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데니소비치가 수용소에서 지내는 하루의 모습을 담은 책입니다.
글 곳곳에서 수용소의 차가운 한기가 느껴져 이반 데니소비치가 보낸 하루가 절절하게 와 닿았습니다.
맹렬한 추위, 수용소의 고된 일상, 물질적 결핍 등 여러 열악한 상황이 그려지지만 수용소의 상황을 더 안타깝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죄수들은 생각조차 자유롭지가 못하다. 그 생각이라는 것이 언제나 제자리에서 뱅뱅 돌게 마련이다. 누군가 매트 속에 감춰둔 빵조각을 뒤지지는 않을까? 저녁에 의무실에 가서 작업 면제를 받을 방법이 없을까? 중령을 기어이 영창에 집어넣을까, 아니면 용서를 해줄까? 체자리는 도대체 그 하얗고 포근한 셔츠를 손에 넣었을까? 틀림없이 사물보관소에 뇌물을 집어주고 어은 것이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디에서 그걸 손에 넣을 수 있단 말인가?
수용소에서 보내는 생활은 ‘생각조차 자유롭지 못하게’ 만듭니다.
수용소에 들어온 억울한 사연과 그런 시대적 상황에 관한 인식은 점점 흐릿해지고 빵조각을 어떻게 더 받을 수 있는지 또는 작업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에 연연합니다.
과연 수용소만의 이야기일까?
나아가 생각합니다.
수용소에서 생활하며 생각까지 갇혀버린 이반 데니소비치와 여러 죄수들처럼 저를 둘러싼 환경이 저의 생각을 자유롭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 생각하지 않는 겸손함과 다른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수용소에 갇혀있는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통해 역설적이게도 바깥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책방을 준비하며 새로운 세상과 만나고 있는 지금, 겸손함과 유연함으로 여러 일을 풀어가고 싶습니다.
44쪽
부이노프스키는 참지 못하고 볼코보이에게 대들었다. 부이노프스키는 자신의 수뢰정 위에서는 용감한 용사였겠지만, 수용소 생활은 아직 석달이 안 된 애송이였으니까 그럴 만도 했다. ... 그들은 권리를 갖고 있으며, 그 법 조항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모르는 녀석은 바로 이 애송이 녀석뿐이다.
49쪽
그러나 죄수들은 생각조차 자유롭지가 못하다. 그 생각이라는 것이 언제나 제자리에서 뱅뱅 돌게 마련이다. 누군가 매트 속에 감춰둔 빵조각을 뒤지지는 않을까? 저녁에 의무실에 가서 작업 면제를 받을 방법이 없을까? 중령을 기어이 영창에 집어넣을까, 아니면 용서를 해줄까? 체자리는 도대체 그 하얗고 포근한 셔츠를 손에 넣었을까? 틀림없이 사물보관소에 뇌물을 집어주고 어은 것이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디에서 그걸 손에 넣을 수 있단 말인가?
80쪽
하지만, 과연 하늘의 법칙마저도 그들의 법령에 따라야 한단 말인가 하고 의아해한다.
89쪽
공교롭게도 남의 것을 훔치는 놈일수록 땅을 파는 일과는 먼 놈들인 것이다.
102쪽
준비하는 자는 부자보다 나은 법이다.
151쪽
죄수에게 가장 큰 적은 누구인가? 그것은 옆의 죄수다. 만일 모든 죄수들이 서로 시기하지 않고 단결할 수만 있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에이!...
157쪽
지금 같은 때는 맹물 양배춧국이라 해도 뜨뜻한 국 한 그릇이 가뭄에 단비같이 간절한 것이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단숨에 들이켜게 된다. 이 한 그릇의 양배춧국이 지금의 그들에겐 자유보다, 지금까지의 전생애보다 아니, 앞으로의 모든 삶보다도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175쪽
적어도 이 순간만은 슈호프는 모든 불평불만을 잊어버린다. 기나긴 형기에 대해서나, 기나긴 하루의 작업에 대해서나, 이번 주 일요일을 다시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나, 아무 불평이 없는 것이다. 그래, 한번 견뎌보자. 하느님이 언젠가는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게 해주실 테지!