이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매우 중대한 헌법적 요청인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적합한 조치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국가는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의 보건을 위한 정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므로 국가는 국민보건을 위해 제도 변경의 필요성이 있으면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여야 한다. 역사적으로 각 국가별로 인간의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에 관해서는 부단한 연구와 발전이 있어 왔고, 현재도 인간의 건강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각 국가별로 또는 동양과 서양에 따라서 참으로 다양하고 많은 의료방법이 고안‧실증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각 국가별로 모두 동일한 의료방법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법제가 채택하고 있는 의료행위에는 의료법이 규정한 의료인의 의료행위와 접골사‧침사‧구사 등 의료유사업자의 의료유사행위, 안마사의 안마행위 등이 있고, 1962년 이후에는 신규 의료유사업자의 자격 및 시술에 관한 법적 근거가 소멸되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건강과 의료에 관한 국민의 욕구와 수요는 대폭 증대되어 있고, 의료행위와 경계선상에 있는 의료 서비스의 활용과 그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헌법 제36조 제3항에 의해 국가는 적극적으로 국민의 보건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 범위 내에서 제도권 의료행위 이외의 치료방법을 적극적으로 연구하여 이를 의료행위에 편입하거나 또는 국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이는 미국, 유럽 등 각국에서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의료의 형태를 다양하게 넓혀 나가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에 의하면 세계 의료형태의 30 내지 40 퍼센트 정도만이 현대정통의학(Modern Conventional Medicine)을 따르고 나머지는 소위 보완대체의학(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에 의하여 치료를 받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환자 중 약 3분의 1은 현대정통의학이 아닌 다른 치료방법을 찾고 있다고 한다. 즉, 의료법 등의 금지 규정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국민이 비의료인에 의한 치료방법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국민정서 및 사회문화적 행태를 고려할 때, 검증되지 아니한 시술자에 의한 부작용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요법과 시술을 양성화하는 것과 더불어 이러한 시술자에 대한 엄격한 관리체계를 갖출 필요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소위 보완대체의학의 종목은 약 200 가지 정도가 알려져 있고 그 중 50여 가지가 활발히 연구‧활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이 중 20여종 정도가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시술의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체계가 확보되고 시술자의 자격에 대한 엄격한 관리체계가 구비되면 이러한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연구와 활용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의료유사행위 또는 보완대체의학에 의한 치료방법을 연구와 검증을 통하여 의료행위에 포함시키거나 별도의 제도를 두어 국민이 이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헌법 제36조 제3항의 취지에 보다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6명이 사실상으로는 현행 의료법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그러나 관련 입법이 아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헌재 판결과 관련해서 임종훈은 “‘소수의 횡포’ 가능성에 대한 위헌심사 - 헌재 2010. 7. 29. 2008헌가19 등(병합)과 관련하여”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 소수로 구성된 이익집단과 국민대다수의 이익이 상충하는 사례인 침구사법이 헌재에서 다루어졌다고 풀이했다.
임종훈 홍익대 법대 교수는 2008년 국회입법조사처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당시에 쓴 “입법과 경제적 효율성 - 침구사제도의 입법에 관한 비교제도분석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 이미 ‘소수의 횡포’에 의해 침구사 제도가 시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연구해 밝힌 바 있다. 이 논문에서 임종훈은 “국회는 대의제민주주의 원리에 충실하게 국민 다수의 뜻을 반영하여 입법을 하여야 하나, 적지 않은 경우 국회는 국민다수의 뜻보다는 잘 조직화된 소수 이익집단의 입장을 대변하는 입법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다수 국민의 희생 하에 소수 이익집단의 이익을 반영한 입법의 대표적 사례로 침구사법을 들고 있다. 그는 “상충되는 이익을 가진 두 대립 집단이 특정 입법안에 대하여 행사하는 정치적 영향력은 각 집단 구성원들의 정치적 행동이 각각의 구성원에게 가져다주는 이익의 정도와 그 정치적 행동에 소요되는 비용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하면서 침구사를 별도로 양성하는 입법을 추진할 경우, 국민의 대다수가 이익을 보지만 그 이익의 정도가 개인별로는 얇기 때문에 개인별 이익의 정도가 두터운 한의사 집단의 정치적 영향력에 의해 침구사법의 입법추진이 좌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침구사제도의 허용여부를 정치과정에서 결정하지 않고, 시장원리에 맡기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침구사제도를 시장원리에 맡긴다는 것은 의료소비자들이 의료시장에서 한의사와 침구사 중 누구를 선택해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것인지를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침구사제도를 양성화하는(물론 엄격한 자격과 능력 등 요건을 갖춘 사람에게만 면허를 부여해야 한다) 것이고, 다른 하나는 침구사제도를 양성화하지는 않을지라도, 침구사들의 시술행위를 무면허의료행위로 처벌하지 않도록 의료법 제27조를 개정하는 것이다. 의료소비자들이 침을 맞거나 뜸 치료를 받고자 할 때 한의사를 찾아갈지 침구사를 찾아갈지를 자유롭게 선택하게 한다면 누가 침과 뜸이라는 의료서비스를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로 공급하는지를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소비자가 결정하게 될 것이다.
