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성흠 소설오다쥬리아 /월간조선기사(1) 발췌/장상인글

아! 왕녀(王女) 오다 쥬리아(1)

장상인 

전쟁이란 무력행사가 따르는 국가 간의 투쟁을 말한다. 지구상에는 이러한 국가 간의 투쟁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지만, 여성들의 수난이 참으로 많다. 임진왜란의 경우만 보아도 그렇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왜군에 끌려가 일본 땅에서 소리 없이 죽어간 여성들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일본의 시코쿠(四國)에는 임진왜란 때 끌려가 한(恨) 많은 삶을 마감한 조선 여인들의 묘지가 특히 많이 남아있다.
소리 없이 산화한 여인들의 삶은 모두가 한 편의 드라마였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일본의 절해고도 ‘고즈시마(神津島)’에 유배되었다가 그 곳에서 생을 마친 천주교의 여인 ‘오다 쥬리아’의 삶이 참으로 눈물겹다.

<오다 쥬리아는 文錄·慶長의 役(임진왜란)때 조선반도의 평양근처에서 일본에 납치된 조선인 처녀. 인질로서 포로가 된 이씨조선 귀족의 딸이라고도 일컬어지고 있으나, 생년월일이나 실명, 가계 등의 상세한 기록은 일체 불명이다. ‘오다’는 일본 이름이고 ‘쥬리아’는 세례명이다.
‘고니시(小西)’의 양녀가 된 후, 천주교에 귀의 하였다. ‘세키가하라(關ヶ原)’의 전투에서 ’고니시(小西)‘가 패하여 그 가문이 멸망하였고, '쥬리아'도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시녀가 되었다. 미모와 재기가 뛰어났던 그녀는 도쿠가와의 총애를 받았으나, 당시에 국법으로 금지시킨 천주교를 버리지 않아 고즈시마(神津島)에 유배되었다가 그 곳에서 생을 마쳤다>

 일본의 언론인 나카무라 아키라(中村 章, 53세)씨가 필자에게 보내온 자료를 요약한 내용이다. 나카무라(中村)씨는 ‘오다 쥬리아’에 대한 사실적 내용을 비교적 자세하게 조사하여 필자에게 보내왔다. 그는 역사적 근거를 토대로 나름대로 확인을 하였다고 했다.

여자 아이라서 운명이 뒤바뀌었을까

“임진왜란과 민초들의 항쟁, 굶주린 산하를 누비는 의병, 승군의 피 묻은 깃발 아래 피어난 신앙의 꽃 오다 쥬리아!”

소설가 표성흠(61세)씨가 각고 끝에 세상에 내놓은 소설 「오다 쥬리아」다. 이 소설은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오다 쥬리아’의 탄생 비밀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엉켜진 실타래를 풀어내었다.

<왕은 산야를 누비고 다니며 짐승을 찾아 나섰고 어쩌다가 당도한 산골짜기 마을 외딴 집에 불이 켜져 있었다. 몸을 녹이려고 들어선 거기서 왕은 신방을 차렸다. 그리고는 옥체의 씨앗을 떨어뜨렸다. 떠나면서 왕은 용(龍)이 새겨진 칼 한 자루를 주고 갔다>
그 왕은 선조 임금을 말한다.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그를 왕으로 옹립하려는 세력들의 음모가 서려 있었다. 세상사는 모두가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무리들에 의해서 잘못되어 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여자아이가 태어났고, 이름을 기천(후일 오다 쥬리아)이라 했다. 기천은 어머니 인선과 함께 산속에서 어려운 삶을 산다.

얼마 후 임진왜란이 터진다.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는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대동강을 건너 평양성을 입성한다. 소설 속의 얘기다.
 
 실제로 ‘고니시(小西)’는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가 사망한 이후로 ‘히데요시(秀吉)’를 섬기면서 아버지 ‘고니시 류사(小西隆佐)’와 함께 ‘세토나이’ 해(海)의 군수물자를 운반하는 총책임자가 되었다. 1588년 히데요시(秀吉)의 신임을 얻어 ‘히고노쿠니’ 우토성의 영주가 되었다. 1592년 임진왜란 때는 그의 사위인 대마도주 ‘소우 요시토시(宗義智)’와 함께 1만 8000명의 병력을 이끌고 제 1진으로 부산진성을 공격하였으며 부산포성을 함락하고 동래성을 함락시켰다. 이후 단숨에 대동강까지 진격하였고, 6월 15일에 평양성을 함락하였다. 1593년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이끄는 원군에게 패하여 평양성을 불 지르고 한양으로 퇴각하였다.

고니시(小西)의 양녀가 되다

평양성에서 후퇴하는 왜군의 잔당들에 의해 기천과 그녀의 어머니가 일본으로 끌려간다. 이들을 붙잡아 간 일본 승(僧) ‘현소’는 이들을 포르투갈 상인들에게 팔아 버리려는 생각을 바꾸고 쓰시마(對馬島) 주 소우(宗)에게 맡기면서 “조선의 왕녀들이니 잘 보살펴 드려야 한다”고 부탁한다. 이때 ‘쥬리아’의 나이는 겨우 다섯 살이었다.

기천은 천주교에 입문하여 그 세례명으로 ‘오다 쥬리아’라는 새 이름으로 개명하였고, 어머니 인선은 ‘에스더’라는 이름을 새로 얻었다.
 이들은 쓰시마(對馬島) 주 소우(宗)의 아내인 ‘마리아’와 그녀의 친정어머니 ‘쥬스타’로부터 얻은 세례명이다. ‘쥬스타’는 조선 침략의 선봉대장인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부인이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들 모녀가 조선의 산하를 짓밟은 침략자에 의해서 천주교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정녕 하늘의 뜻이란 말인가.

