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7월 22일 세계청년대회 참석을 위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아오 국제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 【CNS 자료사진】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며칠 뒤, 저는 하느님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보여준 환대에 감사드리며 여러분이 저와 같이, 이 사도적 여정이 한국의 교회와 사회를 위하여 좋은 결실을 맺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기를 초대합니다.
“일어나, 비추어라!” (이사 60,1)
예루살렘에서 이사야 예언자가 선포한 이 말씀과 함께, 저는 여러분에게 나아갑니다. 주님께서는 여러분이 당신 빛을 기쁘게 받고,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가득 찬 삶으로, 복음의 기쁨으로 가득 찬 삶으로,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도록 초대하십니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듯이, 저는 제6차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가는 것입니다. 특별히 저는 청년들에게 주님의 부르심을 전합니다. “아시아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빛이,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모든 신앙의 순교자들의 증거를 거울삼아 빛납니다. 저는 다가오는 8월 16일 서울에서 이분들을 복자로 선포할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미래를 향한 희망과 에너지를 가져오는 이들입니다. 그러나 한편 우리 시대의 도덕적이고 영적인 위기의 희생자들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저는 그들에게 또 모두에게 우리를 구원할 유일한 이름인 “주님이신 예수”를 전하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한국의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은 여러분의 대지에 깊이 뿌리내렸으며 풍성한 결실을 맺었습니다. 어른들은 이러한 유산의 수호자들입니다. 이들 없이 젊은이들은 기억을 전수받을 수 없습니다. 어른들과 젊은이들 사이의 만남은 인류 여정의 보증입니다. 또한 교회는 거대한 가정이어서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 가정의 한 형제가 됩니다. 그분의 이름으로, 사랑과 희망의 복음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려는 기쁨으로 저는 여러분에게 갑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서울공항에 도착해 환영단으로 나온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며 위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들의 수장, 시대의 참 목자(牧者)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한국 땅을 밟았다.
이날 오전 10시 15분 프란치스코 교황과 수행단을 태운 알리탈리아항공 전세기가 서울공항에 도착했고, 15분 후 문이 열리면서 교황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천히 비행기에서 내려온 교황은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방한을 계기로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새 시대가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인사했고, 교황은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화답했다. 교황은 최우진(프레데리코, 계성초 6)ㆍ승원(가타리나, 계성초 2) 남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는 이탈리아어로 “친절하다.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21발의 예포가 발사되는 가운데 교황은 정부와 교회 관계자, 32명의 평신도 환영단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환영단은 학생, 가톨릭 노동청년, 새터민, 어르신 대표, 이주노동자, 범죄 피해자 가족,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 예비신자, 시복 대상자 후손, 장애인, 외국인 선교사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한국 교회와 사회의 다양한 모습의 상징이었다.
교황은 정부나 교회 관계자보다 이들 평신도 환영단과의 만남에 더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한명 한명 악수하며 온화한 웃음과 눈인사를 건넸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앞에서는 “잊지 않고 있다. 마음이 아프다”고 위로했고, 고개를 깊이 숙여 크게 절하는 환영객 앞에서는 함께 고개를 숙이는 모습도 보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 때 제자들을 구하고 자신은 희생한 고 남윤철(아우구스티노) 교사의 부모 남수현(가브리엘)ㆍ송경옥(모니카)씨 부부는 교황과 악수하는 동안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볼리비아에서 온 이주노동자 아녜스 팔로메케로마네트(30)씨는 “어릴 적부터 교황님 뵙기를 꿈꿔왔는데, 꿈이 이뤄져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새터민 한성룡(대건 안드레아, 44)씨는 “교황님의 소박한 모습에 놀랐다”며 “교황님과 악수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영단과 인사를 마친 후 10시 45분쯤 검은색 쏘울 승용차를 타고 방한 기간 숙소로 사용할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대사관저로 이동했다.
