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하이텔의 메탈동에서 김봉환씨가 연재한 글입니다..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많은 밴드를 소개했으니 읽으시고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제목: [연재] 프로그레시브 메탈 탐구--(14) 보낸이:김봉환 (대일밴드) 1998-08-19 조회:401
프로그레시브 메탈 탐구... 오늘은 여러분도 잘 아시는 국내 밴드 둘과 조금은 생소한 일본 밴드를 소개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실꺼라고 생각됩니다만... 동양의 프로그레시브 메탈은 어떠할까요? * SAHARA - Self Ego (46:43) 인천출신 밴드로 1집은 일부 골수팬들이 아니고선 많이 알려지지 않았었다. 이들은 이미 예전부터 연주력이나 인기면에서 여느 언더그라운드 밴드보단 더 높은 수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멤버가 교체되고, 그룹의 음악적 방향을 다르게 수정함으로써 본작은 만들어 졌다. LG 미디어에서 새롭게 헤비메탈의 부흥을 외치며 레이블을 만들었으며, 그 작품중 사하라의 2집인 본작을 가장 신경써서 제작했으나, 유감스럽게도 본작은 별다른 호응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도 일본의 헤비메탈 번문지의 번(BURRN!) 지에서 본작과 사하라에 관한 기사가 개재되면서 국내 음악잡지에도 이들을 다시 기사화 하기 시작했고, 뒤늦게 국내 팬들은 이들의 음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하라의 음악이 국내 열악한 환경에 비해서 뛰어난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번지는 정통헤비메탈, 멜로딕메탈, 프로그레시브 메탈에 대해 굉장히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사하라의 본작이 높은 점수를 받는데 크게 일조하였다는 느낌또한 인정할수 밖에 없는 사실이다. 어쨌든 뒤늦게나마 본작은 인정을 받으면서 해체나 다름없던 사하라 멤버들이 다시 모이고, 클럽에서 라이브까지 열게 되나 현재로선 다시금 어두운 상황에 놓여있는 입장이다. 뭐하나 좋다고하면 너도나도 대단한 관심을 갖고 우루르 모였다가, 몇달지나면 언제 그런일이 있었냐는듯 무감해지는 우리나라의 안좋은 성향이 드러나는것 같아 아쉽다. 본작을 가만히 살펴보면 비교적 만족스런 아트웍이 빛나는 부클릿과 한글로 해석이 된 영어 가사가 담겨있다. 가사를 번역해서 실은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본작은 8곡으로 구성돼 있는데, 마지막의 발라드곡 한곡을 제외하고는 전형적인 드림씨어터풍의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들려주고 있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94-95년 사이에 사하라의 보컬인 이재호씨의 솔로 앨범과 김경호씨의 1집 앨범을 구입했던 적이 있었는데, 김종서나 신성우 같은 몇몇 락발라드성 오버그라운드 락커에게 익숙했던 필자의 친구들에게 이재호나 김경호의 솔로 앨범을 들려주면 대부분 무척이나 놀라고 흥미로운 표정이었다. (여담이지만 그당시 레코드점 몇곳을 뒤져야만 볼수 있었던 무명가수 김경호의 1집을 구하려고 안달이 났던 필자의 친구들이 꽤 있었고, 몇몇은 또다른 이들에게 추천까지 할 정도 였다.) 어쨌든 그때 들은 이재호의 솔로 앨범은 김경호에 비해 고음역에서의 안정감이나 성량등에서 떨어지는 감이 있었지만, 그 필이나 감각은 훨씬 앞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후로 몇년간 필자의 기억속에서 지워져 있던 이재호가 몇년만에 돌아온 것이다. 그것도 사하라라는 거대한 사막과 함께... 본작의 작곡은 테크니컬한 기타리스트인 인재홍씨가 곡을 만들면 이재호씨가 멜로디를 덧붙인 공동 작곡으로 되어있다. 영어 가사는 양재욱씨가 작사가로 멋들어지게 써주고 있다. 