‘오다 쥬리아’는 ‘고니시’의 양녀가 되어 어머니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특히, ‘고니시’의 부인과 딸은 이들을 자매처럼 대한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할까? ‘고니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군대와 일전을 벌이다 패하자 천주교 교리에 따라 할복자살을 거부하며 버티다가 처형당한다. 이 싸움이 유명한 ‘세키가하라(關ヶ原)’ 전투다.

또 다른 조선 침략자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은 불교 신자다.
그는 ‘고니시(小西)’와 라이벌 관계였다. 천주교인을 싫어하는 그는 신자를 모조리 색출하여 가혹한 벌을 내렸다. 때문에 ‘고니시’의 집에 머물고 있던 모든 하인과 시녀들은 떨고 있을 수 밖에.......
‘세르페데스’ 신부는 “가토(加藤)의 손에 붙들리기 전에 도쿠가와(德川)가 있는 ‘미카엘라’에게로 가서 숨어라. 그의 손아귀를 벗어날 곳은 거기 밖에 없다.”고 하면서 도쿠가와(德川)의 집으로 가도록 주선했다.
‘미카엘라’는 독실한 천주인이자 도쿠가와(德川)의 측실이다. 기록에 의하면 도쿠가와는 정실 2명에 측실을 16명이나 두었다고 한다.

절해고도로 유배되다

‘오다 쥬리아’는 모든 것을 잃고 캄캄한 밤길을 호송원들의 손에 이끌려 걷고 있었다. 호송원들조차도 이렇게 순수한 아가씨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토록 험한 길을 끌려가는지 알 수 없었다.
“이에야쓰(家康)님의 수청을 거부했대....”
“아니야, 기리시탄이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나는 기리시탄이 아니요’라는 한 마디만 하면 풀어 주겠다.”
도쿠가와(德川)는 마지막의 자비조차도 거부하는 ‘쥬리아’에 대해 기리시탄이라면 이가 갈린다며 ‘당장 저 멀리 일본 땅 밖으로 내쫓아 버려라’고 명령한다.

쥬리아는 ‘고즈시마(神津島)’에서 몇 세대 밖에 되지 않은 섬사람들에게 글과 사랑을 가르치며 살았다. 섬사람들은 그녀가 죽은 뒤로 330년이 넘도록 그녀를 섬의 수호자로 받들며 지금도 헌화하고 있다고 한다.

‘오다 쥬리아’의 아름다운 마음씨는 이처럼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되어 수 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우리가 아닌 일본 땅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일까?
우리 모두 반성해 볼 문제다. 이는 종교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선조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계속)

입력날짜 : 2007-10-26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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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오 나의 사랑 줄리아 지금은 어디로 떠났나.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나의 사랑 줄리아. 마지막 남은 나의 웃음 마저도 송두리채 앗아가 버린 여인아. 외로움에 지친 나의 가슴을 달래주던 아름다운 너의 미소를 생각하면서도 하루에 하루가 더하는 이 순간에도 너만은 못잊어 내가 운다 줄리아. 맹인 가수 이용복이 썬글라스를 끼고 키타를 치면서 부르던 '줄리아'란 노래의 가사다. 참 가슴 한 구석을 허전하게 만드는 노래다. 줄리아란 이름이 좀 그런가. 영화 속의 주인공 같은 삶을 산 '오다 줄리아'의 인생역정에서 한국여성의 정갈함을 본다. 일본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대단한 모습으로 비춰졌을까. 눈에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더 소중히 여겼던 그 시대의 오다 줄리아의 정신이 너무 소중해 보인다.  2007-10-31 오후 5:56:44
명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전쟁이 할키고 간 상처 그 뒷얘기는 언제나 고통스럽다. '천주님'나약한 여인의 삶을 굳건하게,의연하게 지킬수있게 함께 하셨음에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오다 쥬리아님,후에 일본에 의해 끌려가고 유린된 정신대할머님들을 생각하며 다시는 이땅에서 비극적인 일이 없도록 우리를 지켜주시길...   2007-10-30 오후 7:30:32
samk20	오다 쥬리아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한편의 소설처럼 느껴진다. 전쟁의 풍상속에 고향을 떠나 일본에서의 거친 삶을 살아가며 온갖 고통을 다 겪었을터인데 아마도 천주교라는 신앙의 힘으로 살아갔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고난이 닥쳤을 때 종교는 큰 힘이된다. 종교에 의지하지 않고 지금도 이 험난 세상을 살아가기가 어렵다. 이 글을 읽고 일본에서 천주교가 그렇게 일찍이 전파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그리 천주교의 역사가 오래 되지는 않으나 점차 천주교가 우리 한국인에게 널리 퍼져가고 있다. 천주교의 과연 어떤 매력이 한국인에게 어필하는 것일까 새삼 의문이 든다.  2007-10-28 오후 5:04:20
푸른솔	전쟁은 정말 가혹한 것이다. 실제로 체험하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는 안다. 전쟁은 이땅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지조를 지키며 사는게 쉽지않다. 목숨은 고사하고 자신의 주머니가 비워질까 두려워 요리조리 미꾸라지처럼 사는 사람도 있다. 그런 점에서 오다 쥬리아의 삶은 정말 장하다. 난 그런 삶의 10분의 1이나 채우면 좋으련만...늘 아쉽다.   2007-10-26 오후 3:3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