임종훈의 이상과 같은 제안이 침구학의 현대적 계승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방안 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서울대학교의 문용린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한 ‘희소인적자원의 실태와 소멸과정에 관한 연구’에서는 전국적으로 20~30만 명이 침구를 시술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서는 “침구는 침과 뜸을 의미하는데, 조선시대에는 의료시술의 가장 중요한 분야로서 침구사를 국가 정책차원에서 양성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으나, 일제시대에 들어 침구사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여 침체기에 접어든다.”고 전하고, “침구는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침구 전문 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국가 또는 민간자격으로 침구사 자격증을 부활하거나 침구전문대학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지역인적자원개발과 지역 특성화 서비스사업의 일환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대학의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사의료행위의 현황 및 운영상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제도 개선방안 및 합리적 운영방안을 개발하기 위한 구체적인 연구도 있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08년 보건복지부 용역으로 시행한 ‘외국 및 우리나라의 유사의료 운영실태조사’에서 현행 ‘유사의료’의 개념을 존속시킬지 여부에 따라 장단점을 비교하면서 침구 등 유사의료에 대한 자격제도를 명확히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여기서 제안하는 제도개선 방안은 △ 현 유사의료 개념 폐지하되 개별법으로 추진하는 방안 △ 현 유사의료 개념 폐지하되 치료사 개념으로 의사의 지휘․감독 하에 두는 방안 △ 현 유사의료 개념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방안 등 세 가지로 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2011 국정감사 정책자료는 ‘침・뜸 시술 자격제한 완화’에 관한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여기서는 앞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제안한 세 가지 중 개별법을 별도로 제정하는 방안을 채택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연요법, 침이나 뜸 시술행위 또는 보철시술 행위, 카이로프랙틱 등 신체에 대한 위험성이 낮고 부작용도 거의 없는 치료법들에 대한 공인체계를 갖추는 것은 실증적 경험적인 치유기술을 제도권 내로 편입・활성화시킴으로써 국민의 건강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므로 (가칭)「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에 관한 법률」제정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
이 같은 입법 추진은 재야 침구인 쪽에서 한의사에게만 침・뜸시술을 허용하는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규정(「의료법」제27조)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등으로 위헌법률 심판을 신청한 바, 이에 대하여 2010년 헌법재판소가 4(합헌) 대 5(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데 따른 후속조치였다. 사실 당시 합헌이라고 결정한 4명의 재판관 중 1명도 ‘침이나 뜸을 시술하는 유사의료업자의 배출이 되고 있지 않는 만큼, 침(침사의 업무)이나 뜸(구사의 업무)과 같은 유사의료행위를 포함하여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새로운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붙인 조건부 판결이었기 때문에 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침구를 둘러싼 제도개선 움직임은 그 후에도 여러 형태로 있어 왔는데 큰 줄기는 법률체계 상으로 엄연히 존재하는 유사의료업자 문제를 (가칭)「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에 관한 법률」을 별도로 제정하여 해소하는 방향으로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14년 6월에는 국무총리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에 제출한 『보건의료산업 시장분석 및 규제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의 최종보고서에서 보건의료산업 규제개선의 주요과제 하나로 ‘대체의학의 합법화’를 명시하고 이와 관련한 ‘대체의료서비스 국내 동향 및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 중국, 미국, 독일 등은 침구, 안마, 접골, 카이로프랙틱 등과 같은 행위를 법제도와 실제 생활에서 인정하고 있고, 정통의학과 유사한 수준의 체계화된 교육과정과 면허제도를 갖추고 대체의료 관련 자격을 관리하고 있다”고 전하고, 국내에서는 대체의료서비스 행위 자체가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을 받고 국가공인 자격제도 신설도 현행법 체계 하에서는 불가하여 대체의료서비스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대체의학 분야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행위이고 외국 사례를 볼 때 체계화된 교육과정을 거쳐 전문성을 갖춘 자격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춰 봤을 때 국내 대체의료서비스와 관련된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체계와 자격제도 신설이 필요하다”고 하는 강조하고 있다. 즉 앞서 2011년 국회입법조사처가 ‘침・뜸 시술 자격제한 완화’ 개도개선 방안으로 내 놓은 (가칭)「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에 관한 법률」을 의료법과 별도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다.
*** 사단법인 허임기념사업회(www.heoim.net) 대표이사 손중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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