이렇게 된 본작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앨범을 듣는 내내 무언가 긴박한 긴장감이 시종 유지된다. 꽉 조여오는 구성이나 사운드는 아닌데, 이상하게도 본작은 그어느 외국의 작품보다 긴장감이 넘치고 있어 독특한 맛을 전해준다. 첫곡인 agony of a drifter 는 7분 50초의 대곡이다. 첫곡부터 팽팽하게 조여드는 리프와 힘찬 드러밍은 예사롭지 않은 첫 출발을 알리고 있으며, 허탈한듯하면서도 무언가 불만이 서린것같은 느낌의 보컬은 뒤에서 나지막히 분위기 조성에 힘쓰는 키보드와 함께 야릇한 느낌을 전해준다. 4분정도쯤에 타이트한 간주와 기타솔로가 지나면 심각한 분위기로 이어지며 마치 드림의 voices 를 듣는듯한 멜로디(6:00)로 끝을 낸다. 곧이어, 따스한 키보드 플레이와 함께 인상적인 멜로디의 기타솔로가 지나면 곡은 마쳐진다. 역시 7분여의 대곡인 phermone 은 미들템포의 곡으로 다른곡에 비해 김범주씨의 베이스가 초반부터 귀에 잘들어온다. 나른하면서, 무언가에 도취된듯한 환각적인 초반부가 지나면 2분 39초쯤엔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전형적인 연주가 잠시 등장하고, 4분 10초쯤엔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켜간다. 깔끔하고, 계산적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인간적인 면이 묻어나는 인재홍의 피킹이 지나면 곡은 마지막을 향해 간다. 현실의 끝으로 는 앨범내에서 가장 짧은 곡으로 발음이 좋은편인 이재호의 고음이 돋보이며, 시원스런 리듬을 바탕으로 비교적 스트레이트한 연주를 들려준다. 착각속의 미래 는 홍진규씨의 드러밍이 돋보이는 트랙이며 여기서 그는 결코 오버하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특징인 다양한 드러밍을 구사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리듬파트를 맡고 있는 베이시스트의 역량도 빛을 발한다 하겠다.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들이 들려주는 최상의 테크닉과 작곡 능력, 다양함등이 총집결되는 연주곡은 다섯번째 트랙으로 역시 사하라의 앨범에도 자리를 잡고 있다. 1분 22초의 템포체인지후의 풀피킹속주와 독특한 멜로디라인은 역시 7분 50초짜리 연주곡으로서 부족함이 없으며, 3분 1초엔 화려한 드러밍이 펼쳐지더니,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 되면서 템포가 늦춰지고, 다시금 인상적인 멜로디의 기타솔로가 이어진다. 엇박이 미묘한 재미를 주는 중반부가 지나면 곡은 키보드가 폭발하며 절정에 다다랐다가 다시금 처음의 주제로 돌아오며, 페이드 아웃으로 끝난다. lust for conquer 이 기나긴 시간을 마무리 하면 destiny is waiting 가 시작되는데, 심포니엑스 같은 느낌을 주는 키보드가 인상적이며, 이어지는 what i'm dreaming of 는 시원스런 베이스드럼과 베이스 연주로 시작하며 락켄롤적인 느낌도 묻어나는 곡으로 라이브 연주시 더욱 크게 곡의 진가가 나타날것만 같은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가녀린 보컬을 들려주는 처절한 발라드 트랙인 날 알기까지 는 뮤직 비디오로도 제작된 곡으로, 사운드는 전형적인 락발라드의 면모를 지니고 있지만, 그 멜로디면에서는 여느 곡들관 비교가 안되는 애절함을 가지고 있다. 역시 이재호의 고음이 유난히 빛나는 곡으로, 키보드 반주와 함께 조용히 흐르다 폭발하는 부분인 "널 떠난 후에 난 널 사랑했던 내 모습을 느낄수 있었던 거야.." 의 인상적인 멜로디는 가히 이곡을 들으면서 한번쯤은 눈물을 흘릴만도 하다고 생각할수 있을정도로, 애절함이 묻어나고 있다. * N.EX.T - The return of N.EX.T part 1 (40:53) 이곳 메동에서 넥스트와 같은 비교적 오버화된 밴드를 말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기 일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들을 넣고 싶다. 