공항 환영식장에 교계 인사로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를 비롯한 김지석ㆍ장봉훈 주교 등 주교회의 의장단,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방준위 집행위원장 조규만 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등 주교단과 평신도 대표단을 인솔한 손희송ㆍ이정준 신부, 수도회를 대표해 황석모 신부와 이광옥 수녀가 참석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호외] 사진으로 보는 교황 방한 (입국부터 시복식까지)
프란치스코 교황, 환호와 열광 속에 치유·사랑·복음의 씨앗 뿌려
▲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전 서울공항에 도착해 화동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 교황이 14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 교황이 16일 시복식에 앞서 서소문 순교성지를 방문, 화동으로부터 인사를 받고 있다.
▲ 난생 처음으로 고속철을 탄 교황이 대전에서 솔뫼로 가기 위해 소형차로 이동하고 있다.
▲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주례한 교황이 한복 입은 성모상에 분향하고 있다.
▲ 교황이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전 카퍼레이드 도중 아기를 축복해 주고 있다.
▲ 14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한국 주교단과의 만남에서 강우일 주교가 교황이 방명록에 서명한 것을 들어 보이자 교황과 주교들이 웃고 있다.
▲ 15일 솔뫼성지에서 신자들이 교황에게 손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호외] 순교자 유산, 평화·인간가치 수호에 이바지
프란치스코 교황,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 강론 요지
▲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수십 만 명의 신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124위 시복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늘 우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안에서 이루어진 승리를 경축합니다. 이 순교자들은 모두 그리스도를 위하여 살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죽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환희와 영광 속에서 그리스도의 다스림에 함께 참여합니다.
순교자들의 승리, 곧 하느님 사랑의 힘에 대한 그들의 증언은 오늘날 한국 땅에서, 교회 안에서 계속 열매를 맺습니다. 한국교회는 순교자들의 희생으로 이처럼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그 동료들을 오늘 기념하여 경축하는 것은 한국 교회의 여명기, 바로 그 첫 순간들로 돌아가는 기회를 우리에게 줍니다. 이는 한국의 천주교인 여러분이 모두 하느님께서 이 땅에 이룩하신 위대한 일들을 기억하며, 여러분의 선조들에게서 물려받은 신앙과 애덕의 유산을 보화로 잘 간직하여 지켜나가기를 촉구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매우 자주 우리의 신앙이 세상에 의해 도전받음을 체험합니다.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방식으로, 우리의 신앙을 양보해 타협하고, 복음의 근원적 요구를 희석시키며, 시대정신에 순응하라는 요구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순교자들은 그리스도를 모든 것 위에 최우선으로 모시고, 그 다음에 이 세상의 다른 온갖 것은 그리스도와 그분의 영원한 나라와 관련해서 보아야 함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줍니다. 순교자들은 우리 자신이 과연 무엇을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지, 그런 것이 과연 있는지를 생각하도록 우리에게 도전해 옵니다.
또한 순교자들은 그들의 모범으로, 신앙생활에서 애덕의 중요성에 관한 가르침을 우리에게 줍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에 대한 그들 증언의 순수성으로서, 세례받은 모든 이가 동등한 존엄성을 지녔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막대한 부요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 안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순교자들의 모범은 많은 것을 일깨워 줍니다. 이러한 속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형제자매들에게 뻗치는 도움의 손길로써 당신을 사랑하고 섬기라고 요구하시며, 그렇게 계속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우리가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르면서 주님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여 믿는다면, 우리는 순교자들이 죽음에 이르도록 간직했던 그 숭고한 자유와 기쁨이 무엇인지 마침내 깨닫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모든 한국인에게 큰 기쁨의 날입니다. 순교자들의 유산은 선의를 지닌 모든 형제자매들이 더욱 정의롭고 자유로우며 화해를 이루는 사회를 위해 서로 화합하여 일하도록 영감(靈感)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 나라와 온 세계에서 평화를 위해, 그리고 진정한 인간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이바지하게 될 것입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인사말
교황님,
한국 교회의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와 함께 기쁘게 교황님을 환영하며 인사드립니다. 이렇게 교황님께 인사말을 드리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습니다. 한국천주교회는 이미 103위 순교 성인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시복식을 통하여 124위의 복자들을 더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곳 광화문은 조선 시대 정부의 주요 기관들이 위치해 있었고, 순교로 희생된 천주교 신자들의 피와 땀, 눈물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역사적 장소입니다.