국내 밴드들중 아마도 가장 작곡능력이 뛰어나지 않을까 싶은데, 솔직히 필자에겐 이들만큼 곡을 멋들어지게 만드는 국내 밴드는 몇 안된다. 음악을 연주하는 대부분의 언더밴드들의 경우 꼭 그런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앨범몇장 밖에 들어보지 않고 작곡을 하곤 한다. 뭐, 많이 듣느냐 안듣느냐가 장단점이 다 있지만(한 예로, 많이 들음으로써 자기도 모르게 표절을 한다고 하여 듣지 않는 경우도 있지않은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기 위해선 다양한 분야의 음악을 골고루 접하고, 연주나 작곡에 못지않게 음악을 "듣는데" 큰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점에서 넥스트의 리더인 신해철씨나 노이즈가든의 윤병주씨같은 분들은 수많은 음악을 듣고, 연주하는데 밸런스가 맞으므로 결코 무시하지 못할 음악이 만들어진다고 여긴다. 이런점에서 평소 신해철씨가 보여준 그의 음악적 지식이나 수용은 적어도 그의 음악 세계를 표현하는데 있어 음악을 적게 들은 이들보단 더 다양한 형태의 사운드를 사용할수 있지 않았나 싶다. 무한궤도라는 밴드에서 아이돌 스타로, 다시 넥스트라는 그룹으로 돌아왔을 초창기때는 신서사이저가 중심이 된 테크노나 뉴웨이브의 색채가 강한 음악을 펼쳐보이다가, 대마초 사건으로 인해 감옥에 갔다가 몇년간을 고통과 분노로 지내면서, 평소 그가 하고 싶었던 테크노와 함께 하드락이나 메탈 계열의 강렬한 음악으로 밴드의 색깔을 180도 바꾸며 돌아온것이 바로 본작이었다. 이 앨범이 나올 94년 당시, 본작을 처음접한 그의 팬들이나 일반대중들은 크나큰 충격을 받았을것이다. 사운드의 강렬함이 증대됐다는것을 비롯해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아트웍, 보컬등 "인형의 기사"나 "도시인"을 부를당시의 넥스트가 아닌 그룹 이름만 똑 같은 제3의 밴드가 등장한것 같은 착각을 줄 정도 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앨범을 그때 당시 듣지 않고 95년 이후에 듣게 된 사람에겐 그 충격이 훨씬 덜 할것이다. 어쨌든 이들의 노선을 바꾼후에 발표한 다른 앨범들에 비해서 본작은 그 사운드의 여백도 큰 편이고, 세련된 맛도 훨씬 덜하지만 필자가 유독 본작을 뽑은 이유는 2년간의 공백이후의 넥스트와 신해철의 변모, 당시 크나큰 이슈가 되었던 접들을 고려해서 선택한 것이다. 일단 본작은 자켓의 아트웍부터 심상치 않음을 보인다. 물론 이다음 part2는 더욱 신경을 썼지만 당시 테잎으로도 두터운 속지가 같이 제공되었고, 부클릿의 전체적인 이미지 조차 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상당히 어둡고, 신비로우며, SF 적인 요소까지도 느낄수 있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이미지로 다가왔다. 게다가 "존재"라는 이름으로 펼쳐지는 컨셉트적 구성은 냉소적이고 철학적인 가사와 어울려 상당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것이 사실이다. RADIO 나 TV 등에서 심심치 않게 본작이 소개되긴 했으나 대부분은 오직 단 한곡인 "날아라 병아리"에게만 집중돼 있어 참으로 안타깝기도 했다. 본작의 정수는 쏙 빼놓고 나긋나긋한 발라드 한곡으로 본작을 평가하고 덥썩 구입했다가 나중에 후회를 했다는 대중이 많았던것은 모두가 알고있다. 마치 몇년전 드라마 음악만으로 STRATOVARIUS 의 음악을 평가하고 그들의 앨범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경우처럼... 본작은 일단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로 되어있다. 앨범의 아트웍이 대단히 큰 몫을 했지만 전체적으로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컬트적인 분위기로 아루어진 분위기가 압권이다. 뭐랄까, 신비롭지만 어딘가 어둡고, 폐쇄적인 분위기..하지만 결코 절망적이기만 하거나 까마득하진 않다. 상당히 독특하다. 이후의 넥스트의 앨범들이 사운드의 퀄러티나 연주력등에선 진일보 했을지 모르지만 앨범을 이루고 있는 전체적인 분위기 조성에서만큼은 본작을 앞지를수 있는 작품이 없는듯 싶다. 앨범을 플레이 시키면 웅장하고 신비스런 오프닝 the return of next로 넥스트가 돌아왔음을 알린다. 1분 남짓 지나면 건반과 드러밍이 힘차게 울리는 10분여의 프로그레시브 메탈 대곡 the destruction of the shell 이 흐른다. 비교적 밝은분위기의 인트로가 지나면 곧이어 본작을 지배하고 있는 심각한 분위기로 뒤바뀌며 마치 전투행진곡 같은 느낌의 드러밍으로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곧이어 메탈풍의 강렬한 기타백킹이 이어지며, 걸죽한 보컬이 덧입혀진다. 그리 큰 변화를 갖고 있는 곡은 아니지만 굉장히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고 있는데, "fight! bee free! the destruction of the shell!" 이라고 외치는 분노의 가사와 자아성찰, 웅장한 코러스등은 곡을 더욱 거대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데, 간간히 쓰이는 신해철의 허스키한 고음이나 중반부의 분위기 전환은 그 템포의 변화에도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유지하고 있다. 특히, 나레이션과 그이후의 기타솔로는 넥스트의 본작이 갖고있는 분위기나 하드락으로의 변화등을 감지할수 있게해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게다가 끝 마무리 또한 곡이 가진 웅장함을 이어나가고 있어, 곡의 기승전결이 흐트러짐 없이 전개됨을 알수 있다. 이윽고 이어지는 이중인격자는 앞선 대곡에 비하면 스트레이트하고 스피디한 모습을 지녔지만 역시 어둡고, 자기 파괴적인(하지만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느낌의 가사나 사운드와 어울려 그 맛을 더하고 있으며, 특히 본곡에서도 "그냥가야해"와 같은 부분에서 시원스런 샤우팅을 섞어줌으로써 청자의 기억속에서 시원스러움과 단조롭지 않은 보컬라인을 듣게끔 해주는 센스를 발휘하고 있다. 곧이어지는 the dreamer 역시 가사가 실려있는 면의 아트웍이 상당히 잘된 느낌이며, 멜로디가 뛰어나 이어지는 곡인 날아라병아리가 질린 사람들에게 두번째로 쉽게 어필할수 있는 락발라드라고 말할수 있다. 역시 본곡에서도 시원스런 고음이 들어가 있어 듣는데 지루함을 덜어주며 특히 보컬 스타일도 변화를 다양하게 두는 점을 놓치지 않고 있다. 감칠맛 나는 베이스라인이 특히 귀에 잘들어오는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전통적인 면이 강하다는 느낌인데, 랩이 조금 어색함을 주는것도 사실이지만 다양한 표현방법을 수용하려 했음이 느껴지며, 심각한 분위기의 연주곡인 life manufacturing는 SF적인 이미지의 인트로나 사운드가 상당히 매력적이며 지루하지 않게 시간안배도 잘하고 있어, 중간에 덩그러니 낀 연주곡치곤 상당히 성공적인 이미지를 구현해 냈다고 생각한다. 이윽고, 마지막 트랙인 the ocean 은 본작의 다른곡들에 비해 서정적이고, 정적인 느낌을 주는데 필자 개인적으로 앨범을 처음 들을 당시부터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넥스트의 곡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며, 제일 뛰어난 곡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른곡에 비해 좀더 시적인 운율이나 철학적인 내용의 가사는 본곡이 표현하고자한것 같은 아트락적 이미지와도 잘 부합된다고 보고 있으며, 어쿠스틱기타와 플륫, 무그, 파도소리등은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비록 지금은 해체한 상태이고, 여러가지 문제점도 가지고 있던 그룹이었지만 적어도 필자에게 있어 이만한 대그룹이 존재할수 있었던 것과 좀더 곡자체에 대해 두뇌와 아이디어를 투자한 작곡자와 연주자들에 대해서는 나쁜소리보단 좋은소리를 더 해주고 싶다. 