순교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한 한국 교회는 우리 사회에도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오늘 시복식은 가톨릭 교우들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국민, 나아가 아시아의 많은 형제들과 더불어 순교자들이 보여준 보편적 형제애를 나눌 수 있는 화해와 일치의 장이 되리라 믿습니다.
이번 시복식을 통해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의 복음화를 위한 빛과 소금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순교자들의 피가 헛되지 않도록 우리가 더 복음화되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더욱 봉사하며 그들과 복음의 기쁨을 나누는 교회가 되겠습니다. 교황님께 다시 한 번 감사 드리며 우리 한국교회를 위해 늘 기억해주시고 축복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고맙습니다.
[호외] 순교자 124위 복자 반열에 오르다
프란치스코 교황,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선포
▲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광화문 시복식은 순교자들의 보편적 형제애를 나눌 수 있는 화해와 일치의 장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장하다 순교자 주님의 용사여~.”
가톨릭 성가 283번 ‘순교자 찬가’가 광화문 광장 일대에 웅장히 울려 퍼졌다. 오픈카를 타고 모습을 드러낸 교황에게 환호를 보내던 신자들은 이내 벅찬 감동을 가라 앉히고 순교자 찬가를 부르며 마음을 다잡았다. 한국 교회사에 길이 남을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가 드디어 시작됐다. 교황은 이날 순교자를 상징하는 빨간 제의를 입고 라틴어로 미사를 주례했고 신자들은 한국어로 미사에 참례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거행된 124위 시복식에서 시복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고백기도와 자비송을 바친 뒤 이어진 시복식에서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는 교황 앞으로 나아가 “가경자 하느님의 종들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들을 복자 반열에 올려 주시기를 겸손되이 청원한다”고 말하며 시복을 청원했다. 시복청원인 김종수 신부는 시복 대상 순교자들의 약전을 낭독했다. 이에 교황은 “하느님의 종들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들을 앞으로 복자라 부르기를 허락한다”면서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시복을 선언했다.
124위 복자가 탄생하는 그 순간, 환희의 찬가가 울려 퍼지며 124위 복자화 ‘새벽 빛을 여는 사람들’이 공개됐다. 시복을 청원한 안 주교는 한국의 124위 순교자에게 복자 칭호를 부여해 준 교황께 감사 인사를 드린 뒤 교황과 평화의 인사를 나눴다. 신자들은 환호로 화답하며 복자 탄생의 기쁨을 나타냈다.
◎…이날 보편지향기도에서 유은희(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는 복자 윤지충과 순교자들의 모범을 통한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며 “목숨을 바쳐 신앙을 지킨 순교자들을 본받아 한마음 한뜻으로 이 민족과 인류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게 하소서”라고 하느님께 간절히 청했다. 이와 함께 중국인 이홍근(마리아수도회) 신부는 중국어로 박해받는 교회를 위해 기도를 바쳐 눈길을 끌었다. 이 신부는 “고통 받는 교회를 돌보시어 희망을 잃지 않게 하게 해달라”면서 주변 교회의 협력을 통해 박해받는 교회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생력을 키울 수 있게 되기를 기도했다.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은 124위 복자 탄생을 감격해하며 목숨 바쳐 신앙을 지킨 순교자들이 복자가 된 의미를 되새겼다. 또 103위 순교성인과 124위 순교복자의 신앙 후손으로서 아시아 교회 복음화에도 앞장서기를 다짐했다.