신해철의 음악성은 결코 개인적인 감정이나 편견, 다소 건방지게 느껴질수도 있는 행동등으로 무시해버리기엔 너무 아쉬운 면이 많다. 음악을 음악 외적인 면을 배제하고 평가할수 만은 없을런지.. * LANCE OF THRILL - Poison Whiskey (53:23) 이미 필자가 예전에 소개한적이 있는 밴드이지만 이들은 결코 지나칠수 없는 음악을 들려주는 그룹이다. 그래서, 연재 시간에 다시 소개하기로 했다. 이들의 데뷔작과 2집인 본작은 사운드상으로 비슷한 느낌이지만 아무래도 필자가 먼저 접한 음반이 본작이기에 본작에 더 각별한 애정이 있다. 이런 밴드를 놔두고 일본의 메탈 음악계를 논한다면 아마 큰 실수를 범할수도 있단 느낌이 든다. 이들은 그만큼 서양의 그어느 밴드보다 탁월한 연주실력과 작곡,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식 그룹이라기 보단 프로젝트 라는 느낌이 강한데, 그도 그럴것이 드러머인 TOSHIHIRO NIIMI는 바우와우의 드러머이고, 기타리스트인 ATSUSHI YOKOZEKI 는 우리나라의 이현석 같이 속주 기타계의 대부로 통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내에서 한가닥씩 하는 네명이 모여 있는지라, 이들의 연주력은 가히 놀랄만한 수준이며, 그룹내의 작곡을 맡고 있는 베이시스트인 NORIO TOSHIRO 는 이쪽계열의 베이시스트의 소극적인 플레이에서 벗어나 빌리쉬언이나 존명과 같은 화려한 플레이를 과감히 펼치고 있다. 게다가 전체적인 사운드 또한 헤비함과 프로그레시브 함이 적절히 조합됨으로써 이 계열의 헤비밴드라 할수 있는 와치타워나 메콩델타와 견주어 전혀 손색없는 후련함까지 안겨다 준다. 필자에겐 이들의 공연 실황이 담긴 뮤직 비디오가 있는데, 라이브 에서의 기타리스트 요코제키는 그 정확도가 스튜디오에 비해서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수준 높은 연주를 활화산과도 같은 속도로 펼쳐보이고 있으며 스포츠 머리에 가까운 짧은 머리의 보컬리스트 SOICHIRO DOBASHI 의 그 독특하면서도 히스테리한 중성적인 목소리는 전혀 흔들림 없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도바시의 톤은 상당히 독특한데, 허스키한 컬러의 중년 여성과 내시 와도 같은 가는 톤의 남성을 혼합한듯한 컬러를 갖고 있다. 게다가 시종일관 둥둥둥 울리는 토시로의 베이스와 혼자 임에도 두터운 백킹과 현란한 솔로를 펼치는 기타리스트 요코제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플레이지만 단순함을 거세한 니아미의 드러밍은 그 사박자가 척척 맞아도 그렇게 잘 맞아 떨어질수가 없다. 이들의 연주력에 대해선 계속 얘기했고, 이제 짚고 넘어갈것이 멜로디와 분위기인데, 이들은 멜로디를 상당히 독특하게 만든다. 일본의 수많은 비쥬얼 계통이 가진 앤카풍의 멜로디는 아니며 서양의 전통적인 멜로디는 더더욱 아니다. 굉장히 싸이키델릭하면서 환각적이고, 독창적이다. 여기서도 싸이키델릭하다고 서양의 여느밴드와 같은 부류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상당히 개성이 강하고, 그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기괴함으로 가득찬 스타일이다. 이들의 앨범은 전체적으로 어두우면서도 컬트적이고, 어딘가 기분나쁘면서도, 무겁지만은 않다. 직접 들어봐야한 왜 필자가 이들의 벨로디나 분위기를 설명하는데 이렇게 애를 먹고 있는지 알수 있을 것이다. 만약 50가지 색으로 가득찬 크래파스에서 이들에게 가장 어울릴듯한 색깔을 하나 뽑아보라고 하면, 기괴하면서도 싸이코적이고 자기분열적인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보라색을 망설임 없이 뽑을 것이다. 앨범을 여는 오프닝 트랙은 무언가를 땅바닥에 긁는듯한 느낌의 here in my mind 이다. 이들만이 가진 독특한 멜로디와 분위기는 이곡에서부터 유감없이 펼쳐지고 있다. 곧이어 실질적인 첫곡이랄수 있는 delusion 은 스래쉬 메탈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스피드와 강력한 리프로 시작한다. 