▲ 5만여 신자들이 대전월드컵경기장에 운집해 교황이 집전하는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한국 교회가 한국 사회 한가운데서 하느님 나라의 누룩으로 더욱 충만히 부풀어 오르도록 성모께 간청했다. 아울러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을 가져오는 풍성한 힘이 되고,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또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와 맞서 싸우기를 빈다”고 기원했다.
교황은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5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고 강론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교황은 “영광 속에 앉으신 성모님께서는 우리들의 희망이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이 희망은 “외적으로는 부유해도 내적으로 쓰라린 고통과 허무를 겪는 그런 사회 속에서 암처럼 자라나는 절망의 정신에 대한 해독제”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러한 절망이 수많은 젊은이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현실을 적시하면서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이런 젊은이들이 기쁨과 확신을 찾고 결코 희망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미사 끝에 인사말을 통해 “교황님의 방한은 우리 교회가 ‘일어나 세상을 비추라’는 말씀을 증언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며 그간 교구 공동체가 바쳐온 묵주 기도 150만 단과 미사 200만 번, 기도 330만 회를 영적 선물로 교황에게 바쳤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픈카를 타고 대전월드컵경기장에 입장, 신자들 환호에 손을 흔들고 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의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후 대중과 함께하는 첫 미사였다. 광복절과 겹친 이날 미사는 우리 민족이 마치 일제의 억압에서 해방됐듯이 죄와 고통의 질곡에서 벗어나 행동하는 복음의 사도 교황과 함께 하늘나라의 희망을 노래한 성대한 잔치였다.
◎…식전 문화행사로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한 월드컵경기장은 10시 20분쯤 교황이 도착하면서 환호와 기쁨의 무대로 바뀌었다. 예정과 달리 KTX편으로 대전에 내려온 교황은 대전역에서 경차로 갈아타고 월드컵경기장 초입에 도착,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의 영접을 받았다.
이어 오픈카로 옮겨탄 교황은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면서 신자들의 환호에 답했다. 교황은 김준현(토마스 모어, 33, 대전 탄방동본당)·이상은(아가타, 32)씨 부부가 내민 두 살배기 아들 경환(요한)의 머리를 쓰다듬고 축복했다. 또 축복을 받고자 하는 신자들의 연호에 오픈카에서 내려 신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사랑을 전했다.
이어 제의실로 들어간 교황은 김병권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유족들과 생존 학생 등 10명과 10여 분간 비공개로 만났다.
◎…미사는 10시 48분쯤 입당성가 ‘서로 사랑하십시오’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교구 사제단을 시작으로 한국 주교단, 아시아 주교단에 이어 교황이 중앙 통로를 통해 입당하면서 시작됐다. 미사는 교황이 라틴어로, 신자들은 우리말로 응답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에서 성모 마리아가 한국교회의 수호자임을 염두에 둔 듯, “한국 교회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 간청한다”고 표현. 교황은 △세례 때 우리가 받은 존엄한 자유에 충실하도록 △하느님의 계획대로 세상을 변모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을 이끌어 주시도록 간청했다.
◎…성찬 전례를 시작하는 예물 봉헌에서는 대전교구 메리 지 엔카운터(ME) 부부인 김재홍(미카엘, 60)·이경애(마카엘라, 57) 부부와 만삭의 딸 김진아(가브리엘라, 31)·최원석(가브리엘, 32) 부부가 성작과 성반, 물과 포도주를 봉헌.
이와 관련 대전교구는 “가정과 생명 사랑에서 모범이 되는 가족이어서 봉헌자로 선정했다”면서 “이들 부부는 오래 전부터 부부일치 운동(ME)과 선택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 성화에 힘써왔고, 장기 기증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미사 때 사용된 성작과 성반, 제대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제작했다. 성작 바닥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전교구민과 함께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미사 후 성작과 성반은 박물관에 보존하고, 제대는 교구청 성당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날 미사에 사용된 제단은 가로 24m에 세로 12m, 폭 1.5m로, 그 위에 가로 7m의 제대를 설치했다. 색동화가 이규환씨의 작품으로, 성모 승천과 남북 화해를 바라는 뜻에서 색동의 이미지를 담았고, 순교자의 정신과 교황의 소박함, 화려하지 않은 단아함을 최대한 살렸다.