청자에게 주문을 거는듯한 요상한 느낌의 이곡부터 랜스오브스릴은 기분나쁜 향연을 시작하고 있으며, 중반부의 테크니컬한 솔로나 난무하는 브레이크는 가히 놀랄만한 것이다. 그리고, 기타리스트가 한명임에도 이들은 왠만한 트윈기타 시스템보다 더 두터운 백킹을 선보이고 있다. 랜스오브스릴의 테크닉이 어느정돈지 궁금하다면 다른곡 들어볼것도 없이 이곡 하나면 판정이 난다. 역시 분위기를 이어받아 기괴한 세계로 청자를 깊숙히 빠뜨리는 recruit...말이 필요없다. 주문에 걸린것 같다. 몽롱하게 이들의 분위기에 자꾸만 이끌려 가는것을 막을수 없다. 역시 헤비함과 스피디함을 모두 잡고 있는 don't shit on me 는 트래몰로의 몽롱한 느낌에 빠져들었다가 장난스럽기도 한 도바시의 보컬이 귀엽게도 들린다. 곧이어 이번엔 뒤집어진다. 재즈풍의 피아노 연주가 흐르고, 중성적인 도바시의 보컬이 그야말로 소름까지 끼치는 queen of fake. 아마 앨범내에서 그나마 앤카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유일한 곡이라고 할수 있겠다. 하지만 이들만의 독특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필자는 본곡을 들으면 월트디즈니의 인어공주란 만화에 나오는 동굴속의 뚱뚱한 마녀(인어공주의 목소리를 뺐은) 가 불렀던 노래와 그 분위기가 흡사함을 느꼈는데, 청자를 상당히 기분 나쁘게(?) 만드는 트랙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별다른 인터벌이 없이 쉴새 없이 이어지는 전곡들에 이어 so tired 가 흐르는데, 제목처럼 매우 나른한 느낌을 주며 비교적 슬로우 템포에 실린 엇박의 미묘한 느낌은 폭발하는 사운드와 함께 지속된다. sunday morning pyromaniac 의 쇳소리나는 베이스음을 뒤로 한채, 환각적인 기타에 주목하다보면 바로 전 곡에서 가진 나른함이 배가 되며, 어쿠스틱 기타가 등장하는 또하나의 발라드 트랙 the prominence 가 흐르는데, 이곡은 또 스패니쉬 풍의 멜로디가 돋보인다. 앨범에 있는 두곡의 발라드까지도 기괴함으로 가득한 독특한 음악을 들려준다. 드러밍으로 시작하는 hippos are boiled in tanks 에선 엑스제팬의 기타리스트 였던 HIDE의 솔로 앨범들에서 들을수 있었던, 그의 목소리가 재생되는것같은 흡사함을 보여주며 히데와 닮은 목소리 만큼이나 그의 솔로작에서 느낄수 있는 싸이키델릭한 면이 드러난다. 역시 스피디한 속도만큼이나 정신없는 just be happy 는 불협화음을 듣는듯한 각파트별의 정신없는 연주가 돋보이며, 기타 리프와 멜로디를 귀기울여 들어 봄직한 slavery into peace,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연주곡인 poison whiskey 는 프로그레시브한 연주를 마음껏 들을수 있으며 마치 스웨덴의 아넥도텐의 일련의 곡들에서 느낄수 있었던 그 느낌을 다시금 느끼게끔 해준다. 어쿠스틱 기타가 등장했던 발라드곡 the prominence 와 비슷한 뉘앙스를 가진 i am walking 에서는 우리나라 가수 리아와 흡사한 비음이 섞인 보컬과 무그의 물결이 유연하게 흐르는것을 감지할수 있다. 세번째 발라드가 지나면 마지막 곡인 hibernation 이 나오는데 다시금 청자를 놀래킨다. 왠 랩? 게스트 랩퍼를 참여시켜 헤비한 사운드와 랩을 적절히 조합해 또하나의 랜스오브스릴식 하드코어를 들려준다. 본 앨범의 곡중 가장 그루브한 리듬을 들려주고 있으며, 잠시도 쉬지 않는 베이스와 후렴구의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는 가히 놀랄만 하다. 일본음악을 많이 들어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들은 일본음악이 내놓은 헤비메탈 밴드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팀이며, 전 세계의 수많은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들 중에서도 그 연주력과 작곡, 개성등에서 망설임없이 높은 순위에 올려 놓아야만 할 대단한 밴드임에 틀림없다고 단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