제단 꽃꽂이는 대전교구 전례꽃꽂이연구회장 유행선(안토니아, 57, 대전 괴정동본당) 회장 등 회원들 20명이 참여, 매화를 제외한 사군자 중 난초와 국화, 대나무를 배치하고 그 위에 호접란을 놓음으로써 성모 승천의 이미지를 형상화했으며, 그 옆에 절개를 상징하는 소나무와 전통 그릇인 항아리를 놓았다.
◎…이날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는 교황 퇴장과 동시에 교구 레지아와 충남 웃다리 풍물 단원 50명으로 구성된 연합 풍물팀이 흥겨운 경기ㆍ충청 가락인 ‘웃다리 풍물’을 공연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대전교구 교황방문준비위윈회 홍보분과장 한광석 신부는 “성모 승천 대축일이자 광복절을 맞아 해방의 기쁨을 기억하며 세월호 침몰 사태로 큰 아픔을 겪은 유족들, 나아가 온 국민이 그 아픔을 기쁨과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대축제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평화 미사가 열리기 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국내 12개 종단 지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오전 명동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참석해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와 화해의 정신이 퍼져나가기를 기원할 예정입니다.
지난 14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일정인 이날 미사에는 7대 종단 지도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북한 출신 사제·수도자, 새터민, 납북자 가족, 장애인,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족, 주한외교사절,
중고등학생, 경찰, 환경미화원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의 공식 초청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류길재 통일부 장관,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대리(제1차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과 함께
미사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퇴장 전 박근혜 대통령과 작별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교황을 직접 맞이한 박근혜 대통령은 같은 날 청와대 공식환영식,
면담 및 정상 연설을 한 바 있으며, 18일 오전 미사 참석까지 세 차례 교황 일정을 함께했습니다.
2014.08.18 청와대뉴스
124위 시복 1주년 표석(바닥돌) 광화문 광장에 설치
2015. 08. 30발행 [13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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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 기념 표석 축복식 거행
▲ 염수정 추기경이 23일 광화문 북측 광장에 설치된 124위 시복 1주년 기념 표석 앞에서
시복 경위와 의미, 그 기쁨에 대해 정 관계 인사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오세택 기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1주년을 맞아 시복식이 거행됐던 서울 광화문 광장에 23일 기념 표석(바닥 돌)이 설치됐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는 이날 오전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조규만ㆍ정순택ㆍ손희송 주교와 사제단이 함께한 가운데 기념 표석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 터’ 축복식을 거행했다.
가로 170㎝, 세로 100㎝ 크기로 제작된 기념 표석에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2014년 8월 16일 이곳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을 복자 반열에 올려 이를 온 세상에 선포하신 것을 기리고자 이 돌을 놓습니다”라는 글이 한글과 영문, 한문, 스페인어로 새겨져 있다. 기념 표석 관리는 세종로본당에서 맡아 한다.
염 추기경은 이날 축복식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시복식을 통해 순교자들은 자신을 박해한 이들까지 용서하고 화해하며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성의 고귀함을 드높이 증언하였음이 드러났다”며 “그래서 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가 만방에 비추는 이곳 광화문은 박해자와 순교자가 화해하는 평화의 광장이 됐다”고 선언했다.
이어 염 추기경은 “이제 124위 시복 1주년을 맞는 이 시간을 통해 교황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세 가지 열쇳말인 기억과 희망, 증언이 우리 사회에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가 되어 곳곳에서 소중한 열매를 맺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축복식에는 양두석(토마스) 서울 순교자현양회장과 권길중(바오로) 한국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장,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우윤근(스테파노) 국회가톨릭신도의원회장, 양준욱(요한 사도) 서울시의회 가톨릭신우회장 등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